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투자에 대한 인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자금이 국가별 주식형 펀드에서 테마(섹터)펀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10~15%대의 안정적인 수익률 실현이 가능하고 상품에 대한 이해가 쉽다는 점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또 증시 상장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하고 있어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연초만 해도 전체 해외펀드 설정액 중 17% 정도였던 테마펀드 비중은 30% 가까이 커진 상태다.
펀드평가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25일 현재 30조8731억원(역외펀드 제외) 규모의 총 해외펀드 설정액 중 테마펀드는 9조140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프라이빗뱅킹 담당자들은 "중국펀드, 인도펀드 설정액 증가폭이 크게 줄고 있다"면서 "요즘 해외펀드 문의 고객 중 절반 이상은 지역 증시 급등락에도 수익률 변동이 작은 테마펀드에 투자하고 있다"고 전한다.
삼성투신운용이 지난달 중순 출시한 '글로벌 워터 펀드'는 한 달 만에 2500억원 넘게 판매됐으며, 맥쿼리IMM운용의 '글로벌인프라재간접 펀드'는 두 달 반 만에 1조5000억원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동남아시아, 친디아, 일본 등의 소비재 섹터 기업에만 투자하는 미래에셋운용의 '컨슈머 펀드' 시리즈는 설정액이 84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단기간 급하게 오른 국내 증시와 글로벌 지역 증시에 부담을 느낀 개인들이 안정성 높은 테마펀드를 선호하고 있어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백경호 우리CS자산운용 사장은 "해외펀드를 크게 '지역'과 '테마'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보면 최근 지역보다 테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면서 "상품에 대한 이해가 쉽다는 점도 개인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익률에 대한 뚜렷한 벤치마크(인덱스)가 존재하는 국가별 주식형 펀드와 달리 테마펀드는 확실한 성과 기준이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안정성은 높지만 해당 테마펀드가 과연 얼마큼 잘했는지 못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힘들다는 이야기다.
현재 시중에는 물펀드, 원자재펀드, 농업펀드, 럭셔리펀드, 헬스케어펀드, 인프라ㆍ리츠펀드, 소비재펀드 등 다양한 테마를 갖고 있는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테마'를 내세우는 만큼 성공 이유는 명확하다.
"지구 온난화로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 수자원 개발업체, 생수업체 등이 뜰 것"(물펀드) "고령화로 인해 건강 관련 기업의 실적 개선이 돋보인다"(헬스케어펀드) "중국 인도 러시아 신흥 부호들의 명품 소비가 늘고 있다"(럭셔리펀드) 등 펀드에 대한 설명은 의외로 간단하다.
반면 대부분 아직 설정된 지 6개월도 안 된 신상품으로 수익률에 대한 검증은 약한 편이다.
리츠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15~25% 정도로 상당히 양호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물펀드 농업펀드 환경펀드 등도 최근 1개월 수익률이 3%대로 높은 편이다.
럭셔리펀드는 1%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부 시장전문가들은 "테마펀드가 과거 중국펀드 인도펀드처럼 또 하나의 쏠림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염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테마펀드는 특정 업종과 주제에 편중되기 때문에 증시가 급등해도 수익률이 안 좋을 수 있다.
자칫 '대박'을 기대하고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는 큰 실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조완제 삼성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테마에 대한 환상은 금물"이라면서 "수익률은 결국 해당 기업 실적에 좌우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래에셋 '컨슈머 펀드'를 총괄하고 있는 응수남 미래에셋 싱가포르자산운용 총투자책임이사(CIO)는 "테마펀드는 분산투자 상품 중 하나"라면서 "수익률 안정성이 높은 만큼 장기 투자용 재테크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용 어> 테마(섹터)펀드 = 특정 국가 증시 위주로 투자하는 해외펀드와 달리 전 세계 증시 상장 종목을 특정 산업이나 테마로 나눠 투자하는 상품을 지칭한다.
가령 원자재펀드는 에너지 금속 목재 등과 관련된 상장 기업 주식을 매입해 운용하게 된다.
[정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