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해외

미국여행에서 본 돌의 정원들

bthong 2014. 8. 19. 08:12

 

 

미국여행에서 본 돌의 정원들!

지난 여름 미국 대륙횡단을 했었습니다. 미국 서부 LA부터 시작하여 동부 뉴욕에 이르기까지 2달간의 대장정이었습니다. 지금 여기서 미국 대장정의 이야기를 풀기엔 너무 길어질것 같아 한가지, 딱! 한가지만 이야기하려 합니다. 바로 과학도인 제 입장에서 가장 이목을 끌었던 관광지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 서부에 위치한 캐니언들인데요.

 

 

우리가 미국 서부 여행을 간다고 하면 다들 그랜드캐니언을 꼭 포함시킵니다. 워낙 TV에서도 많이 나오며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죽기전에 가봐야할 여행지 Top 10에 뽑히기도 했기 때문에 미 서부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가 된 것이죠. 하지만 미 서부의 모든 캐니언을 돌아본 저의 입장에서는 절대로 그랜드 캐니언만 보라고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랜드 캐니언만 보고 다른 캐니언들을 보고 오지 않는 다면 분명 한국에 와서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 분명합니다.


오늘 바로 그랜드 캐니언 이외의 정말 멋진 캐니언들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1. 물, 불, 시간이 만든 돌의 정원

그랜드 캐니언은 미국 서부 애리조나주에 위차하고 있습니다. 애리조나주를 비롯하여 유타, 콜로라도, 뉴멕시코 4개주에 걸쳐 있는 콜로라도 강, 그리고 바람과 비, 눈이 오랜 세월에 걸쳐 깍고 다음어져 만들어낸 예술품들이 정말 가득합니다. 내가 돌아본 캐니언들은 모뉴멘트 밸리, 엔탈롭 캐니언, 브라이스 캐니언, 아치스 캐니언. 자이언캐니언입니다. 이 5개의 캐니언은 지도로 볼때는 매우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로 운전을 하며 돌아다닌 제가 볼 때는 한곳한곳 이동하는대만 평균 4~5시간이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먼저 모뉴멘트 밸리를 소개할까 합니다.


전통 서부영화의 배경

 


미국 서부를 드라이브하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메사와 뷰트라는 것입니다. 사진처럼 평야에 봉우리처럼 솟아 있는 것을 메사와 뷰트라고 합니다. 그 크기가 웅장하면 메사, 봉우리처럼 작은 동산 같은 크기는 뷰트라고 합니다. 이 메사와 뷰트는 강수에 의한 침식작용에 의해 형성된 것입니다. 보통 우리가 잘 아는 현상인 약수물이 졸졸 흐르면 그 물이 바위에 구멍을 뚫는 현상을 많이 봤을 것입니다. 비가 오면서 빗물이 암석들을 때리면 암석들이 점점 깎여 나가는데 그 깎여나가는 정도가 바위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그 중 침식에 강한 물질이 아래 부분을 보호해서 윗부분이 평평한 테이블처럼 지형을 형성하게 되는데요. 바로 이 원리로 인해 생긴 것이 모뉴멘트 밸리라고 합니다.

 

모뉴멘트 밸리는 현재 나바호 네이션이라고 하여 나바호 인디언들의 보호구역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백인들이 북아메리카 인디언 정복을 통해 그들의 땅을 빼앗았는데 그 후 인도적 차원에서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재정지원과 권리를 보장해주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죠. 대부분의 캐니언들은 국립공원 연간 입장권 80$짜리를 구입하면 1년 기간내에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간혹 국립공원과 별개로 나바호족의 자치권들은 따로 요금을 내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물론 모뉴멘트 밸리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연간권이 있으면 따로 돈을 내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모뉴멘트 밸리는 매우 넓기 때문에 주로 차량을 이용해서 관광해야 합니다. 모뉴멘트 밸리 국립공원 입구 근처에는 벙어리장갑 뷰트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곳을 지나면 지평선이 펼쳐지는데 그 위로 뷰트들이 솟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 편의 서부영화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곳이죠. 이 곳은 실제로 서부영화의 명장 존 포드가 수많은 작품을 찍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포레스트 검프에서 톰 행크스가 모뉴멘트 밸리를 배경으로 달리는 장면도 나오는데요. 이런 영화 속 장면들을 재현하고 싶은 관광객들이 많기 때문에 영화 속 촬영장소를 뷰포인트로 지정하여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도록 해놓고 있습니다. 


2. 물이 만들어낸 기가막힌 절경

 

그 다음은 제가 가장 좋아했던 엔탈롭 캐니언입니다. 미 서부 여행중 그랜드캐니언보다 좋았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이곳은 페이지라는 도시에 위치하고 있으며 모뉴멘트 밸리와는 5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입니다. 그랜드 캐니언에서는 원래 2시간 정도면 가는데 그 당시 18번 도로가 공사 중이라 돌아가야 해서 4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이 곳 엔탈롭 캐니언은 옛날 몬순 시기에 내렸던 폭우에 의해 넘쳐 흐르는 물줄기가 바위들을 깍으면서 형성된 지형입니다. 이 지역은 은근히 폭우와 비가 많이 내립니다. 여행가기 전에 이곳 날씨를 꼭 확인해서 우비나 우산을 꼭 챙겨가길 바랍니다. 안 그러면 저처럼 그랜드 캐니언에 고립될수도 있습니다ㅠㅠ 비맞으면서 2시간동안 구조를 기다렸던 해프닝이 있기도 했습니다. 현재도 폭우가 많이 내려서 이 곳 엔탈롭 캐니언은 지금도 계속 계곡이 깍여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2006년에는 36시간 동안 폭우가 내려 범람이 지속되면서 5개월간 관광지를 폐쇄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엔탈롭 캐니언은 크게 두개로 나뉘어집니다. Upper와 Lower입니다. Upper가 엔탈롭 캐니언 중 가장 멋있는 절경을 자랑하고 있으며 우리가 흔히 보는 윈도우 컴퓨터 배경화면으로도 나오는 사진이 바로 Upper 엔탈롭 캐니언입니다. 하지만 Upper는 수 개월전에 가이트 투어를 예약해야 들어갈 수 있으며 인원도 10명 단위로 매우 한정되어 있어 빠르게 예약을 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Lower는 바로 23$만 내면 바로 볼 수 있습니다.

 


이곳도 가이드가 따라붙어 같이 구경을 합니다. 인디언 청년이 와서 가이드를 해주는데 바위가 있는 평야에서 갑자기 사다리를 타고 땅 밑으로 내려가라고 합니다. 갈라진 바위 틈새가 있는데 그 안으로 들어가면 정말 입이 딱 벌어지는 절경들이 펼쳐집니다. 엔탈롭 캐니언은 다른 거대한 계곡과는 다르게 매우 좁고 협소합니다. 마치 동굴 같지만 천장이 막혀있지는 않습니다. 하여 그 사이로 들어오는 태양 빛이 계곡 안을 비추면서 형성되는 장면은 마치 사람이 만든 조각품인 것 처럼 매끄러운 곡선을 나타내며 퇴적암 특유의 층리는 마치 바위가 물결치는 것 같은 형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말 초현실적으로 기가 막힌 절경들이 펼쳐집니다. 여기서는 사진을 찍기만 하면 작품이 됩니다. 하여 수많은 포토그래퍼들이 찾는 장소로도 유명합니다. 이 곳을 다보는데는 30분이면 충분합니다. 

 

다보고 계단을 오르면서 밖으로 나오면 사막 같은 평지가 펼쳐집니다. 그래서 모래바람이 억수로 많이 부는데 머리랑 입에 모래 다들어가고 모래가 피부를 때리는데 어찌나 따갑던지 반드시 살을 보호할 수건이나 모자, 두건을 얼굴과 머리에 두르고 가시기 바랍니다.


3. 돌들이 만들어낸 정원

 

그 다음은 브라이스 캐니언입니다. 유타 주에 위치하고 있는 브라이스 캐니언은 첨탑처럼 솟아 있는 수많은 후두(바위기둥)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곳은 자이언 캐니언과도 2시간 거리이기 때문에 브라이스와 자이언을 같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두 국립공원 중간에 위치한 케납이라는 도시에 숙소를 잡고 관광 계획을 세우면 매우 유용합니다. 브라이스 캐니언에 도착하면 차를 타고 해발 2400m까지 올라갑니다. 가장 끝자락에 도착하면 레인보우 포인트라는 곳에 도착하는데 이곳은 고도가 높다보니 한여름에도 시원한 기후가 감지됩니다.

보통 그랜드 캐니언도 고도가 높아 7월에도 서늘한 편이었습니다. 그 서늘한 기운에 반팔 반바지 입고 우비도 안 챙겨가서 비 쫄딱 맞으며 몸을 웅크리고 2시간동안 떨었으니... 날씨 정보는 꼭 확인하고 가기 바랍니다~!! 꼭!! 브라이스 캐니언의 레인보우 포인트에 들어서면 원형극장같은 지형 안에 솟아 오른 후두들이 눈에 딱 들어옵니다. 이 지형은 중생대 후기에서 부터 신생대 전기까지 퇴적된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곳은 예전엔 거대한 호수였는데 그 시절에 퇴적된 사암과 실트, 석회암이 절경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이런 후두처럼 독특한 모습이 형성되는 이유는 풍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석회암이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는 빗물과 만나면 매우 독특한 지형을 형성합니다. 녹으면서 석회암이 탄산칼슘 형태로 씻겨 내려가서 겨울이 되면 이 물이 바위틈에서 얼어붙습니다. 물이 얼면 부피가 팽창하게 됩니다. 고도가 높은 곳에서는 이런 부피 팽창 반복이 1년에 200번 정도 반복된다고 합니다. 풍화에 강한 사암이나 실트스톤은 남으면서 후두라는 것을 형성하게 됩니다. 하지만 풍화에 강할 뿐 언젠가는 이것도 풍화가 되긴 한다고 합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이 후두도 붕괴된다는 것이죠. 그러니 붕괴되기 전에 다들 가서 관광하시길 바랍니다. 물론 붕괴되는데 몇 십년은 걸리겠죠?

 

 

전 이곳에서 지상에 차를 바치고 등산을 했습니다. 이곳 트래킹 코스는 그다지 길지 않습니다. 차를 타면서 뷰포인트만 보는 것 보다는 직접 등산을 하면서 브라이스 캐니언의 절경을 구석구석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른 캐니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차를 타면서 포인트만 보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시간이 부족한 분이면 모르겠지만 오랜 세월동안 물과 불, 바람 그리고 생명이 만들어낸 콜로라도 고원의 산과 계곡을 직접 느끼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여유가 되어 국립공원 내부에서 숙소를 잡고 캠핑을 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