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도착 후 스텐트 시술까지 '362→54분' 단축
불시에 목숨 앗아가는 응급질환 ① 심근경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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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살려주세요!" 지난달 31일 오후 10시, 38세 남성 한모씨가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며 사색이 된 얼굴로 서울 도곡동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들어왔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왼쪽 상의 옷깃을 비틀고 있었다. 의사는 곧 응급실 A구역(가장 위중한 응급환자를 위한 침상)에 환자를 눕힌 뒤, 상의를 들춰 가슴에 전극(심전도)을 붙였고, 심장내과에 '콜'을 걸었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지 13분 지났을 때 상황이다.
◆심근경색 환자 도착 50분만에 '혈관 정상화'
당직 중이던 심장내과 전문의가 황급히 응급실로 뛰어 들어왔다. 응급 심장 시술을 위해 필요한 최소 인원은 의사 2명과 간호사, 방사선 기사 1명씩 총 4명. 환자는 혈전을 녹이는 알약을 물 없이 씹어 먹었고, 이어 알약 8알을 다시 입안에 털어 넣었다. 20분쯤 지났을 때 드디어 반가운 전화벨이 울렸다. 나머지 응급 시술팀이 거의 도착했다는 전화다.
시술을 총괄할 홍범기 심장내과 교수가 병원 근처 집에서 나와 응급실에 도착할 때까지 전 팀원은 신속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간호사는 환자의 오른쪽 다리에 빨간 소독약을 바르고, 방사선 기사는 스텐트(혈관확장용 철망)를 굵기별로 준비했다. 홍 교수를 도울 보조 의사는 납복(혈관을 찍는 엑스레이에서 나오는 방사선으로 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과 수술복을 챙겨입었다. 이 때 홍 교수가 도착했다. 환자가 응급실에 들어온지 44분째에 전 팀원이 모였다.
홍 교수는 모니터에 비치는 환자의 심장혈관을 보며 허벅지 혈관을 통해 긴 철사와 혈관 촬영용 조영제를 넣을 카테터(고무관)를 집어넣었다. 홍 교수가 철사와 카테터를 앞뒤로 밀어넣었다가 빼는 과정을 반복한지 5분쯤 흘렀을 때, 중간이 뚝 끊긴 혈관이 모니터에 보였다. 혈관 바깥쪽에서 카테터와 연결돼 있는 주사기를 뒤로 당기자 혈관을 막고 있던 붉고 누런 혈전이 잘게 부서져 우수수 빨려나왔다.
심도자실 도착 8분, 병원 도착 52분만에 막혀있던 혈관이 뚫리기 시작했다. 환자는 이후 심혈관에 스텐트 삽입술을 받고 응급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지 1시간 여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스텐트 시술까지 362분에서 54분으로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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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혈전 때문에 막혀있던 혈관〈왼쪽 사진 중앙〉이 응급 시술 후 뻥 뚫려 모습을 드러냈다. /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 ▲ 혈전 때문에 막혀있던 혈관〈왼쪽 사진 중앙〉이 응급 시술 후 뻥 뚫려 모습을 드러냈다. /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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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맥경화증으로 좁아진 심장혈관이 갑자기 막히는 급성 심근경색은 분초를 다투는 질환이다. 발병 1시간 이내 응급 시술을 받으면 90% 이상 정상으로 회생하지만, 8시간이 지나면 생존율이 50% 밑으로 떨어진다. 이 때문에 정부는 환자에게 30분 안에 응급 약물을 투여하고 90분 안에 스텐트 시술을 하도록 권장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매년 신속하게 응급 심장 시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을 선정해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지난해에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외 7개 병원이 1등급을 받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후 스텐트 시술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기존 362분에서 2006년 107.8분, 2007년 75.6분, 2008년 65.8분, 2009년 54.8분으로 5년만에 6분의 1수준으로 단축했다. 응급실 내 급성 심근경색 환자를 위한 침상을 지정해 심장제세동기와 응급약을 비치하고, 급성 심근경색의 특성을 감안해 야간과 공휴일에 심장내과 전문의와 심장혈관 촬영실 간호사·방사선 기사팀에 당직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다.
- ◆고혈압·고지혈증 환자는 심근경색 증상 평소 숙지해야
응급 시술이 지체되는 중요한 이유는 환자가 자신의 증상이 심근경색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2008년 국내 한 대형병원의 조사 결과, 응급 심장 시술을 받은 1416명 중 처음 증상이 나타난 뒤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평균 2시간 43분이 걸렸다. 홍범기 교수는 "많은 환자가 심근경색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약국이나 동네 의원을 헤매다가 시간을 지체한다. 돌연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급성 심근경색은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이 있으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으므로 평소 증상을 정확히 숙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 hy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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