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헌
주경야독(晝耕夜讀). 낮에는 밭을 갈고 밤에는 독서를 한다.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한다는 말이다. 옛날에는 이 말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공부한 사람을 일컫는 표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각도에서 이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주변을 돌아보니까 40~50대 중년 부인들의 60~70%가 우울증이나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전에는 우울증 하면 소수의 사람들이나 걸리는 증상으로 알았지만, 이제는 우울증이 국민병 비슷한 증상으로 한국의 중년층에 만연해 있다.
남편은 밖에 나가서 바쁘고, 1~2명 되는 아이들은 이미 커서 부모 품을 떠났고, 젊음은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돈도 없고 몸은 늙었다. 남은 생은 뻔하다고 느껴진다.
50대 초반에 조기 퇴직한 남자들의 상당수도 역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의 중년들이 이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서 선택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등산이다. 땀 흘리며 자연 속을 걷다 보면 심신이 상쾌해진다. 전국의 산악회가 중년들로 성업 중이다. 그러나 등산 가지고는 부족하다. 어찌 보면 등산은 자동차의 공회전과 비슷하다. 육체노동이 등산보다 한 수 위라고 여겨진다.
노동은 몸도 움직이면서 생산이 따르기 때문이다. 육체노동은 보람과 의미를 준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울증이 찾아오는 중년에는 ‘주경야독’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따지고 보면 인간은 수천 년 동안이나 낮에는 밭을 가는 생활을 계속해 왔다. 이 패턴이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 50년 동안 ‘주경’(晝耕)이 없어지게 된 것 아닌가.
낮에 흙을 만질 수 없게 되면서 유전자에 급격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겪어보지 못한 낯선 환경으로 돌입하게 된 것이다.
인간은 손으로 흙을 만지고 냄새를 맡아야 근원으로 회귀한다는 느낌을 받는 동물이다.
이게 없어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나는 시간만 나면 시골에 가서 장작을 팬다. 살기 위해서 장작을 팬다.
이 우울증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나무를 하고 도끼로 장작을 쪼개는 것이다.
시골에도 갈 수 없고 도시의 아파트에 살아야만 하는 중년들은 ‘주경’을 대체할 수 있는 ‘신주경야독’을 강구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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