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제주로 혼저옵서…은빛 억새물결, 세상을 훔치다

bthong 2007. 11. 3. 09:26
제주로 혼저옵서…은빛 억새물결, 세상을 훔치다

제주는 요즘 섬 전체가 온통 은빛으로 뒤덮였다. 드르(들판의 제주방언)와 오름(산봉우리), 주위 어느 곳을 둘러봐도 은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다. 바로 제철을 맞은 억새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제주에는 그야말로 억새 향연이 벌어지고 있다.

특이하게도 제주 억새에서는 빛이 난다. 눈이 시릴 지경이다. 육지에서는 그냥 억새풀이지만 이곳 제주에서만은 `억새꽃`으로 불리는 이유다. 바람에 굽이치는 드넓은 억새 물결을 제주가 아니면 그 어디서 경험할까.

사방으로 펼쳐진 바다, 이국적인 분위기, 제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름 휴양지다. 하지만 진짜 제주의 매력을 아는 사람들은 늘 이맘때 제주를 찾는다. 제주에 숨겨진 `가을관광 6선(選)`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억새꽃은 단연 6선 중 으뜸이다. 제주에는 예부터 유난히 억새가 많았다. 오죽했으면 제주에서는 볏짚 대신 억새를 지붕에 얹었겠는가. 이처럼 제주 곳곳이 억새 일색이지만 그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군락을 찾아가야 한다.

대천동 네거리에서 송당 네거리를 거쳐 수산 방향으로 가다 보면 용눈이, 동거미 오름 등 억새 군락이 연거푸 모습을 드러낸다. 조천읍 교래리 산굼부리,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도 억새 멋에 흠뻑 젖어들 수 있는 곳들이다.

억새가 절정을 이루고 있는 오름은 그 자체로 제주 가을을 상징하는 제2선이다. 동거미는 여덟가지 방향 모두 다른 모습이어서 오름의 백미라는 찬사를 받는다.

남태평양을 한 팔에 안고 있는 듯한 모습의 예래동 군메오름도 그에 못지않게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하늘에서 바라본 언덕이 별 모양을 하고 있다는 새별오름은 최영 장군과 몽골 잔당이 전투를 했던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황량한 밤바다를 홀로 지키는 `외로움의 상징` 등대도 쓸쓸한 가을과 잘 어울린다. 바다는 제주 사람들에게 삶 자체다. 그런 까닭에 제주에는 무수한 등대가 있다. 무려 140여 개에 달한다.

하얀등대, 빨간등대, 노란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등대, 유인등대와 무인등대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제주 동쪽 해안에 위치한 세화~구좌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등대들 행렬이 펼쳐진다. 코발트빛 밤바다 위로 저마다 불빛을 뿜어대는 모습은 몽환적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섭지코지(곶) 방두포 등대와 사라봉 산지등대는 아름다운 해안선과 조화를 이뤄 한폭의 수채를 연상케 한다. 제주의 제3선이다.

4선과 5선은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 관광객이 즐기기에 제격이다. 그 첫째가 감귤 따기 체험이다. 이제 막 시작이다. 탐스러운 감귤이 노랗다 못해 붉다. 지금까지는 그냥 주렁주렁 매달아 놓고 있다. 출하 전 신맛을 조절하기 위해서란다.

과일 따기 체험에서 감귤만한 것도 드물다. 일단 감귤나무가 나지막해서 키 작은 어린이들도 따기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먹기 편하고 가져가기도 쉽다.

그 다음이 바로 박물관 여행이다. 제주에는 40개에 이르는 다양한 박물관이 있다. 국내 최초 아프리카 미술전문 박물관인 아프리카박물관, 나비ㆍ곤충 테마파크인 프시케월드,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운영하는 민속자연사박물관 등을 들 수 있다.

"혼저옵서(빨리 오세요), 하영 담앙 갑서(많이 담아 가세요)…." 제주 사람들의 푸짐한 인심은 그 나머지 1선이다. 감귤체험농가 소개는 도청 감귤정책과(064-710-6881), 전반적인 관광안내는 도청 관광정책과(064-710-3321), 제주 종합관광안내소(064-742-8866)를 통하면 된다.

상고대 핀 한라산…겨울이 성큼

상고대 핀 한라산…겨울이 성큼 한라산 윗세오름(1700m) 일대가 영하 2도를 기록하며 초겨울 날씨를 보인 2일 나무마다 안개가 엉겨붙어 생기는 상고대가 활짝 피어나 등산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제주 = 배한철 기자]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