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중 3분의 1이 한국인
카싯 피롬 태국 외교부 장관은 13일 "한국이 태국의 병원과 골프장 등에 많이 투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롬 장관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비즈니스 간담회에서 이 같이 당부했다.
(머니투데이 3월 13일 보도)
태국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연 100만 명에 달한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태국 관광상품은 해변 휴양지, 골프, 스파, 쇼핑이다. 태국정부는 2003년 국가 멤버십 카드인 '타일랜드 엘리트 카드'를 만들어 외국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당시 가격으로 1인당 미화 2만5000 달러(약 2500만원)를 내면 태국에서 VIP 대우를 받으며 그린 피 없이 골프를 치고 추가비용 없이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준다. 회원이 되면 평생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50개국 회원은 2400명, 이 중 한국인이 750명이다.
- ▲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태국 파타야의 램차방 골프장. A. /엘리트 코리아 제공
한국인들이 '타일랜드 엘리트 카드'에 열광하는 것은 이 카드가 골프 회원권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 카드의 한국 내 판매 대행사인 'A 엘리트 코리아'의 최정인 전무는 "사시사철 골프를 쉽게 칠 수 있는 혜택을 강조한 판매전략이 효과를 거둬 가입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아졌다"고 했다.
이 태국 골프 회원권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겨울 2~3개월은 골프를 칠 수 없는 한국과 달리 태국은 사철 골프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은퇴해서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60대들에게서 인기가 높았다. 실제로 750여 회원 중 80% 이상이 60대다.
회원이 되면 그린 피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되는데다 방콕과 치앙마이, 푸껫, 파타야 등 30여 개 골프장 중 원하는 곳에서 골프를 칠 수 있다. 한국에서는 회원권이 있어도 예약이 어려운 것과 달리 별로 기다리지도 않고 원하는 시간에 골프를 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었다.
골프 횟수에도 제한이 없어서 시간만 있다면 며칠씩 칠 수도 있다. 회원들은 "며칠 머물면서 골프를 치면 호텔과 비행기 값을 감안해도 국내서 골프 치는 것보다 싸고 편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이 카드는 원래 골프 회원권이 아니다.
2006년 쿠데타로 축출된 탁신 총리가 2003년 세계 부유층을 태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으로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2만5000달러를 내면 태국이란 국가의 멤버십을 제공해서 국빈대접을 해줄 테니, 출입국이나 비자에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드나들며 투자하고 돈을 쓰라는 것이다.
골프, 90일 체류 가능한 비자혜택 5년, 공항에 대기중인 전담요원의 빠른 입국수속 서비스, 시내까지 리무진 운행, 무료 스파 이용, 연 1회 건강검진 등 평생 이용 가능한 혜택을 약속했다.
비행기 값은 회원이 부담해야 한다. 국제선 타이항공 1등석을 전액요금을 내고 구매하면 같은 일등석 표 한 장을 공짜로 주지만 서울-방콕 노선엔 1등석이 없어서 우리나라엔 해당되지 않는 서비스다.
우리나라에선 값싼 골프가 주효했지만 나라마다 선호하는 서비스가 달랐다. 홍콩, 유럽인들은 공항의 입국수속 대행과 리무진, 무료 스파 이용을 선호했다. 이들 지역 기업인들에겐 복잡한 공항을 단시간에 통과할 수 있다는 게 제일 큰 장점이었다. 일본이나, 베트남, 캄보디아 등 인근 동남아 국가들은 90일 체류가 가능하고 연장도 쉬운 비자혜택에 높은 가치를 매겼다.
탁신 전 총리는 2008년이면 이 카드의 가입자 수가 10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현재 가입자수는 2400명에 불과하다. 당초 예상과 달리 가입이 부진했던 이유는 정치불안이다.
2006년 탁신이 실각한 후 탁신이 만든 정책 모두를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라 이 프로그램 자체가 위기를 맞았다. 정국이 불안해지면서 시위가 잦아지자 관광산업 전체가 타격을 입었다. 관광객은 2007년 1450만명에서 작년엔 100만명이 줄었고 관광수입은 1400억 바트(약5조6000억원)가 감소했다.
'방콕 포스트'는 최근 이 카드를 운영하는 '타일랜드 프리빌리지 카드(TPC)' 회사가 2006년까지 누적 적자가 11억4000만 바트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올해 초엔 태국 정부 부대변인 푸티퐁 푼나칸이 "내각에선 더 이상의 손실을 막기 위해 이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가입조건도 초창기에 비해 불리해졌다. 골프와 스파 이용이 무제한이었던 초기와 달리 요즘엔 각각 연 24회로 제한하고 있다. 가격은 더 올랐다. 2004년엔 1인당 100만 바트였던 가격이 요즘은 150만 바트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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