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 지식

여성용 콘돔, ‘찬밥 신세’ 언제쯤 면하려나 ?

bthong 2007. 12. 1. 20:32

사용 불편하고 감 떨어져 보수적인 남편들 거부…
최근 새 디자인 나왔지만 FDA 승인 받으려면 실험비 수백만弗 필요

 

콘돔은 남성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면 ‘여성용 콘돔’이라고 이름은 들어보셨는지…. 여성의 질 내부를 감싸 여성 스스로 임신이나 성병, 에이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피임기구로 ‘페미돔(femidom)’으로도 불린다. 심심치 않게 의학 서적과 인터넷 등에 소개되지만 주변에서 사용했다는 사람은 물론 봤다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 약국에도 없다. 국내에서 만들어지지도 않고 식약청을 통해 정식으로 수입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제조업자·수입업자 모두 “이건 우리나라에서 안 팔릴 게 분명하다”고 외면해 버렸다.

‘性스러운’ 미국에서도 찬밥 신세다. 1993년 제품화가 끝났지만 유행한 적이 없다. 1990년대 후반, 국제 보건 기구 관계자들이 에이즈(AIDS) 예방을 목적으로 제3세계 국가에 여성용 콘돔을 소개했지만 사용량은 기대에 못 미쳤다. 남성용 콘돔의 경우 연평균 60억 개가 가난한 국가로 흘러들어가지만 여성용 콘돔은 그 500분의 1 수준인 1200만개에 불과하다. 가격도 여성용이 3~10배 정도 비싸다.

#에이즈 예방은 좋은데 잠자리 재미까지 ‘예방’

국내 콘돔 제조사인 ‘유니더스’ 박현조 품질관리부장은 “감도가 떨어져 잠자리의 본래 재미가 없어진다는 게 여성용 콘돔이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성병과 에이즈 예방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성행위의 본래 즐거움까지 철저히 ‘예방’한다는 것. 모양도 우습고 행위 도중 소리가 난다는 점도 무드를 깨는 원인으로 꼽힌다

▲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비영리 국제보건기구인‘패스’에서 개발한 여성형 콘돔. /유니더스 제공

사용이 불편하다는 불평도 많다. 질 안으로 잘 밀어 넣어지지도 않고 쉽게 고정이 안 돼 행위 도중 미끄러지기도 한다. 고정용 링이 딱딱해 질 안에 상처를 낼 위험성도 있다.

최근 이를 해결한 새로운 디자인이 등장하기도 했다. 미국 비영리기구 ‘PATH’에서 개발한 게 대표적이다. 이 여성용 콘돔은 폴리우레판 소재로 만들어졌는데, 두께가 얇고 체온을 쉽게 전달해 쾌감을 증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도 기존 여성 콘돔보다 편리하다. 콘돔 끝에 생리대의 일종인 ‘탐폰(tampon)’처럼 생긴 삽입 부분이 있어서 넣기 쉽다. 성행위 도중 잘 떨어지지 않게 접착 부분도 생겼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PATH 조사결과 새로운 디자인 견본을 사용해 본 커플 중 90% 이상이 “사용이 편하고 착용감이 좋았다”고 답변했고, 98%가 “성 만족도가 높았다”고 밝혔다.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의학실험비용도 걸림돌

PATH 기술 책임자인 마이클 프리(Free)는 “그래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고 밝혔다. 새 여성용 콘돔이 아직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남성용 콘돔은 2등급 의료 기구에 속한다. 개발업자는 새거나 터지는지 여부만 검사 받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여성용 콘돔은 1999년부터 3등급 의료 기구로 분류됐다. 새 제품을 출시하려면 심장 박동 장치나 맥박 조정 장치, 인공 실리콘 가슴 소재가 받는 정밀한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세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남성용 콘돔과 달리 여성용 콘돔은 효용성 입증이 안 됐기 때문에 자칫 AIDS에 감염돼 생명의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게 FDA의 이유였다. 심지어 한 자문기관은 ‘콘돔’이라고 부르는 대신 ‘질내 주머니’로 부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3등급 의료 기구에 속할 경우 전문적인 의학실험을 거쳐야 하는데 300만 달러에서 600만 달러의 예산이 필요하다. 프리는 “실패율이 100%에 가까운 장벽”이라며 “누구도 이런 데 돈을 쓰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디자인과 견본 제작을 지원했던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나 ‘레멀슨’ 재단도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의학실험 지원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여성용 콘돔 시장이 작아 개인 투자자에게도 매력적이지 못하다. 여성용 콘돔은 이렇듯 제품 출시부터 진입 장벽이 높다.

또 다른 문제는 규격화다. 현재 남성용 콘돔의 경우 소형(너비: 49㎜, 길이: 최소 170㎜), 중형(너비: 53㎜, 길이: 최소 170㎜), 대형(너비: 57㎜, 길이: 최소 205㎜) 등 사이즈가 국제표준으로 정해져 있다. 여성용 콘돔 규격은 만드는 사람 마음이다. 지난 10월 제주도에서 열린 ‘물리적 피임기구 국제표준화 총회’에 참석했던 유니더스 해외영업부 허광헌 과장은 “여성용 콘돔의 규격과 안전성 검사 방법 등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었지만 결론 도출에는 실패했다”고 전했다.

#보수적인 남편들이 거부

국제보건기구 관계자들은 아프리카나 중동 등 일부 국가에 여성용 콘돔 사용을 권장해왔다. 콘돔을 사용하기 싫어하는 가부장적인 남성 때문에 AIDS에 걸리는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2005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문과학연구소(HSRC) 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HIV 보균자임을 알고 있는 남아공 교사 중 30%만이 콘돔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그러나, 콘돔 사용을 꺼리는 남성이 여성이 사용하도록 내버려둘 리 만무하다.

“남편한테 제가 콘돔을 사용하겠다고 어떻게 말하겠어요? 여기에서 콘돔 사용은 낯선 상대와 섹스를 한다는 걸 의미하거든요. 또 남편을 믿지 못한다는 뜻도 되고요.”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에이즈 퇴치 기구인 ‘SAfaids’에서 일하는 로이스 칭간두(Chingandu)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칭간두는 “대부분의 남편은 처음에는 하기 싫다고 거부하다 나중에는 폭력을 사용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칭간두는 “처음 짐바브웨에 소개된 이후 반짝하는가 싶더니 결국 성매매 할 때만 쓰이는 도구로 전락해 버렸다”고 토로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여성용 콘돔을 만드는 회사는 두 곳이다. 영국 ‘피메일 헬스 컴퍼니’와 인도 ‘메드테크 프로덕트 리미티드’로 각각 ‘폴리우레탄 여성용 콘돔’과 ‘라텍스 여성용 콘돔’을 생산하고 있다.

 

전현석 기자 winw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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