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스마트 그리드 전쟁 중 (Smart Grid·차세대 지능형 전력망)[金慶敏의 東北亞 포커스]
⊙ 미국은 노후화한 송전선망의 재정비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
⊙ 일본은 가정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 각 가정에서 소규모 발전을 하고,
잉여전력은 전력회사에 판매하는 ‘마이크로 그리드’가 목표
⊙ 한국은 이탈리아와 함께 스마트 그리드 선도국으로 선정
金慶敏
⊙ 1954년 부산 출생.
⊙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국 미주리대 정치학 박사.
⊙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북방학회장,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역임.
⊙ 저서: <일본이 일어선다> <일본인도 모르는 일본> <어디까지 가나, 일본 자위대> 등.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이다.
스마트 그리드는 기존의 전력망에 IT기술을 접목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이다.
올 6월 25일 美(미)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전력업계 총회에서 ‘함께 미래를 개간할 시대가 왔다’라는 기조강연을 한 사람은 포드자동차의 알란 무라리 CEO와 마이크로소프트 연구부문 최고 책임자 크레이그 먼디였다. 자동차와 IT(정보기술)라는 전혀 다른 분야의 두 회사가 전력업계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차세대 지능형 전력망)가 전기자동차라는 새로운 문명의 利器(이기)와, 가정 내의 전력소비를 줄여주는 인터넷 서비스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스마트 그리드란 기존의 전력망에 IT를 접목하여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이다.
작금의 세계는 지구온난화로 이산화탄소의 저감이 절체절명의 현실로 다가와 있다. 태양광 발전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도입이 증가하고 있으며, 한편에선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전력생산의 변동이 크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요공급을 위해 스마트 그리드가 요구된다. 또 전력이 남는 곳에서 부족한 곳으로 자동 송전하게 되고, 반대로 부족한 곳은 공급과잉 쪽에서 받게 되는 등 전력사용의 효율을 최적화하는 기술이 스마트 그리드다.
스마트 그리드를 적용하면 자원낭비를 줄이고 전력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나라마다 사정이 달라 어떤 시스템을 어디까지 도입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국가 전체를 연결하는 광역 송전망 사업에는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나라 전체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특정 지역 중심으로 할 것인가가 주된 고민 대상이다. 한편에선 전기자동차와 축전지 개발도 병행되어야 한다. 때문에 스마트 그리드 사업에서는 한 국가가 어느 분야에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지를 판단해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미국은 스마트 그리드 사업에서 노후화한 송전선망의 재정비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인 전력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전력의 수요와 공급을 안정시키면서 태양광 발전, 전기자동차, 축전기 기술로 돈을 벌겠다는 계산이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앞선 유럽 국가들은 자신들의 특기를 살려 발전설비의 수출증대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린 뉴딜’의 핵심, 스마트 그리드
신재생에너지의 공통점은 에너지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은 데다가 경제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에너지 생산과 수요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문제는 과연 어디까지 산업분야를 확대해야 하는지, 나라마다 경쟁력 있는 산업 분야는 어떤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스마트 그리드 분야의 선두주자는 미국이다.
오바마 정권의 ‘그린 뉴딜’ 정책의 근간이 스마트 그리드다.
스티븐 추 미 에너지 장관은 스마트 그리드가 새로운 산업혁명을 선도할 것이라고 천명하고 39억 달러의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선두주자로 나선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도 국운을 걸고 전력혁명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의 GE, IBM, 구글 등 대기업과 벤처기업들은 스마트 그리드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앞으로 20년 동안 약 1650억 달러의 거대시장이 출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은 송전망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 2000년 여름에 미국 서부의 전력위기, 2003년 여름에는 동부지역에 대정전 사태를 경험했다. 이처럼 ‘시대에 뒤처진 에너지 大國(대국)’이었던 미국이 세계 전력 비즈니스의 판도를 바꾸고 미국을 먹여살릴 미래의 신성장 산업으로 스마트 그리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자금 동원이 문제
스마트 그리드는 에너지 소비 억제효과도 커 IBM 등이 워싱턴州(주)에서 실시한 실증실험에서 피크타임 때 15%의 전기절약 효과를 보았고, 참가 가정이 전기료를 10% 절약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IBM은 송전망 효율을 5% 개선하면 자동차 5300만 대분의 연료와 배기가스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마트 그리드 구축으로 미국이 얻는 경제적 이익은 80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고도 한다. 수백 년 만의 인프라 재구축에 미국의 많은 기업이 대박의 꿈을 꾸며 스마트 그리드 관련 산업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전력 수요를 감시하고 소비를 억제하는 통신기능을 갖춘 것이 ‘스마트 미터’인데 이 기술을 개발한 것은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실버 스프링 네트워크(약칭 SSN)다. 인터넷 검색의 강자 기업인 구글이 SSN에 투자를 결정했다. 이는 구글이 스마트 그리드로 발생되는 방대한 데이터의 처리수요에 주목하고 있음을 뜻한다.
북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약 15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전력기업 퍼시픽 가스전기(Pacific Gas & Electric)社(사)는 200만 가구 정도의 고객에게 스마트 미터를 설치했고, 2012년까지 보급률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바마 정권이 주창한 그린 뉴딜의 순풍으로 스마트 미터 설치는 급속히 늘어 SSN의 기술을 사용하는 스마트 미터의 출하대수는 전년보다 10배나 늘었다.
미국이 반세기 전에 정비를 서두른 고속도로는 전국 규모의 물류망을 갖춰 미국의 풍요를 가능하게 했고, 1990년대의 ‘정보 수퍼 하이웨이’는 인터넷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했다. 미국은 스마트 그리드로 또 한 번의 풍요를 창출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우려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천문학적인 자금동원이 순조로울지 의문이다. 구글의 환경·에너지사업담당 총책임자 댄 라이커 씨는 “실험단계에서 상용화로 이행되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최악의 자금부족, 즉 ‘죽음의 골짜기’에 들어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긴장하고 있다.
일본도 스마트 그리드의 추진이 활발하다. 일본 전기사업연합회는 지난 7월 스마트 그리드 구축사업 방침을 발표했다. 일본 방식은 송전망을 재구축하려는 미국과는 다른 방식이다.
일본은 태양광 발전의 발전량 등의 데이터를 송전선망에 들어가 있는 통신회선에 입력시켜 날씨에 따라 변화하는 발전량을 예측하게 한다. 전력공급이 수요를 넘어설 경우 전국 각지에 설치되어 있는 축전지에 저장하고, 비가 내려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없을 때에는 축전지의 전기를 사용하여 일정한 전압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또 일반 가정에서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여, 각 가정에서 소규모 발전을 하고, 가정에서 쓰다 남은 전기는 전력회사에 판매하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때문에 일본은 전압의 안정을 위해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일본은 또 미국의 스마트 그리드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미 남부의 뉴멕시코주에서는 약 1000가구를 대상으로 2010년을 목표로 스마트 그리드 실증실험을 실시한다. 대상지역에서 소비하는 전력의 4분의 1을 태양광 발전으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실증실험의 주된 목적은 야간이나 우천시 축전지에 저장한 전기를 방출하여 전기의 수요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의 여부다. 이 프로젝트의 진행에 있어 태양전지는 샤프와 교세라, 축전지는 가이시와 미쓰비시중공업 등이 참가할 예정이다.
일본의 전략은 ‘마이크로 그리드’
히타치는 축전지의 제어기기 등으로 2015년도 매출목표를 약 1조원으로 상정하고 있을 정도로 일본의 스마트 그리드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일본은 송전망이 노후화한 미국과 비교하면 인프라는 거의 완벽하다. 하지만 자동차와 가전 등 전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를 생각할 때 스마트 그리드 혁명에 뛰어드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전력회사들이 화력발전소의 발전량 조정력에 의존하는 현재의 송전망에 안주할 경우 일본이 ‘전력 혁명’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뒤처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스마트 그리드 산업을 단순히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에 초첨을 맞추는 것만이 아니라 전기자동차와 축전지 등 관련 산업의 육성과 경쟁력 강화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운영하는 에코 스카이 하우스(Eco Sky House)는 태양광 발전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소비하는 전기의 97%를 공급하는 환경주택이다. 이 에코 스카이 하우스에서 실제로 사람이 살면서 발전된 전기를 어느 정도 모으고, 어느 정도 사용하며, 어느 정도 전력회사에 파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가를 실험하고 있다.
미국, 유럽의 스마트 그리드가 IT를 이용하여 국가 레벨의 광역에서 전력수급을 제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데 비해 일본은 가정에서 전력을 생산 저장하고 판매하는 이른바 ‘마이크로 그리드’ 분야 육성 전략 쪽으로 나가고 있다.
국가 레벨의 인프라를 재구축하는 스마트 그리드에서는 미국과 유럽이 앞서가고 있지만 가정 중심의 마이크로 그리드에서는 일본이 앞선다. 일본 정부도 올해부터 마이크로 그리드 보급을 본격 후원하기 시작했다.
일본전기산업연합회는 일본형 스마트 그리드 구축을 위해 ①태양광 축력 예측 시스템 ②고성능 축전지 시스템 ③화력발전과 축전지를 조합한 수급제어 시스템 등의 연구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10개 전력회사가 공동으로 태양광 발전 데이터의 계측과 분석, 축전지와 태양광을 조합한 소규모 전원 실험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일본 전력업계는 태양광 발전용량이 1000만kW를 넘으면 지금의 전력설비로는 대응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 봄, 2020년에 태양광 발전용량을 당초 1400만kW에서 2800만kW로 증가시킨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일본 전력업계는 태양광 발전이 급속도로 보급될 것을 전제로 전력 인프라의 재구축이 필요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덴마크 사례
일본형 스마트 그리드는 일본이 기술적으로 앞서 있는 태양광 패널과 축전지 시장의 확대로 나갈 전망인데, 문제는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이 전력요금에 영향을 미쳐 소비자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일본 풍력개발은 지난 6월 나고야市(시)의 에너지절약 서비스 회사로부터 마이크로 그리드 관련 사업부문을 매입했다. 일본 풍력은 세계 최초로 축전지를 통해 송전량을 제어하는 풍력발전소의 운전을 시작한 것으로 이름이 나 있지만, 발전소 제어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수요 측의 효율화도 함께 추진할 때 하나의 시스템이 된다고 판단하여 마이크로 그리드 사업에 뛰어들었다. 가정의 전력소비를 최적화하는 마이크로 그리드와 국가레벨의 송전을 제어하는 스마트 그리드, 두 개의 큰 흐름이 병행될 때 비약적인 에너지 효율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 그리드 분야에서 유럽세도 만만치 않다. 북유럽의 小國(소국) 덴마크는 발트해에 있는 인구 5만명의 본홀름 섬에서 올 3월 혁신적인 실험을 시작했다. 스마트 그리드에 연결되는 전기자동차의 축전지에 풍력발전으로 만든 전력을 충전시킨다. 각 가정의 차고에 세워져 있는 전기자동차를 축전장치로 사용하려는 시도다.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것은 미국의 IBM과 독일의 지멘스다.
덴마크는 2025년까지 에너지 소비율의 30%를 풍력 등 재생가능 에너지로 충당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문제는 발전량이 안정되지 않은 풍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덴마크는 1990년대 중반부터 풍력발전소를 차례로 건설했다. 강한 바람이 불면 발전량이 수요를 웃돌아 독일이나 스웨덴 등 주변 국가에 수출하지만 바람이 불지 않으면 전력 부족 상태가 된다. 이에 주목한 것이 전기자동차의 축전기능이다.
이 방법은 풍력발전에서 남는 전력을 전기자동차의 ‘연료’로 사용한다는 개념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전력이 부족할 때에는 전기자동차의 축전지로부터 전력을 꺼내 가정이나 오피스에서 사용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덴마크 정부는 지난해 자동차 취득세를 전기자동차에 한하여 폐지했다.
전력회사는 2012년까지 덴마크 국내에 최대 20만 개의 충전소를 설립할 계획이며, 매년 최대 3만 대의 전기자동차 보급을 기대하고 있다. 이 정책에 따라 닛산자동차·프랑스 르노 연합은 덴마크 시장에 전기자동차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탈리아가 스마트 그리드 선도국
스마트 그리드에서 앞서가고 있는 미국의 IBM과 GE는 미국 밖에서도 실적을 쌓아 기술이나 규격의 세계표준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스마트 그리드를 둘러싼 경쟁은 미국, 유럽, 일본 등으로 압축되고 있는데 한국도 스마트 그리드를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삼고 방향 설정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 7월 G8 확대정상회의에서 한국은 이탈리아와 함께 스마트 그리드 선도국으로 선정되어 11월 중순에 향후 로드맵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기로 되어 있다.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한다면 전국적인 광역 송전망의 재구축에 대한 검토를 꼼꼼히 따져 사업 타당성을 생각해야 할 것이고, 전기자동차와 축전지 개발 등 관련 산업의 경쟁력 강화도 함께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확대가 당연한 세상이 된 만큼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산업도 키워 가야 할 것이고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스마트 그리드’가 되기 위해서는 가정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축전지에 모으고, 잉여전력은 전력회사에 판매하는 순환 시스템이 마련될 때 스마트 그리드의 성공이 성취될 수 있을 것이다.⊙
'상식 & 지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마트 그리드_똑똑한 전력망 (0) | 2010.02.06 |
---|---|
스마트 그리드 [smart grid] (0) | 2010.02.06 |
매장 인테리어 공사, 이것만은 알고 시작하세요 (0) | 2010.01.30 |
“남성도 여성처럼 ‘청결제’ 사용권장” (0) | 2009.12.03 |
한국 4대 고유명절 (0) | 2009.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