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닷물, 강렬한 햇볕, 맑은 공기, 그 속에서 피어나는 하얀 결정 무더기. 천일염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입니다.
천일염이 최근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적극 문제를 제기하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지난 24일에는 천일염 생산자 조합인 대한염업조합이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지금껏 천일염을 애용해온 소비자들은 헷갈립니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요. 천일염을 그대로 먹어도 되는 것일까요. 양측 주장을 정리해봤습니다.
천일염 논란을 다룬 경향신문 삽화 |
■칼럼니스트 황교익 “천일염은 좋은 소금이 아니다”
국립국어연구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바닷물을 햇볕과 바람에 증발시켜 만든 소금. 해수(海水)를 염전의 저수지, 증발지, 결정지(結晶池)로 차례차례 옮겨서 태양열, 풍력 따위로 수분을 증발ㆍ결정시켜 만든다’고 설명합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도 많이 소개된 염전이 바로 천일염을 만드는 곳입니다. 바닷물을 끌어들인 뒤 소금이 나올 때까지 자연 증발을 시킵니다. 노동자가 땀을 뻘뻘 흘리며 밀대를 밀면 하얀 소금이 한쪽에 쌓입니다.
2010년 10월 전남 신안군 비금도의 한 염전에서 일꾼들이 소금을 일구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소금을 만드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그 방법에 따라 소금 성분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천일염’은 염전에서 해수를 자연 증발시켜 얻기 때문에 미네랄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합니다. ‘재제염’은 원료 소금을 용해, 탈수, 건조 등의 과정을 거쳐 다시 재결정화로 제조한 소금인데, 흔히 꽃소금이라 불리며 불순물이 적습니다. ‘태움·용융소금’은 원료 소금을 태우거나 녹여 원형을 변형시킨 소금으로, 죽염이 가장 유명합니다. ‘정제염’은 바닷물을 정제해 탁질과 부유물을 제거한 후 이온교환막을 통해 중금속과 불순물을 걸러내고 증발관으로 끓여 만든 소금인데 염화나트륨 농도가 가장 높고 청결합니다. ‘가공염’은 이들 소금에 식품 또는 첨가물을 가한 소금을 말합니다.
황교익 칼럼니스트 경향신문 자료사진 |
황교익씨는 이중 천일염을 비판합니다. 간단하게 줄이면 ‘수년전부터 각광받는 천일염은 좋은 소금이 아닐 뿐더러, 한국 전통 소금도 아니다’란 주장입니다.
지난달 23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황씨는 “천일염이 건강에 좋다, 그러니까 미네랄이 많다는 말 자체가 비과학적”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천일염은 정말 좋은 소금일까?)
황씨는 “3년 정도 묵히면서 천일염의 간수를 빼는데, 간수의 주요성분이 마그네슘”이라며 “간수를 빼내야 더 좋은 소금이라고 하면서, 한편에서는 마그네슘이 많으니 더 좋다라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다”고 말합니다. 또 “천일염은 1907년도에 대한제국에서 소금을 쉽게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본에서 가져왔다”며 “우리 선조들은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얻었다”고 설명합니다. 천일염은 한국 전통방식이 아니라 일본에서 들여온 ‘수입품’이란 겁니다.
무엇보다 이번 논란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천일염이 더럽다’는 황씨의 주장입니다. 황씨는 “(염전) 비닐 장판에 환경호르몬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그 장판들이 찌그러지고 깨지고 구멍이 난 데가 듬성듬성 보이는데, 그 깨지고 뜯어진 비닐장판들은 어디로 갔는가 한번 생각해 볼 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염전에) 표층의 바닷물을 끌고 온다”며 “그 안에 여러가지 부유물들이 같이 들어가 있다. 보통 개흙이 그 안에 들어가 있다고 보시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황씨는 세균 문제도 거론했습니다. 황씨는 “소금은 살균작용을 하니까 세균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일본에서는 식용소금에 대해 세균 기준이 있는데, 우리는 그 기준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2일에는 자신의 블로그(http://blog.naver.com/foodi2/220458567966)에서 “나는 정부 기관에서 발표한 자료에서 천일염이 비위생적이라는 ‘사실’이 적시되어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알리고 있을 뿐”이라며 해당 자료를 링크했습니다. 황씨가 링크한 자료는 2013년 12월 한국식품저장유통학회지에 실린 ‘채취시기 및 생산방법에 따른 천일염의 성분 분석’이란 논문으로 연구자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식품자원부 기능성 식품과의 김영섭, 김행란, 김소영씨로 되어 있습니다.(▶논문보기) 이 논문에는 “9~10월에 수집한 시료에서 일반세균, 연쇄상 구균 및 호기성 호염균이 상당히 높게 검출되어 관리 기준 마련 시 생산시기를 고려한 강화 방안도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천일염 생산자단체 “황씨의 발언은 왜곡되고 악의적”
천일염 생산자 단체인 대한염업조합 제갈정섭 이사장은 황씨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제갈 이사장은 26일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천일염에) 갯벌성분이 있지만 몸에 해로운 정도는 아니다”라며 “세균 기준이나 규격이 없는 것도 소금에서는 세균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황씨의 주장과 달리)천일염은 중국에서 건너와 한국에서 발전을 시킨 방식”이라며 “(황씨 주장처럼) 일본과 대만에서 염전이 사라지는 것은 천일염 문제가 아니라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대한염업조합 홈페이지에 소개된 제갈정섭 이사장 |
제갈정섭 이사장은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이 황씨 지적과 달리 전혀 더럽지 않으며, 환경오염 우려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천일염은 개펄에 있는 불순물과 유해물질 우려 때문에 지난 45년간 식용 불가능한 ‘광물’로 분류됐다가 2008년 3월 천일염 중금속 기준규격을 설정하면서 다시 ‘식품’으로 인정받게 된 ‘과거’가 있습니다. 이후 정부의 천일염 장려 정책으로 그 위상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우려가 남아있기도 합니다. 제갈 이사장은 “우여곡절 끝에 식품으로 전환된 뒤 정부지원도 있었고, 염전소유주들의 막대한 투자도 있었다”며 “염전 95% 이상이 환경호르몬 우려가 없는 장판을 사용하며, 창고 지붕에도 슬레이트를 더 이상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제갈 이사장은 또 “황씨는 서해안 바다가 오염됐다고 하는데 그럼 소금 뿐 아니라 모든 어자원을 먹으면 안되는 것 아니냐”며 “황씨가 과거에 홍보하던 법성포 영광굴비도 지금까지 천일염만 사용해 만들어 왔는데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거냐”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앞서 지난 24일 대한염업조합도 전라남도 목포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산 천일염은 지난 2008년 광물에서 식품으로 전환되며 낙후된 염전시설을 위생적이고 안전한 친환경소재로 바꾸는 등 명품화에 온 힘을 쏟고 있다”고 했습니다. 조합은 성명서에서 “음식 칼럼니스트 A씨가 케이블채널 등 여러 방송에 출연하면서 쌓은 인지도와 명성을 이용해 천일염은 ‘위생적으로 더러워서 먹어서는 안 된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다”며 “A씨는 언론 인터뷰와 블로그, 페이스북에 올린 100여 건의 글에서 ‘신안 일대에서 대부분 생산되는 천일염은 오염된 서해안 바닷물로 만들어졌으며 환경호르몬과 대장균 등 세균이 포함돼 있고 심지어 염생식물 제거를 위해 농약을 살포한다’는 거짓과 왜곡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A씨는 물론 황교익 칼럼니스트를 말합니다.
양측 주장은 팽팽합니다. 결론은 어떻게 날까요.
황씨는 27일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에서 “나는 저널리스트로서 천일염 현장과 자료를 확인하고 이를 대중에게 알리는 일을 할 뿐”이라며 “현재 천일염 논란의 핵심은 ‘과학적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또 “천일염 논란의 1차적 당사자는 과학자”라며 “이 문제에 대한 실체를 국민이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여러 과학자들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의견들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한염업조합도 ‘과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제갈 이사장은 “조합 고문변호사에게 자문을 받았고 천일염 연구센터가 학술적으로 검토를 다 하고 있다”며 “앞으로 민사·형사 소송을 모두 진행하고, 실력행사도 준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천일염과 정제염을 비교한 데이터들이 이미 다 있다”며 “수치로 보여드리겠다”고도 말했습니다.
어떤 소금을 먹어야 할까요. 경향신문 자료사진 |
자, 이제 ‘천일염 논란’은 2라운드로 넘어갈 듯 싶습니다. 일단 염엄조합이 여러 데이터들을 준비하고 있다니 그걸 기다려보는 게 순서겠죠. 이후 활발한 ‘과학적 토론’이 벌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결론이 나오든 소비자들은 ‘선택’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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