['심플하게 산다' 저자 도미니크 로로]
"물건은 곧 욕망, 버려야 자유로워져… 뭐든 해야겠다는 강박 버리세요"
심플한 정원에 반해 日서 33년 살아
프랑스 출신 작가가 영어와 일본어로 번갈아 물었다. 도미니크 로로는 2005년 프랑스에서 출간한 이후 한국에서 5만부, 일본에서 30만부를 비롯해 세계 30여개 나라에서 1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심플하게 산다'의 저자다. 20대 때부터 33년간 일본에서 살고 있다. "같은 옷 몇 벌을 번갈아 입고 다닌다"는 검은색 옷차림의 이 여인이 지난 23일 일본 교토의 작은 음식점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일본 전통식 다다미 4첩 반의 좁은 방에 앉았다. 다다미 1첩은 180㎝×90㎝ 크기. "내가 사는 집이 딱 이만해요. 방엔 작은 소파와 테이블 한 개가 있어요. 침대? 없어요. 대신 이불을 써요."
- “가장 소중한 물건? 집에 있는 찻주전자! 한 방울도 새지 않아요.” 일본 교토에서 만난 도미니크 로로는 “물건은 몸의 확장이다. 몸에 맞지 않으면 부담이 된다”고 했다. /바다출판사 제공
"사는 데 많은 물건은 필요치 않다. '심플한 삶'이란 욕망을 줄이는 삶이다. 돈을 벌고 싶다고, 지위가 높아지고 싶다고 욕망하지 않는 삶이다. '시간을 낭비하면 안 돼' '언제나 무슨 일이든 해야 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그게 심플한 삶이다."
―그런 삶은 보통 사람에겐 어렵다.
"이해한다. 물론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집이 작고 가진 물건이 적다면 돈을 많이 벌 필요가 없다. 많이 일할 필요가 없다. 많은 사람이 30~40년 빚을 지면서까지 큰 집에서 살려고 한다. 집이 크면 가구도 많아야 하고, 청소하는 데 힘이 든다. 자유롭지 않다. 나는 큰 집이 불안하다."
―경쟁 사회에서 패배자의 철학은 아닐까.
"1등이 되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 큰 집에 살고 싶거나 좋은 차를 타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 하지만 나는 그런 삶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 나만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살면 된다고 생각하면 세상이 더 편해진다. 많은 이에게 심플한 삶의 방식을 전하고 싶다."
―불교 영향을 받은 듯하다.
"불교 신자는 아니다. 노자(老子)도 좋아한다. 나는 내게 어떤 라벨(표지)을 붙이지 않는다. 때로는 불교식 선(禪)을 하고, 때로는 (행복을 강조하는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를 읽는다. 나를 규정하지 않는다."
―일본에서 오래 살고 있다.
"20대 초반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했다. 영국과 미국, 멕시코와 과테말라 등을 다녔다. 히피 같은 생활이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심플한 일본식 정원을 보고 일본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곳 교토는 옛날 방식의 삶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보통 사람이 심플한 삶을 실천하는 쉬운 방법이 있을까.
"집에 있는 물건을 모두 꺼내서 꼭 필요한 것, 모호한 것, 필요없는 것 세 부분으로 나눠라. 필요없는 것은 바로 버려라. 모호한 것은 박스에 집어넣고 유통기한을 적어 놓는다. 한 1년 정도? 그때가 됐을 때 그 안에 뭐가 있는지 잊어버렸다면 통째로 버리든지, 가난한 나라에 줘라. 그렇게 몇 년 지나면 물건이 점점 줄어 심플한 삶이 될 거다."
―한국에서 최근 발생한 여객선 침몰 사고 이후 당신 책이 다시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삶에서 소중한 건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내 책의 메시지 때문 아닐까. 고통을 대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고통 속에서 사는 것, 종교에 귀의하는 것, 고통과 친구가 되는 것. 아픔을 지울 수는 없지만, 마음속 고통과 친구가 되어 (현실을) 받아들이는 삶이 중요하다. 음, 좀 종교적이 되는데…, 삶의 소중한 본질은 정신적인 데 있다."
이 '정신적인' 작가는 "내 책엔 복잡한 철학적 내용이 없다. 열다섯 살이라도 읽을 수 있는 상식적인 얘기"라고 했다. 책이 잘 팔리는 이유에 대한 답변이었다. 인터뷰는 일본어로 진행했다.
도미니크 로로 지음 │ 임영신 옮김 │ 문학테라피 │ 276쪽 │ 1만3000
"비움은 진정한 치료법일 뿐 아니라 하나의 철학이자 예술이다"
독특하다. 이 책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한 정리법'의 첫 인상은 실용서적 보다는 잠언집이나 명상집에 가깝다. 저자 도미니크 로로는 "정리를 잘하면 자아를 되찾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불교의 공(空)사상이나 도교의 무위자연 사상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저자는 이 책의 1, 2부에서 정리하지 않고 쌓아놓기만 하는 '과잉'이 현대인의 피로와 부담, 의욕 상실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쇼핑을 하고 해수요법, 아로마요법 등을 쓰고 스트레스, 웰빙을 다룬 강연을 듣는 것은 '과잉의 반복'이며 피로와 스트레스, 무기력을 심화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불행한 사람일수록 '과잉'에 집착한다. 마음 속 빈 곳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물질적으로 뭔가를 계속 채워넣으려 한다는 것이다. 물질이 마음을 다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불행한 사람은 불행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이는 저장강박증(디오게네스 증후군), 우울증과 같은 질병을 불러오기도 한다.
저자에 따르면 결국 정리란 '제대로 버리는 법을 아는 것'이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과잉'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아와 자유를 찾고 스트레스, 압박감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뭔가를 버리기 위해선 먼저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이 필요한지, 어떤 것이 필요없는지 판단해야 한다.
1, 2부가 이론이었다면 3부는 실전을 다룬다. '큰 물건부터 치워라', '물건을 그룹화해라' 등 정리의 기초가 있고 부엌, 장식품, 옷과 화장품 등 장소·물건별 정리 방법과 '선물받은 물건', '쓰기 애매한 물건' 등 상황별 대처방법도 있다. 정리가 끝난 후 '과잉'으로 돌아가지 않는 법도 나와있다.
'잘 정리하는 법'에 대해서만 쪽집게 과외를 받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에 실망할 수 있다. 책의 절반을 넘는 1, 2부(149쪽)를 정리의 장점과 과잉의 단점을 얘기하는데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부는 동어반복이 계속되고 있어서 지루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은 단기간에 보기보단 오래 두고 마음에 새기면서 읽기 좋은 책이다. '비움'과 관련한 동서양 종교인, 철학자, 지식인의 말들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곱씹어 볼만한 표현도 더러 있어 밑줄을 긋고 책갈피를 꽂아가며 읽기에도 좋다.
이 책은 유럽, 북미, 아시아 등 36개국에서 출판돼 100만부 이상 팔린 '심플하게 산다'의 후속작이다. 전작을 인상깊게 읽은 사람이라면 '심플한 정리법'도 한 번 읽어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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