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아직
많은 것들이 남아 있습니다.
모든 것을 잃어 간다고
생각하는 가슴에는
삶이 다하는 날까지
간직하여야 할 사랑과
아직은 향수처럼
가슴에 맴도는 유년의 동심과
가장 큰 삶의 의미와 가치인
성숙한 지혜,
밤하늘의 별을 보며
헤아릴 수 있는
때론 상처도 되고
때론 추억으로 머무는
소중한 인연들이 있습니다.
살아온 세월이 쌓여
지금이 되었는데
끝을 모를 종착역을 찾아
바람따라 애를 태우는 우리들은
늘 앞만 보고 사느라
길가에 흐트러진 들꽃들과
언제나 올려보면
아득한 그리움처럼 떠오르는
가슴 벅차도록 아름다운 저녁놀,
별,바람,달빛들은
먼 산마루에 걸어두고
피면 질까
두려운 젊음을 불사르며
정열로 살아온 삶이었고
달빛 넉넉한
아름다웠던 세월이련만,
살아 온 존재의 가치조차 망각하고
산다는 것 전부를
빗줄기에 힘없이
떨어지는 꽃잎되어
쓸쓸한 하루를 맞고 있습니다.
마치
청춘의 회한을 쓸어내기라도 하듯이...
하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더 큰 삶의 의미가
자식처럼 남아 있습니다.
청춘을 불사르느라 돌아보지 못한
그리움과도 같은 많은 날들을
살랑대는 바람결에
향기로운 흙냄새 맡으며
뜨거웠던 한스러운 가슴을
천천히 삭이며
고단했던 우리의 마지막 여정을
자연의 품으로
행복의 미소지으며
찬란하게 걸어가는 것입니다.
그 무엇도 잃었다 하시렵니까.
삶의 성숙으로 얻은 것들과
저멀리서 손짓하는
무지개빛 사랑의 날들이
아직도 많고 많은데...
시방
행복하다 말하고 싶은 날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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