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서생`이라는 영화가 있다.
명망 높은 사대부 집안 자제인 윤서(한석규)가 몸소 음란 소설을 쓰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 권력이나 당파 싸움을 덧없게 여기고 그저 권태로운 양반의 삶만을 살아가던 주인공 윤서는 어느 날 일생 처음 보는 난잡한 책을 접하면서 묘한 흥분을 느끼게 된다.
급기야 자신과 중전의 실제 연애담을 소재로 한 음란소설을 쓰고 이것이 요즘 말로 `대박`을 터뜨리면서 더 큰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는 내용이다.
윤서의 소설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획기적인 아이디어 덕분에 큰 인기를 끄는데 이 아이디어란 다름 아닌 삽화다.
이 대목을 보면서 옛 조상들의 춘화도가 자연스레 생각났다.
우리나라에서 춘화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조선시대로 추정된다 . 사신으로 중국을 오가던 관리나 역관들이 몰래 갖고 들어온 것이 춘화의 주된 유통 경로였다.
밀수된 춘화는 사대부를 포함한 양반사회에 은밀하게 널리 퍼졌고 그 영향으로 혜원 신윤복과 단원 김홍도, 유운홍 등에 의해 조선식 춘화가 등장한다.
사실 이들의 춘화도는 요즘에 봐도 낯이 확 달아오를 만큼 노골적이고 야하다.
온갖 신체 부위는 물론이고 다양한 체위가 등장해 놀라울 정도다 . 유교적인 규범에 얽매여 운신의 폭이 좁았던 당시 양반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욕구를 해소할 무엇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 일환으로 춘화도 감상이 선택됐으리라.
성문화는 그 시대의 사회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 김홍도 신윤복의 풍속화가 절정을 이뤘던 영ㆍ정조 시대는 상업의 발달, 성리학의 퇴조, 무역을 통한 외래문화 유입 등이 겹쳐 성에서도 부흥기를 맞은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현대의 춘화도는 어떤 모습인가. 인터넷에서 특정 단어를 입력하면 음란 동영상 사이트 주소가 바로 뜬다.
여기를 클릭하면 바로 해당 사이트에 접속돼 무료로 음란물 동영상과 사진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스팸메일을 통해 무작위로 음란 동영상이 살포되기도 한다 . 자신이 검색한 것이든 무작위 살포에 노출된 것이든 이런 부류의 `현대판` 춘화도에 중독되고 있다면 문제가 된다.
포르노는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남성을 정상적 성관계로는 만족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문제다 . 여성은 분위기나 애정 등이 성생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남성에게는 시청각 자극이 중요하다.
포르노 사이트에 중독된 남편은 `화끈한 자극`을 원하는 반면 아내는 `따뜻한 성`을 원하면서 부부관계에 갈등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 자극적인 포르노에 빠진 사람은 정상적인 성관계보다 환상 속에서 자위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이 때문에 자위는 가능하지만 부부관계는 불가능한 `특이한 발기부전`이 되기도 한다 . 스스로 생각해도 문제가 있다면 당장 컴퓨터 속의 음란물부터 차단해야 한다.
[한지엽 한지엽비뇨기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