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 책("인구변화가 부의 지도를 바꾼다")이 발간된지도 5년이 넘어가는 2010년이 되었습니다.
선배님께서 예견하였던 2015년(중국과 우리나라의 생산활동인구 비중이 고점을 찍고 하락하는 시점)이 다가 오고 있는데요
그 후에 펼쳐질 상황들은 어떻게 될까요? 주식시장은 어떤 식으로 변할까요?
선배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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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질문 주신 분(집고양이)에게 먼저 감사 인사 말씀드리며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먼저 노령화가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을 펀더멘털과 수급으로 나누어 살펴보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순서로 노령화가 펀더멘털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노령화가 무조건 주식시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드릴 이야기가 있거든요.
1. 실질성장률 하락 불가피
인구 노령화는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한편, 물가 상승률을 하락시켜 명목경제성장률을 저하시키게 됩니다.
먼저 아래의 <그림>이 실질 성장률 '저하'에 대한 부분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생산활동인구가 줄어들 때에는 취업자 수도 줄어들기 마련이며(노동력 공급 감소 때문), 취업자 수가 줄어들면 또한 경제 전체의 수요도 줄어들 수 밖에 없거든요.
물론 노동인구의 감소보다 더 강한 생산성(=총요소생산성)의 향상이 있으면 실질 성장률의 저하 현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며..
최근 10년을 돌이켜 보면 매년 1~2%의 생산성 향상도 이전에 비하면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전 10년 보다 더 강한 생산성의 향상이 없는 한 실질 성장률의 하락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자료: 통계청.
주: 생산활동인구란 15∼64세 인구.
2. 물가 상승률 둔화 가능성 높아
두 번째로 물가 상승률도 그렇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단 인구증가에 따른 수요의 증가가 계속된다고 가정한 채 기업들의 증설이 이뤄지니까(이마트 매장의 증가 추세를 생각해보세요),
인구가 감소해 수요가 둔화되기 시작하면.. 기업들의 생산능력은 점차 수요를 초과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게 1980년대 미국의 경제상황으로..
지속적인 인구의 증가를 예상하고 이뤄진 투자가 얼마나 물가를 떨어뜨리는 지 잘 보여줍니다.
특히 물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구는 15~34세의 이른바 '시장 진입세대'로 이들은 생애에 걸쳐 가장 소비성향 높은 세대들이기 때문입니다.
일생의 세 가지 중대사(결혼,출산,취직)가 이뤄지면서 경제 전반에 엄청난 수요를 촉발시키는 것입니다.
이 세대의 인구 비중이 증가하면 경제는 호황을 누리긴 하지만 대신 강한 물가압력을 이들의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게 됩니다.
그러나 베이비 붐이 일단락 된 후 약 15년이 지난 1980년대 초반부터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퇴조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 세대의 수요증가에 발맞춰 이뤄진 설비증설에 비해 새로운 세대의 수요는 크지 않았기 때문이죠.
자료: 미국 노동부, 상무부.
일본을 봐도 이런 현상이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전세계의 인플레이션은 1980년대 초가 절정이었지만, 일본은 1970년대 초반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정점'이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의 비중이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일본 경제는 심각한 디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지요.
한국도 1990년대 초반을 계기로 젊은 세대의 비중이 줄어든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상당기간 저물가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생산활동인구가 정점을 경과하는 2015년 이후 한국 경제의 명목성장률은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겠습니다.
자료: 일본 총무성 통계국, 일본은행.
3. 주식시장의 펀더멘털은?
그렇다면 펀더멘털 측면에서 주식시장은 하락할 일만 남은 것인가요?
그에 대한 저의 답은 "아닐 수도 있다"가 되겠습니다.
왜냐하면 한국경제의 수출비중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상승 중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이야 전체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미만인, 내수비중이 대단히 높은 나라였기에 고령화로 인해 기업의 실적이 크게 악화되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IMF 이후의 내수시장 양극화 진행으로 인해 GDP에서 차지하는 내수의 비중은 빠르게 줄어든 반면, 수출 비중이 급증했으니까요.
즉 암만 내수시장이 부진해봐야 수출이 호황을 누릴 때에는 기업들의 실적이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는 거죠.
물론 슬픈 일입니다.
그렇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 내수시장이 거대한 나라와 한국경제를 동일 비교하는 것은 하등 도움되지 않습니다.
결론 짓자면 내수경기 침체로 인해 기업실적의 악화가 나타날 수 있지만, 글로벌 경기의 변화와 같은 '주요인'에 비해 부차적인 요소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음 순서로 베이비 붐 세대 은퇴에 따른 '수급 충격'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먼저 노령화가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을 펀더멘털 측면에서 살펴본 만큼,
두 번째 순서로 수급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한국인의 주식 투자 상황은?
먼저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식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열정적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상황이라면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를 통해 주식시장의 수급이 크게 흔들릴 수 있으니까요.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일본이나 미국이겠죠.
주식투자에 적극적인 쌍봉세대(40∼59세 인구)의 인구비중이 줄어들기 시작한 2000년대에 접어들어 미국 가계의 주식 보유비중이 급격히 하락한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료: 미 연준, 상무부.
이런 현상은 일본도 마찬가지였죠.
1990년을 전후해 쌍봉세대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과 함께 가계의 주식보유 비중도 급격히 감소합니다.
일본 주식시장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유가 엔화의 급격한 강세도 있겠지만..
가계가 1990년 버블 붕괴 이후 주식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뺀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내수경기가 망가지면서 기업 실적이 악화된 것도 중요한 요인일 것입니다.)
자료: 일본은행, 총무성 통계국.
그러면 한국은 어떨까요?
이 부분에서 한국은 좀 다릅니다.
일단 한국 가계자산의 구성을 살펴보면, 주식 등 금융자산의 보유비중은 대단히 미미합니다. -_-;;;
아래 <표>는 한국 가계의 연도별 자산 구성비를 보여주고 있는데,
1999년에는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의 비중이 평균 82.8%에 이르렀던 것이 2007년에는 86.1%로 더 높아진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펀드 투자 붐이 불었건만, 전체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평균 기준)은 더 높아진 것이지요.
더 더욱 놀라운 것은 중위값(Median)은 1999년 92.1%에서 2007년 95.7%로 사실상 거의 96% 수준까지 상승한 것입니다 .
'자산'처럼 상위 1%가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에 대해서는 평균보다는 중위값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
우리나라 가계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부동산에 올인(All-in)하고 있다고 보아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료: 메리츠 부동산금융연구소, "가계 자산 포트폴리오 분석과 변화의 필요성"
부동산시장에 올인한 결과, 한국주식시장에서 한국 개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합니다.
2009년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6%에 이르지만, 이 지분은 꾸준히 이 수준입니다.
참고로 정보통신 버블이 붕괴되었던 2000년의 개인 비중이 23.5%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단순 주식투자 '개인'은 대략 시장의 10% 전후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나머지 20%는 이건희 회장과 같은 말 그대로의 대주주들 지분이라고 보면 큰 문제가 없겠죠?
기관 투자자들의 비중은 12.0%인데, 국민연금 비중이 5% 수준이니 실제적인 간접 투자 자산은 7% 포인트라고 보면 되겠네요.
따라서 한국 가계는 주식시장에 대체로 약 17% 비중을 차지합니다.
자료: 한국거래소.
주: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 법인 기준.
2.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 주식시장에 큰 충격 미칠까?
이상의 분석만으로도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한다고 해서 한국 주식시장의 수급이 크게 흔들린다는 전망에 많은 '가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40~50대의 가계가 미국이나 일본처럼 상대적으로 주식에 더 많이 투자한다면 문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래에 표시된 한국가계의 세대주 연령별 자산구성 <표>를 살펴보면, 나이가 들면 들수록 주식이 아닌 부동산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지분형 자산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예금이나 채권 등 고정수입 자산(Fixed Income Asset)에 대한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데..
우리나라는 전혀 딴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한국 가계 금융자산의 비중은 25세 이하에 '정점'을 기록한 후 45~74세 사이의 연령대에 걸쳐 11% 선을 유지합니다.
즉, 한국 가계의 자산은 부동산 중심으로 편재되어 있어 45세부터 이미 금융자산의 비중은 11% 수준으로 떨어지며 가계의 부동산 투자비중은 89%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자료: 메리츠 부동산금융연구소, "가계 자산 포트폴리오 분석과 변화의 필요성"
이렇게 한국 가계는 나이가 들기 전에 이미 부동산에 올인한 상태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습니다.
게다가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인 데 잠깐씩 투자하는 주식에서 늘 '패자'의 위치에 서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래의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한국 주식시장의 추세와 개인 투자자의 자금 흐름의 관계는 분명합니다.
주가가 1년 오른 후에 자금 유입이 시작되며.. 주가가 1년 내린 후에 자금이 빠져 나갑니다. 철저하게 후행하죠.
개인 자금은 시장을 움직이는 힘이라기 보다는 '뒷북'을 울리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자료: 증권전산.
3. 결론을 대신하며..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1) 미국과 일본 가계는 주식에 상당액을 투자했다
2)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 속에서 주식시장은 수급 불균형이 출현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겪고 있다)
3) 한국의 가계는 주식보다 부동산에 올인한다
4) 장기투자보다는 철저하게 시장 후행적 투자를 한다
5) 따라서 한국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는 부동산시장과 달리 주식시장 수급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
- 펀드 장기 투자 -
다른게 아니라 앞으로의 주식시장이 우상향을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일본처럼
어느 순간 하락에 접어들어서 장기간 하락 장세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요즘 펀드장기투자에 대해서 고민중인데..따지고 보니 근본적으로 펀드든지
주식이든지간에 장기투자로 수익을 얻으려면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이 우상향의
상태를 계속 유지해가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잖습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다고 앞으로도 몇십년(제가 죽기전까지..^^)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라는 비관적인 생각이 문득 들어서 전문가분의 고견을 듣고자 여쭙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주식시장의 전망은 어떠한지 좀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어떤 분은 지금의 미국과 한국도 일본의 90년대 상황과 비슷하게 돌아간다는 말씀을 하시던데..고령화및 부동산 가격붕괴...그리고 주식시장의 장기적인 하락도 올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주식시장이 일본처럼 우하향을 그리면서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그때는 어떤 투자를 해야 되는 건지도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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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비슷한 고민을 많이 했고, 대충 결론을 내린 상황입니다.
일단 저는 다음의 원칙을 세워웠습니다.
1. 무조건 장기투자?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험은 좋은 참고서가 되지만..
독일에 우리가 살고 있었더라도 '장기투자'가 무조건적인 답이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세계 1차 대전 패전 이후의 초인플레이션과 세계2차 대전 이후의 폐허 모두
주식시장 참가자들에게 지옥과 같은 환경이었을테니까요.
따라서 저는 무조건 시장에 머무르라는 권고는
본토가 침공당하지 않고 국가경제의 파산을 경험한 적 없는
미국이나 영국의 사례에나 적합할 뿐
한국처럼 제 3세계의 힘 없는 나라에는 그렇게 적합한 전략이 아니라고 봅니다.
2. 투자타이밍은?
그럼 주식시장과 떨어져 있어냐 하느냐 하면
연 평균 14.4%의 고수익을 기록한 한국 주식시장(1975~2009년 연말 종가 기준 수익률)을
외면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바로 '달러/원 환율이 급등하는 시기'는 주식시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입니다.
환율을 늘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율 급등의 두 가지 원인을 주목하면 더 좋겠지요.
1) 경상수지의 악화
한국은 '버블'이 용서되는 나라가 아니죠.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할 정도의 과소비 혹은 과잉투자가 벌어지는 순간
환율 급등으로 응징 당합니다.
따라서 경상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때에는 주식투자의 비중 감축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2)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 역전
누누히 말씀드리는 중요 지표.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거나 혹은 한국의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는 경우에는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위험자산에 대한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대신 이상의 두 가지 위험이 제기되지 않는 경우에는
주식시장에 되도록 발을 담그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3. 노인인구의 증가로 인한 노령화 문제는?
각오하세요.
부동산의 비중은 되도록 줄이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습니다.
당연히 부동산과 연관을 맺고 있는 건설이나 건설관련 업종은 어려움이
2015년을 고비로 증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한다고 주식시장이 망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한국 상장주식의 절반 이상이 수출기업이며
그 이외의 기업도 상당수가 수출경기에 의존하는 패턴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는 등의 해외 경기 악화징후가 보이면
주식비중을 줄이라는 권고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한국 주식의 30% 이상의 외국인 투자자가 가지고 있고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20%도 안되는 상황에서
개인들의 펀드 환매 등이 그렇게 주식시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점
또한 고민해야 겠죠.
따라서 노령화가 진행되더라도 저는 주식시장이 1990년대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에 접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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