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도 석굴암이 있다.
제주도 사람이라면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아흔아홉골짜기 중 금봉곡이라는 골짜기에
기암괴석을 한쪽 벽면으로 의지해서 지어진 작은 암자가 바로 그 곳이다.
신제주에서 천백도로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한라산 자락으로부터 무수히 밭고랑처럼 뻗어내린 골짜기를 만날 수 있다.
그 골짜기 사이 봉우리마다는 기암괴석들이 서 있어서
무수한 전설을 만들어 내는 제주도판 전설의 고향이 있는 곳이기도 한 이 곳의 암자는
빼딱구두 신고,
선그라스 끼고 그렇게 한들한들 찾아가 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금봉곡 석굴암은
예전에 관음사 산하의 보현사(지금의 도남)에 계시던 월암스님이
조용히 기도하기 위한 기도처를 찾아 헤매다가 지쳐 포기하려던 중에
이름 모를 새 한마리가 이 곳으로 스님을 인도해서
석굴암이 들어서게 되었다 하니 그 영험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거다.
워낙 굽이굽이 오르고 내리는 골짜기 안에 세워진 암자라서 그런지 볼품은 없어도
직접 올라 가 보면 안다.
맨 몸으로 오르기도 힘든 이곳에
이고지고 무수히 나르며 내몸 하나 가둘 집하나 짓기에도 왠만큼한 신심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여하튼 이 곳은 기도하러 오르락 거리는 신심있는 보살님들도 있지만,
주로, 건강관리를 위한 산행으로 이 곳을 찾는 이가 많단다.
출발은 천왕사 앞 충혼묘지 입구로 부터 시작하면 된다.
충혼묘지 입구에서 한라산 방면으로 보면,
올라가는 입구가 보인다.
올라가기 전에
수통에 물도 채우고, 화장실도 다녀올 요량으로 천왕사에 잠깐 들렀다.
파란 하늘 사이로 오늘 올라야 하는 봉우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흔아홉골 봉우리 마다 숱하게 서있다는 기암 괴석 중 하나란다.
괴석 하나하나 마다 형상이 있어 내가 모를 이야기가 하나씩 있다는데...
갈길이 바빠서,
쓰윽 천왕사는 입구에서 되돌아 나와
석굴암 방면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처음 입구는 제법 넓게 다져져 있어 부담없이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50여미터 오르고 나면,
대부분이 요런 나무 계단과 중간중간 미끄러운 흙길이 산행꾼을 힘들게 하기 시작한다.
미끄럼 방지를 위해
주변으로 밧줄이 설치되 있다.
물찻오름에서 보아 왔던 것처럼,
이 곳에서도 숱한 산행 인파로 인한 나무 뿌리가 수난을 당하고 있었다.
잠깐 한눈이라도 팔고 밧줄 밖으로 벗어 났다가는
요런 무시무시한 골짜기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도 있겠다.
어림잡아 30여분을 올라 가면 정상이 나온다.
늘상 다니는 산사람들이야 뛰어 올라가도 될만한 높이라지만,
카메라 배낭 짊어지고
원하지 않는 비상식량 허리에 두르고 오르는 내 입장에서는
그렇게 순탄한 길이라고 하기에는 좀 거시기 하다.
숨 헉헉!
땀 삐질...뭐 나만 그런 것도 아니었겠지만...그래도
초행길이에 서 있는 나로서는 빡시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계단이 보이기 시작했다면
다 왔다라고 소리쳐도 된다.
정상에서 석굴암이 있는 금봉곡 방면으로 내려가는 계단이다.
저 계단끝 아래로는 밧줄을 타고 내려가야할 듯 지형세가 가파르게 보였다.
오르막에서야 힘이 들면 그만이지만,
이 곳에서의 내리막은 제법 신경을 써 줘야 한다.
무심코 내려가다가 골짜기로 빠져들지 않도록
나무로 보완해 놓은 곳이 보인다.
토실한 이 몸이 떨어진다면,
그냥 산타고 차타고 내려올 필요도 없이 울집 마당에 드러누워 있어도 될 듯 해 보인다. ㅋㅋㅋ
아래 철재 사다리 끝이 석굴암이다.
갈지자로 꺽여 내려가면
산골짜기 여염집처럼,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외양의 암자가 나타난다.
그 옛날 월암스님이 새겨 넣었을까....
"나무일대교주석가모니불"
이란 글귀가 새겨져 있는 기암을 향해 기도를 올렸었던가 보다....
법당 안으로 들어서면,
밖에서 보이던 외양과는 달리 은은한 촛불 사이로
불상이 보이고
그 불상 뒤 벽체는 밖에서 보였던 그 암벽이 바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불교도가 아니더라도
이 곳에 들어서면 왠지모를 신비스러움으로 자연스레 고개를 숙이게 된다.
법당내에서 잠시잠깐 삼배하고,
조용히 타오르는 촛불 바라보며...무념무상....타가....
되돌아 나왔다.
되돌아 내려오는 길에서야 비로소
주변 사물/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니...
아무래도 내려가는 길이 수월하기는 한가보다.
내려오는 가파른 길목에 나무가지 아닌 소나무 뿌리가
사람들의 손때에 번들거리는 풍경도 보이고...
가드레일 쳐 놓은 봉을 두고 장난삼아 셔터 눌러보는 여유까지 ㅋㅋㅋ
이것은 무슨 나무 열매일까?
아직은 철 이른 가을 산행이지만,
그래도 가을임을 잊지 않게 해주는 풍경이 되겠다.
앗! 그러고 보니 푸른 잎사귀들 사이로
단풍나무가 제법 곱게 물들인 광경이 보인다.
빠알갛게 물든 단풍...풍풍풍^^
올해들어 처음 보는 가을색이었다....많지는 않았지만 참...곱기도 곱다.
이달 말쯤이면 한라산에도 단풍이 만연한다 했으니,
다음주에도 빼뜨리지 말고...
산행을 해 봐야겠다.
작년에는 단풍 안든다고 한달만에 느즈막히 산을 찾았더니,
이미 다 떨어져 구르는 낙엽이 되어 있었다는 아픔이 ...
찬바람 쉥하니 불면,,,,
그나마 붙어 있던 요것들도 후두득 떨어지고 금새 겨울 되겠지....
빨갛게 물든 나뭇잎 뒤로 망울망울 들어오는
보케를 감상하며,
오늘의 오후 석굴암 산행을 마쳤다.
관광객을 위한 금봉곡 석굴암 가는길
렌터카/자가용 이용시 공항에서 약 13분 거리에 있으며,
공항입구삼거리에서 한라산 방면으로 쭈욱 올라오다가,
신시가지 방면(케이블TV사옥 가기전 3시방향)으로 진입 -> 제주일고 방면 -> 관광고 -> 수목원 -> 도깨비도로(러브랜드) -> 노루생이오름 삼거리 -> 충혼묘지 입구 지나서 좌회전(천왕사 방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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