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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左腦<좌뇌>가 멈추는 순간, 행복을 깨달았다"

bthong 2008. 7. 7. 00:38

어느 날 당신의 언어를 관장하는 좌뇌(左腦)가 정지된다면? 그래서 말을 못하는 대신 감성을 관장하는 오른쪽 뇌만 남아있다면? 이 극단을 체험한 미국 하버드대 뇌 과학자 질 테일러(Taylorㆍ49) 박사는 “좌뇌가멈추는 순간 행복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촉망 받던 뇌 과학자였던 테일러 박사의 왼쪽 눈 뒤의 혈관이 서른 일곱되던 해 겨울 터졌다. 더 이상 걷지도, 말하지도 못했다. 읽고 쓸 수도 없었다. 그는 “마치 리모컨의 음 소거(消去) 버튼을 누른 듯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고 했다. 테일러는 당시 경험을 책으로 펴냈다. ‘통찰력을 준 나의 뇌졸중(My stroke of insight)’은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는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08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다. 그를 지난달 20일 인터뷰했다. 

 

▲ 뇌졸중으로 좌뇌(左腦)가 멈춘 경험을 한 질 테일러(Taylor?49) 박사는“우뇌를 주로 쓰는 훈련을 해야 하며, 우뇌를 쓰면 상황을 큰 그림에서 보고 최적의 상황으로 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세 기자

―뇌졸중을 경험하기 전에 당신은 어떤 사람이었나.

"나는 매우 분석적이고, 조직적인 사람이었다. 하버드대에서 성공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정열적이고 일에 집중하는 연구자였다."

뇌졸중 이후 테일러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연구실에서 나와 음악과 미술을 즐겼다. 지금은 뇌 교육을 강조하는 교육자로 변신했다. 그는 스테인드 글라스로 정교하게 뇌 조각을 만들기도 한다.

―어떤 경험이 당신을 변하게 했나.

"외부세계와 소통하는 능력을 잃었을 때 나는 좀 더 평화로운 곳으로 옮겨갔다. 평화로운 도취감(euphoria)이었다. 뇌졸중에서 회복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과 계약을 맺었다. 평화를 희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좌뇌기능을 회복하기로 하고 매 순간 의식적으로 선택했다."


―행복감과 열반을 경험할 때 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좌뇌가 작동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을 현대 과학이 개발한 기계에 집어넣고 신을 만나기 위해 기도하는 순간 그의 좌뇌는 침묵한다. 명상에 잠기거나 경전을 외우면 두뇌의 재잘거림을 압도해 자꾸 생각하고 염려하는 것을 멈추게 된다. 조용해지는 것이다. 조용해지면 당신은 현재의 순간으로 이동한다. 내가 살아있구나 하는 경험이다."


―뇌졸중을 당한 순간 리모트컨트롤의 음소거 버튼을 누르는 것 같다고 했는데, 죽음의 경험이 그런 게 아닌가.

"절대 아니다. 그 경험이 끔찍하려면 선입견이 있어야 한다. 그 순간에 선입견이 없이 살아서 존재한다는 게 내게 축복이었다. 나는 선입견이 없었다. 그것은 좌뇌에 속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부정적인 경험이 아니었다. 결국 기절했지만 나는 다시 깨어났다."

―극단의 경험을 하면서도, 당신은 제3자처럼 그 순간을 관찰했다. 뇌 과학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나.

"나는 눈으로 뇌를 들여다보는 과학적 훈련을 받았다. 내 오른쪽 팔이 마비되었을 때 좌뇌 세포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고, 말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어느 쪽에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런 훈련 덕분에 나는 뇌졸중의 경험을 다른 환자와 달리 과학자로서 관찰할 수 있었다."

―당신의 경험으로부터 일반인은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가.

"좌뇌와 우뇌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좌뇌는 언어의 뇌로 과거와 미래에 집중한다. 걱정하고 내부에서 작은 비열한 목소리를 내고, 비판한다. 우뇌는 모으는 역할을 한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있고 직조되어있으며, 나는 그 부분임을 알게 한다. 영화처럼 시각적인 이해를 하도록 한다. 우리는 매 순간 어느 쪽 뇌를 사용할 지 의식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현대 사회가 우뇌보다는 좌뇌를 더 많이 사용하도록 강요하고 있는가.

"적어도 미국사회는 그렇다."

―자신의 과학적 분석 능력이 감소하는 게 두렵지 않았는가.

"나는 더 이상 연구실에서 일하지 않는다. 대신 교육분야로 들어가기로 선택했다. 나는 인디애나 의과대학에서 양자를 이용한 방사능 치료법에 대해 가르친다. 가끔 하버드대학 브레인뱅크에 가서, 두뇌 기증 부족 문제에 대해 교육하기도 한다."

―우뇌를 더 많이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두 뇌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신을 희생자로 여기고, 현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좌뇌가 한다. 우뇌는 상황을 큰 그림에서 보게 하고 최적의 상황으로 돌리게 하도록 한다."

―현대 경영의 키워드는 '창조 경영'이다. 창조성이라는 것이 결국 우뇌와 관련이 있는 것인가.

"나는 창조성을 박스에서 벗어나 사고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좌뇌는 박스다. 박스를 만들고, 이용한다. 우뇌는 '그래 박스는 위대하지만, 나를 거기에 가두지 않겠다'고 말한다. 뭔가 다른 걸 생각하고, 재충전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