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289

[애송시 100편 - 제 67편] 황인숙 - 칼로 사과를 먹다

사과 껍질의 붉은 끈이 구불구불 길어진다. 사과즙이 손끝에서 손목으로 흘러내린다. 향긋한 사과 내음이 기어든다. 나는 깎은 사과를 접시 위에서 조각낸 다음 무심히 칼끝으로 한 조각 찍어 올려 입에 넣는다. "그러지 마. 칼로 음식을 먹으면 가슴 아픈 일을 당한대." 언니는 말했었다. 세상에는 칼로..

[애송시 100편 - 제 65편] 유치환 - 생명의 서(書)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神)만이 밤마..

[애송시 100편 - 제 63편] 구상 - 그리스도 폴의 강(江) 1

아침 강에 안개가 자욱 끼어 있다. 피안(彼岸)을 저어 가듯 태백(太白)의 허공속을 나룻배가 간다. 기슭, 백양목(白楊木) 가지에 까치가 한 마리 요란을 떨며 날은다. 물밑의 모래가 여인네의 속살처럼 맑아 온다. 잔 고기떼들이 생래(生來)의 즐거움으로 노닌다. 황금(黃金)의 햇발이 부서지며 꿈결의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