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적인 곡선으로 시각적 차분함 살려
지붕은 잔디로 덮여 있어 건축물 자체에 地形 녹아들어
DDP 스케일이 너무 크다고? 무얼 기준으로 과하다는지… 박스 형태라면 더 커졌을 것"
21일 개관하는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설계한 이라크계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64·사진)가 11일 방한했다. 하디드는 "DDP를 설계할 때 주변 지형을 충분히 고려했다"며 "그러다 보니 도심 내에 인공으로 만든 언덕 같은 새로운 지형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건축물이 실제로 지어지면 재질에 따라 설계도와는 또 다른 느낌이 나는데 이번 해석은 정말 마음에 든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하디드는 자신의 건축이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DDP 같은 문화 프로젝트를 수행할 땐 도시 맥락을 재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불어넣는 게 중요하다"며 "주변 환경을 존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신선하고 기분 좋은 공간을 만드는 게 앞선다"고 했다.
1957년 이라크 바그다드에 살던 유명 정치인 무하마드 하디드가 아내, 일곱 살배기 딸과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로 나들이 갔다. 가족의 목적지는 유명 관광지가 아니었다. 가구 장인이 운영하는 작은 공방이었다. 미감(美感) 좋았던 부모는 맘에 드는 디자인의 가구를 사러 이웃 나라까지 간 거였다. 그곳에서 부모는 아이방에 걸 거울 하나를 산다. 네모반듯하지도, 원형도 아닌 특이한 비대칭 거울. 아이는 집으로 와 그 거울에 맞춰 자기 방을 재배치했다. 며칠 후 아이의 방을 본 사촌이 자기 방도 똑같이 꾸며달라 하더니, 급기야 숙모 침실까지 설계하게 됐다. 그리고 진짜 건축가가 됐다. 이 시대 최고의 여성 스타 건축가인 이라크계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64)다.
중동의 거울에서부터 시작된 그의 비정형 사랑이 57년 뒤 서울 한복판에서 집대성됐다. 5년간의 대공사를 거쳐 21일 개관하는 서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다. 옛 서울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거대한(대지 6만2692㎡, 연면적 8만6574㎡) 우주선 모양으로 내려앉은 이 건물엔 직선이 하나도 없다.
중동의 거울에서부터 시작된 그의 비정형 사랑이 57년 뒤 서울 한복판에서 집대성됐다. 5년간의 대공사를 거쳐 21일 개관하는 서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다. 옛 서울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거대한(대지 6만2692㎡, 연면적 8만6574㎡) 우주선 모양으로 내려앉은 이 건물엔 직선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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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DDP에서 만난 자하 하디드는 자신의 건축을 닮은 아방가르드한 패션을 하고 있었다. 온통 검은색을 휘두른 그는 남들과 똑같이 입기 싫어 열 살부터 특이한 패션을 즐겼다. /이덕훈 기자
하디드는 "DDP 공사 과정을 사진으로 워낙 많이 봐서 익숙한데, 실제 보니 훨씬 더 아름답다. 건축은 설계도를 해석하는 과정인데 이번 해석은 정말 마음에 든다"며 웃었다. 그는 또 "20년 전부터 부지 지형과 건축물의 조화를 고민해 왔는데, 지형을 의식하다 보니 곡선을 많이 쓰게 됐다. DDP는 지붕이 잔디로 덮여 있고 전시장 자체가 지형에 녹아들었다. 인공적으로 새로운 지형을 창조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낯선 땅을 처음 밟았을 때 예리한 각보다 곡선을 더 느낀다는 점도 유선형 디자인에 담긴 철학이다. "DDP엔 다목적 공간이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어요. 유기적인 곡선으로 시각적으로 차분함을 줬습니다. 직선을 사용해 이 많은 공간을 넣었다면 훨씬 복잡한 구조가 됐을 겁니다."
하디드는 학창 시절 평면도, 단면도, 입면도 등 기존 설계 방식으로는 자신의 건축을 표현할 수 없음을 느끼고 '그림'을 그려 설계했다. 영국 AA스쿨 시절 스승이자, 훗날 동업자가 된 세계적 건축가 렘 콜하스는 하디드를 "자기만의 독특한 회전 방식을 지닌 행성"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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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자하 하디드는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로 새로운 지형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옥상에 잔디가 덮여 있고 보는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구도의 세상이 바라보이는 것. 그가 말하는‘신선한 건축’이었다. (아래 사진)DDP에서 자하 하디드가 본지 김미리 기자와 대담하고 있다. /사진가 버진 시몬 버트렌드 제공·이덕훈 기자
하디드가 DDP에서 머문 3시간 30분 동안 기자는 그의 옆을 지켰다. 처음엔 카메라 앞에서 웃음을 잃지 않던 하디드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얼굴이 굳어졌다. 쉴 새 없는 스포트라이트와 관계자들의 질문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다리가 아파 300m 정도 되는 짧은 거리도 승용차와 골프 카트를 번갈아 가며 오르락내리락했다. 자신이 만든 비정형의 공간을 만끽할 여유가 정작 그에겐 없어 보였다.
[자하 하디드는]
1950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태어나 레바논 베이루트의 아메리칸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이후 영국 런던의 건축 명문 AA스쿨에서 세계적 건축가 렘 콜하스의 가르침을 받는다. 비정형의 유기적인 디자인으로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을 바꿨다는 평을 받아 2004년 여성 최초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대표작으로는 비트라 소방서(1994), 런던올림픽 수영장(2012), 2020년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2022년 카타르월드컵 주경기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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