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새만금

2030년 새만금을 상상한다  

bthong 2008. 1. 8. 13:35
  
요즘 한국에는 두 부류 사람들이 있다.

두바이에 다녀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다.

지난해 뜨겁게 달아올랐던 두바이 열풍은 올해 좀 시들해지긴 했다.

하지만 사막의 두바이가 세계적인 물류ㆍ금융ㆍ관광허브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발상의 전환과 이를 가능케 한 실천적 리더십'은 세계 기업인들과 정치 지도자들의 화두가 됐다.

특히 바다를 메워 만든 인공섬 팜 아일랜드는 두바이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종종 이 팜아일랜드에 비견되는 땅이 우리에게도 있다.

바로 새만금이다.

둘 다 바다를 매립해서 만든 인공 땅이고 들어간 자본과 인력, 토목공사 기술 역시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새만금 공사가 시작된 것이 16년 전인 1991년이니 상상력 면에서는 우리가 한발 앞섰다고도 할 수 있다.

두바이야말로 동아시아의 콩알만한 반도국가가 이뤄낸 '한강의 기적', 폐선으로 바다를 막는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했던 불굴의 간척 역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날 뒤늦게 출발한 두바이가 결승점을 코 앞에 두고 있는 반면 새만금은 아직도 출발선에서 신발끈조차 매지 못한 채 어정거리고 있다.

당초 내부 토지와 담수호 개발까지 2004년, 개발 완료는 2014년이 목표였으나 환경 논란 속에서 법정 공방과 공사 중단이 반복돼 완공 목표는 2030년으로 늘어졌다.

예전에도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지금의 1년은 속도와 변화 면에서 과거 10년과 맞먹는다.

우리가 새만금에 묶여 있던 16년 동안 다른 나라들은 엄청난 속도로 변화를 일궈냈다.

두바이는 2002년 금융허브를 표방한 지 불과 4년 만에 세계인의 뇌리에 각인됐다.

같은 해 교육허브를 국가 목표로 설정했던 싱가포르 역시 인시아드, 와튼스쿨 등 쟁쟁한 명문 대학들을 유치해 아시아 교육시장을 선점했다.

심지어 동토의 땅 시베리아의 노보시비르스크가 IBM, 인텔 등 첨단 IT기업들을 끌어들여 새로운 실리콘밸리로 부상하고 있고 미국 실리콘밸리는 IT밸리를 넘어 바이오와 클린테크의 에너지밸리로 변신하고 있다.

우리라고 물류허브니 금융허브니 로드맵을 안 그렸던 것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 집권 이후 '로드맵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로드맵이 난무했다.

경제자유구역, 물류거점, 금융허브, 기업도시 등 이름만 거론해도 숨이 찰 정도다.

새만금의 발목을 잡았던 환경 논란이 오히려 새만금의 친환경적 개발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는 계기를 줬다면 이 정부의 설익은 로드맵들도 보다 현실성 있고 창의적인 청사진을 그리기 위한 습작이었다고 치자.

2030년 새만금은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 것인가. 2030년의 세상은 얼마나 변해 있을 것인가.

불과 60~70년 전 농사 지을 땅 한 뙈기를 위해 저 멀리 간도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조상들의 절절함을 기억한다면 서울의 3분의 2, 싱가포르의 절반에 달하는 이 광활한 땅을 누가 개발 주체가 될 것인가, 농사를 지을 것인가 말 것인가 등의 부차적이고 소모적인 논란에 맡겨 놓을 수는 없다.

새만금은 이미 충분히 시간을 낭비했다.

아까운 세금도 들어갈 만큼 들어갔다.

정부 안에서도 "(새만금을 놓고) 부처간에 왔다갔다 하는데 가관도 아니더라"는 관전평이 나올 정도로 곪디 곪은 문제다.

15년도 더 전에 어떤 목적으로, 왜 시작한 사업이었던가는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어떤 목적으로 개발해서 어떤 성과를 거둘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아니할 말로 70%가 아니라 100% 다 농지로 써서 2ㆍ3차산업 이상의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다면 그 또한 대안이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새만금 정도의 거대 프로젝트를 제대로 성공시키자면 사회적 합의가 먼저다.

하지만 빈 도화지를 놓고 합의하자고 할 수는 없다.

국록을 먹는 자들은 더 이상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과거로부터 면죄부를 얻을 생각도 말고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푼 알렉산더 대왕처럼 발상의 전환과 창조적 리더십을 보일 때다.

[부동산부 = 채경옥 차장 chae@mk.co.kr] 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