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형 트렌드는 눈이나 코를 고치는게 아니라 턱 모양을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둥근 턱선보다 V자 턱선이 인기 절정이라는 것. 예로부터 여성의 피부와 얼굴선을 중요시했다. 생산을 잘하는 일명 '다산상(多産相)'을 얼굴선을 통해 힌트를 얻으려 했음이 분명하다.
여성의 외모 하나로 아기를 잘 낳을지 못 낳을지 단박에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놀랍게 들릴지 몰라도 여성의 외모만큼이나 자궁의 모양도 천차만별이다. 외모 하나에 콩깍지가 씌어 결혼을 결정하는 수많은 남성에게 고백건대, 자식 낳는 일이 아니더라도 남성이 그토록 바라는 속궁합을 위해서라도 자궁이 예쁘고 건강한 여성을 만나야 한다.
본래 자궁의 모양은 마치 양쪽으로 땋아놓은 처녀의 머리 같아야 정상이다. 계란만한 자궁 양쪽으로 여자아이의 땋은 머리처럼 나팔관이 달렸고, 끝은 풀어 헤쳐져서 말미잘 같은 모양이다.
의외로 기형적 자궁이 많다. 토끼 귀 모양으로 자궁이 두 개로 갈라져 있거나, 복강 내에 유착된 자궁도 다반사다. 심지어 자궁과 나팔관이 대장이나 복막에 붙어 있기도 하고, 자궁이 제 자리에 있지 못하고 전후좌우의 한쪽 구석으로 쏠려 있는 예도 많다.
자궁내막은 또 어떤가. 자궁 안쪽을 싸는 막으로 태아가 착상하는 중요한 자리가 바로 자궁내막이다. 대개 배란기가 되면 내막에 세 개의 줄인 트리플 라인이 형성되는데, 배란기에도 이런 선이 없거나 울퉁불퉁한 여성들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여성은 젊더라도 임신이 잘 안 된다. 또 뱃살이 많은 비만 여성의 자궁내막은 충격적이다. 마치 벌집 모양과 같은 자궁내막을 가졌기 때문이다. 불임병원을 찾는 여성들 중, 열에 대여섯은 이런 자궁과 자궁내막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긴 산부인과 의사가 아닌 다음에야 일반 남성들은 여성의 클리토리스와 외음순, 소음순 모양이야 볼 수 있겠지만 몸 속 깊이 숨겨져 있는 자궁의 모양을 알 턱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궁 모양이 예쁘고 건강한지는 성교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자궁이 건강하지 않다거나 건강하더라도 기형적 자궁이거나 혹이 있다면, 성교시 오르가슴은커녕 통증을 느낄 것이 뻔하다.
이런 여성들은 항상 아랫배가 불쾌하다고 말했을 것이고, 심한 생리통을 호소하면서 데이트조차 마다했을지 모른다. 결혼한 지 십수년이 지나도록 아내가 오르가슴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면 남편으로서 자질부족을 자괴하지 말고 아내의 자궁건강이나 기형적 자궁을 의심해 봐야 한다.
농사꾼이 씨앗 뿌릴 땅을 고를 때 '땅의 모양은 울퉁불퉁하지 않고 둘쭉날쭉하지 않으며 평평하고, 흙의 질은 촉촉하고 깨끗해야 하며, 따뜻한 것이 기본'이라고 했다고 한다. '땅을 기름지게 하기 위해 퇴비를 많이 주는 것보다 애초에 좋은 땅을 골라서 씨를 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농부의 말은 참 의미가 깊다. 모든 만물이 땅을 통해 새싹을 틔우듯이 인간은 자궁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온다. 자궁이 생명탄생의 원천이란 걸 잊어선 안 된다.
황진이, 장녹수, 양귀비 등 역사 속에 등장하는 최고의 미인들에게 우리는 '명기'라는 애칭을 붙인다. 일명 베겟머리 기술이 뛰어나서 남자를 무릉도원으로 도달케 하는 명기(名器)를 소유한 여성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명기란 기술일까, 아니면 타고나는 것일까? 명기와의 하룻밤이 도대체 어떠한 느낌이기에 수많은 남자들이 생애 딱 한번만이라도 만나길 소원하는 것일까? 이런 명기 예찬론이 한때 '속(?) 좁은 여자가 질(?) 좋은 여자'라는 유행어를 만들 정도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고난 명기는 있긴 있다. 하지만 좀처럼 보기는 어렵다.
명기로 평가받는 질(膣)은 특수한 조직과 수축력을 지닌다. 중국 고전에 '명기란, 질 안에는 지렁이 1000마리가 들어있고 질 천장에는 좁쌀이 달려있다'고 전한다. 실제로 명기는 질벽에 톱니바퀴를 연상케 할 만큼 유난히 돌기가 많다. 상상해 보라. 질 입구의 벽에 0.5cm의 가시 같은 돌기가 빽빽이 돋아나 있고 수축력까지 뛰어나다면 제 아무리 변강쇠라 할지라도 터널 진입과 동시에 폭발해버릴 것이다.
상당수 남성들은 여성의 작고 아름다운 입술을 보면서 질이 예쁠 것이라고 기대한다. 여성 성기의 명칭인 소음순과 대음순에 '입술 순(脣)'을 쓰고 있고, 라틴어에서도 소음순을 뜻하는 'labium minora'에서 'labium'이 입술이란 뜻이다.
하지만 입술과 여성 성기의 연관성을 찾기는 어렵다. 또 어떤 이들은 보조개가 있는 여성의 성기가 예쁠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 또한 맞지 않다. 보조개는 얼굴의 근육 사이에 생긴 틈에 피부가 달라붙어 생기는 현상에 불과하다.
남자의 경우도 짚어보자. 코가 큰 사람이 음경이 클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코의 크기는 기후와 상관이 있다. 춥거나 먼지가 많은 환경에 사는 사람들은 폐의 보호를 위해 코의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코가 커진다. 음경의 크기는 손과 발의 크기와 상관이 있다는 설이 믿을만하다. 최근 쥐의 발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없앴더니 발과 페니스가 없는 쥐가 태어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국에선 당나라 때부터 여자의 발을 인위적으로 작게 하기 위해 헝겊으로 묶던 전족(纏足)이란 풍습이 있었는데, 여자가 귀하던 시절에 도주 방지의 목적도 있었겠지만, 여성의 발이 작으면 성기가 아름다울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을 것이다. 전족한 발로 뒤뚱거리면서 걷다보면 허리와 회음 부분이 단련되어서 섹스에 도움이 된다. 요즘 여성들의 하이힐이 그런 효과가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경국지색의 대명사로 불리는 양귀비도 현종의 손바닥 위에서 춤을 출 정도로 발이 작았다고 한다.
중국고전에서 중요한 명기의 조건으로 '질 입구는 끈 달린 주머니 같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천적으로 입구가 좁고 괄약근의 탄력이 강한 질이다. 오랫동안 정액을 머금으며 지속적으로 정자를 자궁 쪽으로 보낼 수 있어서 임신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질인 셈이다. 불임환자들만 진료하는 필자가 명기를 보기 어려운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나이트클럽 전단지에 등장하는 흔한 문구다. 여기서 '물'은 섹시하고 예쁜 여자를 표현한다. 세상의 남자들이 과연 여자의 '물'을 알고 말하는 걸까, 의문이 생긴다.
산부인과적 견해에서 보면 '물 좋은 여자'는 섹시함보다는 깨끗함이자 높은 생산력을 상징한다. 여성의 그 곳에 흐르는 좋은 물은 건강한 생식기를 암시하는 것이고, 생식기가 건강하다는 건 번식력이 뛰어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그 곳에 있는 물은 두 종류. 자궁 입구에서 나오는 '점액'과 질에서 나오는 '질액'이다. 먼저 점액은 평소에는 매우 점성이 높아 자궁 안으로 어느 것도 출입이 안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쉽게 표현하면 성교시 페니스의 끝이 닿는 곳이 질의 끝부분이자 자궁 경부(입구)인데, 여기에서 끈끈한 점액을 만들어 틀어막음으로써 온갖 세균으로부터 자궁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 보호 차원이다.
심지어 정자조차 자궁 입구의 점액을 뚫지 못할 정도라면 알만 하지 않는가. 하지만 신이 종족번식을 위해 허락한 절묘한 타이밍인 배란기가 되면 페니스에서 분출된 정자가 점액을 뚫고 자궁 안으로 진출해서 나팔관까지 갈 수 있게 된다. 이때 끈끈하던 점액은 이슬처럼 영롱할 정도로 맑아져서 정자의 통과를 허락하는 것이다. 제 아무리 자궁을 지키는 철통 점액이라도 방어능력이 느슨해질 때가 또 있다. 바로 생리 때다. 생리 때에는 점액에 의한 방어선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세균이 질을 통해 자궁까지 올라갈 수 있다. 만에 하나 자궁에 세균이 침입하면 자궁은 물론 나팔관까지 망가질 수 있고 가임여성이라면 이는 치명적이다.
자궁이 현관이라면 질은 정원이다. 현관을 지키기 위해 정원 역시 건강해야 한다. 정원이 오염되지 않았다는 건 의외로 간단히 알 수 있다. 바로 맛과 냄새다. 건강한 질에 흐르는 분비물은 요구르트 먹을 때 느끼는 신맛이 난다. 질액은 나쁜 세균을 물리치기 위하여 락토바실러스(유산간균)라는 세균을 키우는데, 이 세균은 질벽에 있는 글리코겐이라는 당을 분해하여 산도 4.5~5 정도의 유산을 만들어내므로 나쁜 세균의 생존과 증식이 불가능하다. 좋은 세균을 키워 나쁜 세균을 견제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방법을 방어기제로 사용하는 것이다. 강산성 환경에서 정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알칼리가 되는 수밖에 없다. 사정되는 정자는 알칼리성의 정액과 사정 직전에 섞여서 질속의 산성 환경에서 살아남는다.
질 속에 나쁜 세균이 득실거리면 냄새부터 고약해진다. 그들은 글리코겐을 이용하지 않고 단백질과 지방을 분해하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에 사정된 정자는 금방 죽어버려 임신이 될 리가 없다. 오럴 섹스를 즐기는 남편이라면 아내의 질 상태를 금방 알 수 있다. 실제로 금슬이 좋은 부부들이 자궁근종이나 종양을 초기에 발견해 병원을 찾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옛말에 '정자(亭子) 좋고 물 좋은 곳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생식에 관한 한 '물 좋아야 정자(精子)도 좋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촉촉이 물올랐다'는 표현이 있다. '적당히 젊고 섹시한 여성'을 두고 남성들 사이에 은어로 통용된다. 요즘은 좀 달라졌다. 섹시함이 아니라 청순함. 즉 물기를 가득 머금은 듯한 피부를 가진 그녀를 물오른 미인으로 꼽는다. 아니나 다를까, 여성들 사이에선 투명 메이크업에 이어 '생얼' 메이크업, '물광' 메이크업까지 유행이라고 한다. 나이를 막론하고 청순해 보이기 위한 노력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피부가 좋은 여성은 생식기가 아름답고 무엇보다 씨(난자)가 건강하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여성이 건조하고 푸석푸석하고 기미가 끼기 시작하는 나이를 '30대 중반을 전후해서'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생식학적으로도 서른다섯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마다 인체시계가 달라서 노화가 빨리 올 수 있고 느리게 올 수 있지만, 여자 나이 35세는 생식학적으로 노화의 시작이다. 특히 난자는 세월을 속일 수 없다.
현미경으로 보면 난자는 정말 눈부시다. 동그란 난자의 주위로 햇살이 막 돋아나는 듯한 세포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물기를 가득 머금은 해바라기가 연상될 정도다. 난자는 생명의 근원이다. 정자는 단순히 유전자만 전달해 준다. 그것도 반쪽만.
난자의 질이 나쁘면 해바라기 모양이 찌그러지거나 엉뚱한 모양을 띤다. 이런 난자는 수정되더라도 세포분열 후에 세포가 하나하나 깨져버리기 일쑤다.
난자의 상태는 젊으면 젊을수록 좋다. 여성은 평생 쓸 난자를 20만~40만 개 가지고 태어나는데, 초경이 시작된 후 뇌하수체에서 매달 '배란하라'라고 명령하면 우수한 난자부터 골라서 배란하기 때문이다. 30세 전까지 군대로 치면 '선발대' '별동대' 같은 우수한 난자를 다 써 버리고, 35세가 넘으면 질 나쁜 난자만 남게 된다. 35세라면 겉으로는 멀쩡하겠지만 생식학적으론 환갑을 맞이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요즘 마흔살이라고 해봐야 미시족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불혹의 여성이 햇살 돋는 해바라기 난자를 갖고 있을 경우는 10명 중에 1~2명밖에 안 된다. 그런 난자를 지닌 여성들은 대부분 피부미인이다. 난자의 질이 좋을수록 피부에 윤기가 흐른다. 나이에 비해 피부가 촉촉하고 건강해서 진정 '생얼짱'이란 얘기다.
피부가 세월의 리트머스 종이라면, 난자는 환경의 리트머스 종이다. 난자의 질은 세월 못지않게 스트레스 같은 외부환경에 상당히 영향을 받는다. 난자의 질이 좋았던 여성이라도 몇 달간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찌그러지고 깨져있다. 실제로 임신이 잘 되지 않는 여성의 상당수가 스트레스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운동을 많이 하고 규칙적인 여성일수록 난자가 싱싱하고 덜 늙는 편이다.
요즘 대선 열기로 전국이 뜨겁다. 세상 모든 여성들의 바람은 출산과 양육을 정책적으로 후원받는 것이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말한다면 일명 '난자 보호정책'이다.
여풍시대에 '알파걸'은 많지만 '알파우먼'은 적어지는 이유가 뭘까. 1인 3역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결혼해서 싱싱한 난자로 여러 자식을 잉태하게 하려면 '출산ㆍ육아 시 돈 준다'는 공약보다 직장에 대한 보장이 약속되어야 할 것이다. 백성이 있어야 임금도 있고 백성은 여성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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