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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도 Offline도, 경계 없이 뒤엉켜…O2O(Online To Offline) 회오리가 몰려온다

bthong 2015. 2. 13. 08:44

 

대형마트 둘러보다 스마트폰으로 검색·주문… 커피까지 주문·결제
오프라인선 매장 지나가는 고객 스마트폰으로

가족들과 캠핑을 계획 중인 직장인 김동균(45)씨는 최근 서울 잠실에 있는 한 대형마트의 전기용품 코너에 들러 10m 길이의 전선을 둘러봤다. 진열코너에서 2만원짜리 제품을 카트에 담는데 옆에 있던 아내가 "스마트폰으로 한번 검색해봐요"하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열어 찾아보니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똑같은 제품을 절반 가격에 팔고 있었다. 김씨는 슬그머니 전선 뭉치를 진열대에 내려놓고, 스마트폰 화면에 나와 있는 '구입' 버튼을 눌렀다. 마트에서는 제품의 실물(實物)만 둘러봤을 뿐이지, 제품의 사양을 따져보고 실제 구매는 온라인에서 이뤄졌다.

 /Getty Images 멀티비츠
/Getty Images 멀티비츠

O2O로 가는 세계

인터넷 쇼핑이 컴퓨터 밖으로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사회의 전(全)영역이 모바일화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이 무의미한 시대가 됐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으로 갔다고 'O2O(Online to Offline)'라는 말까지 나왔다.

구체적으로는 길거리 카페나 움직이는 차 안에서 '서비스·물품 검색→구매 결정→대금 결제'까지 스마트폰(온라인)으로 처리하고, '소비'만 오프라인에서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대학생 김유선(21)씨는 지난 주말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 서울 홍대앞 커피 가게에 갔다. 지하철에서 한 정거장쯤 남았을 때 단골 커피집에 접속해 '아메리카노 커피 세 잔'을 주문하고 결제도 스마트폰으로 끝냈다. 전철에서 내려 커피 가게에 도착하자 따끈따끈한 커피 세 잔이 나와 있었다. 줄을 설 필요도, 카드를 꺼내 결제할 필요도 없었다. 가게는 홍대앞이란 물리적 공간에 있지만, 거래는 모두 온라인에서 이뤄졌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이처럼 집 안에 있든, 집 밖에 있든 자기가 현재 있는 곳에서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올려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았다.

아마존·페이팔·다음카카오
집안에서 필요한 제품의 이름을 음성으로만 말하면 온라인에서 쇼핑이 이뤄지는 ‘아마존 대시’, 전자결제 서비스 ‘페이팔’의 비컨 단말기, 다음카카오가 개발한 모바일결제 ‘카카오페이’(위에서부터 순서대로)./아마존·페이팔·다음카카오

온라인에서 사업 노하우를 익힌 소매업자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오프라인이라는 거대 시장을 노리고 있다. 국내의 크고 작은 매장 300만곳에서 이뤄지는 연간 소비는 700조원에 달한다. 반면, PC 등장 이후 시작된 전자상거래 시장의 규모는 50조원으로 아직 오프라인보다 작다. 이 중 모바일로 이뤄지는 시장의 규모는 15조원이다.

특히 핀테크(금융과 기술을 결합한 사업) 열풍과 카카오페이의 등장 등 모바일 결제 시장이 확대되는 것도 'O2O 시장' 확대의 기대감을 키워주고 있다. 작년 4분기 우리나라 스마트폰 가입자의 43%가 모바일 쇼핑을 이용한 경험을 갖고 있을 정도로 우리 국민은 모바일 환경에 적응이 빠르다.

오프라인 노리는 온라인, 온라인화(化)하는 오프라인

병원·호텔·로드숍 등 전통적 오프라인 업종은 NFC(초근거리통신) 태그, 비컨(Beacon·근거리송신장치) 등 위치기반 기술을 이용해 이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주변을 지나는 고객들의 스마트폰에 할인 쿠폰을 발송하거나 유용한 정보를 띄워줘 잠재 고객을 유치하는 식이다. SK플래닛은 올해 전국 5만개의 가맹점에 고객의 스마트폰 위치를 파악해 각종 할인 쿠폰이나 이벤트 정보를 보내주는 비컨을 깔 계획이다.

SK플래닛, 인마켓
SK플래닛 ‘시럽’ 가입자가 스마트폰으로 주문한 음료를 찾고 있다(위). 수퍼마켓에서 쇼핑을 하던 도중 스마트워치로 할인 정보를 확인하는 모습./SK플래닛, 인마켓

미국 메이시스 백화점은 애플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 '애플페이'를 도입하고 모바일 커머스 플랫폼 '샵킥'과 제휴를 맺는 등 온라인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명 백화점 체인 노드스트롬은 20~3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의류업체 보노보즈(Bonobos) 매장을 백화점에 입점시키기도 했다. 온라인이 주는 신선함을 전통적인 매장과 결합한 것이다.

국내 일부 백화점도 온라인의 유명 브랜드를 점포에 입점시키기도 했다. 맛집 평가에 기반한 음식점 추천 서비스 '핫플레이스 식신'을 운영하는 안병익 씨온 대표는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이점을, 오프라인은 온라인의 이점을 활용하는 식으로 서비스가 진화(進化)하고 있다"며 "O2O는 결국 오프라인의 마케팅과 온라인의 네트워크가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앞으로 스마트폰이 금융·교통·유통·외식 등 일상(日常)의 다양한 영역으로 파고들어 만들어지는 온·오프라인 통합(O2O) 비즈니스 시장이 연간 300조원 규모를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응용앱정보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식당을 알아보고, 택시를 잡고, 조건에 맞는 빈방을 알아보는 다양한 O2O 앱(응용프로그램)들. 맨 위부터 ‘식신 핫플레이스’ ‘우버택시’ ‘직방’.

약자(弱者)들의 생존 기반을 위협할 우려도

우버(uber)나 에어비엔비(airbnb) 등은 최근 '공유 경제(sharing economy)'라는 가치를 앞세워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 서비스가 자동차 공유나 홈스테이 등 오프라인 기반 사업을 온라인으로 확대해 기존 시장을 잠식하는 측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 서비스가 커지면서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우버는 저소득층 택시 운전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에어비엔비 역시 중소 자영업자라고 할 수 있는 지역 숙박업자들의 생존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보다 정보기술과 대규모 자본으로 무장한 기업들이 기존에 존재하던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본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리고 그 희생양은 기존 오프라인의 강자(强者)라고 할 수 있는 대기업이 아니라 약자인 중소 자영업자들이라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배달앱 서비스과 중소 배달 음식 전문점이 마찰을 빚기도 한다.

O2O 기업들이 수집하는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나 위치 정보 등 사적인 정보를 토대로 개인의 취향이나 예상 동선 등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제2, 제3의 새로운 사업을 벌일 경우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길거리를 걸어갈 때마다 스마트폰에 각종 할인·이벤트 정보가 무시로 쏟아져 들어오는 불편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