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정원 및 정원수 관리

정원에 무궁화 한 그루

bthong 2008. 10. 4.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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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새빛'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그런데 무궁화 꽃이 피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무덥고 습한 한여름의 공원,

방학을 시작한 여름날의 교정,

비산먼지 가득한 도로의 중앙분리대나 도롯가,

뭔가 재미없고 딱딱한 사람들이 일하는 관공서,

인적 드문 여름날의 수목원이나 학교 연습림. 

 

그래서 가까이 해야 하지만(나라꽃이라서)

우리 곁에 가까이 있지 않은 것이 무궁화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사물의 이미지라는 것이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물성(物性) 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정이나 추억들이 개입되었을 때 더 분명하듯이

염천에 피고지고를 반복하는 무궁화가 우리의 눈에는

그리 고운 이미지를 부여받지는 못 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짜증나는 한여름의 무궁화와

눈부신 계절의 여왕 5월의 장미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은 분명히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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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일산호수공원.

 

설상가상 이런 느낌의 무궁화가 더욱 안스러운 것은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궁화는 잎이 나고 그 곁자리에 꽃이 피는 나무라

초록의 배경 위에 꽃의 콘트라스트와 구성비에 따라 시각적 이미지가 많이 달라지는 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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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통일'

 

잘 관리하면 화사하고 분명하게 보이기도 하고

아니면 꽃이 잎에 비해 매우 부실하게 보이기도 하는 것이 무궁화입니다.

올 휴가철 혹시 차창밖에서 무궁화를 발견하신다면

다시한번 관심있게 쳐다보시기 바랍니다.

대부분 아래 위 구분도 없이 잎도 가지도 무성만 한 것이

심기만 하지 관리가 되지 않는 나무가 무궁화라는 것을 느끼실 것입니다.

 

무궁화는 일정기간(약5년)이 지나면 적절한 전정(가지치기)을 통해

관리가 이루어 져야 더욱 돋보이는 자태를 보여주는

사람의 정성이 필요한 나무입니다.

 

여러분이 정원을 가꾸시는 분이라면

이 여름에 한 그루의 무궁화를 심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나라꽃이니 애국심이니 하는 그런 계몽적 강요는 집어치우고요

고요한 여명과 함께

여름내 100일의 아침을 밝히는

'소박하고 은근한 아름다움'으로 즐길 수 있는 꽃으로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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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꽃이라지만

무궁화 구하기 쉽지않은 것이 웃기는 현실이고요

도대체 찾지를 않으니 파는 곳도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지 마시고

돈안들이고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여기 소개합니다.

이 방법은 무궁화 뿐만 아니라 생장이 왕성한 나무들이면

대부분 번식이 가능한 '녹지삽목법'입니다.

 

<녹지삽목법>

: 녹지(綠指)란 당해년도(올해)에 자란 아직 딱딱하지 않은, 말랑말랑한 가지를 말하며

 이 녹지의 일부분을 절취하여 토양에 묻어 번식시키는 방법을 녹지삽목법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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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삽목은 지금부터 약 한달간(8월)이 적기라 하겠습니다.

장마철 지나 충분한 수분에 의해 연한 새가지가 무럭무럭 자란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가지의 선단에서부터 약 60센티 정도를 자릅니다.

공원이나 길가에서 관리 안하는 가지 한두가지 자른다고 뭐랄 사람 있겠습니까?

단, 외국에서는 절대금지입니다.

집정원에 있는 나무로 테스트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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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가지를 피해서 전지가위로 자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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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른 가지는 종류별로 정리해서,

지금 이 방법을 시연하시는 분은 천리포수목원의 김건호 박사이십니다.

정원사의 갑작스러운 주문으로 카메라 앞에서 좀 서둘렀지만

다음번에는 세련된 모습으로 귀중한 정보를 제공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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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물에 담가서 최대한 신선도를 유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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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목 한주당 길이는 잎가지 두마디를 기준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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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는 각도는 나중에 남겨둘 잎에 물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바깥쪽으로 기울인 각도로 자릅니다.

두번째 줄기 위 약 2~3센티 떨어져 자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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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한번에 깨끗하게 잘라내고 자른 단면으로 증산작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약품처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약품을 구하기 쉽지 않으면 촛농으로 발라도 되겠습니다.

증발방지를 위한 일종의 유약처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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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최선단의 잎만 남겨두고 모든 잎과 꽃봉오리를 다 자릅니다.

이것은 번식을 위해서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소비원만 남기고

생명을 유지시키기 위한 조치입니다.

몸속의 모든 에너지를 오직 번식을 위해 집중시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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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가지의 분지점까지 완전히 잘라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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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른 줄기끝의 최후 한잎만 남겨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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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로 남겨진 이 한잎도 뿌리가 없는 맨몸의 가지로는 감당하기가 힘들지요.

잘못하면 이 한잎의 면적을 통해서 몸속의 모든 수분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마저도 3분의2가량을 잘라냅니다.

생장을 위한 몸의 극소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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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의 잎으로 우주의 정기를 받아 생명을 유지시키며

줄기끝의 마른 가지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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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줄기 밑부분을 가장 뿌리가 잘 돋을 수 있게 하기 위한 준비입니다.

이 칼은 접목용 칼이지만 가정에서는 안전카트날로 하면 되겠습니다.

항상 조심해야하는 것은 이럴 때 어슬픈 사람들 다치지요.

빗겨자르는 부위는 잎가지의 뿌리부분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생명의 신비는 놀라워서 상처가 심한 부분부터 집중적으로 영양이 공급되어

생장조직이 빨리 생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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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면을 벗겨낸 장면입니다.

뒤집어서 빗겨 잘라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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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길이의 뾰족한 형태를 만들어 줍니다.

이것은 최대한 뿌리를 내는 표면적을 넓히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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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톤'이란 뿌리를 빨리 나오게 하는 발근촉진제 제품 중의 하나입니다.

발근촉진제의 탄생으로 많은 식물의 번식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었지요.

양재동 꽃시장이나 큰 화원에 가면 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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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에 곱게 묻혀도 되고

물을 타 용액을 만들어 담궈서 사용해도 됩니다. 

이때 심하게 문질러 뿌리예정부위가 상처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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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삽목을 할 인공토양(거름기가 없어야 함) 모판을 만듭니다.

재료는 물론 화원에서 팔지만 여의치 않으면 마사토나 모래흙을 이용해도 되겠습니다.

이 때 혹시 잘 키우겠다고 거름이나 비료를 섞으면

어린애같은 여린 피부에 불을 갖다대는 꼴입니다. 3도화상으로 가는 것이지요.

물론 모판의 밑은 배수가 잘되도록 구멍이 숭숭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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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목 구멍도 미리 뚫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꽂을 때 흙과의 마찰로 일어나는 상처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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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적으로 삽목이 완료된 모습입니다.

이 번식방법은 나무가지 하나에서 생명을 번식시키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만

그 생명유지와 번식이 성공하기 까지는 환경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과정입니다.

적정온도(약 25도 전후)와 적정습도(70~80%)를 유지하고 직사광선을 피해야 함으로

반드시 그늘에서 키우고 물을 곱게 상시 공급해야 합니다. 

이렇게 한달 정도 지나면 튼튼히 뿌리를 내려 각 포트로 옮겨 독립유목으로도 키울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나무농사를 지어 면적당 단위로 계산하여

봄이 오면 묘목시장에 내다팔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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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법으로 한 나무에서 수백의 새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는 번식법이

여름철에 할 수 있는 녹지삽목법입니다.

다들 이런 방법으로 정원의 식구들을 늘려 나간다면

나무 농사 짓는 이들은 어떻게 먹고 살겠습니까만은

정원사라면 한 생명에서 여러 생명을 다시 키워서 이웃에게 분양도 하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는

농사법이기도 하고,

수목 관리를 위해서 자르는 가지에서도 수 많은 생명이 재탄생 할 수 있는

정원사의 숨은 매직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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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무지개'

 

저의 정원에서도 키우고 있는 무지개입니다.

옮겨 심은 지 2년밖에 안되어 이렇게 풍성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지만

이런 순간이 곧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런 믿음과 기다림이 무궁화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 사랑이 무궁화를 아름다운 꽃으로 만들 것입니다.

저마다의 정원에 한그루씩 심어 보고

사람들 가슴에 아름다워야

나라꽃도 아름다워 지겠지요--- ---

 

 

 

 

<꿈꾸는 정원사>  김범수 -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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