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동산 단타>노하우

bthong 2007. 5. 1. 12:06

"사람 잘 사귀고, 자금관리 잘하고 부지런히 공부하면 그만”

필자가 ‘배 프로’라고 부르기도 하는 40대 초반의 백수인 그는 아주 바쁜 사람이다.
걸쭉한 입담에 다소 과장된 몸짓과 행동으로 항상 주변사람들을 웃기는 재주를 가졌다. 골프가 싱글 수준이기에 몇 번의 라운딩을 같이 하면서 필자가 배 프로라고 별명을 붙여주었다.

배 프로는 평소에는 거의 연락을 하지 않는다. 그가 필자에게 연락을 취해 오는 때는 뭔가 건수가 있을 때이다. 배 프로를 알게 된 지는 4년 정도 되는데, 그 동안 부동산 투자의 모범교재라고 할 만한 수완을 필자에게 보여주었다. 대부분의 건수에 대해 필자는 “설마…” 또는 “이 사람 사고 칠 사람이네” 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결과는 항상 그가 옳았다.

그는 내게 부동산 주소를 불러주고는 “이 거 얼마나 감정 나올 것 같은지 알려 달라”는 식으로 연락을 하곤 했다. 그러고는 은행에서 어느 정도 대출이 나올 수 있는지, 알고 있는 은행과 상호저축은행에 물어봐 달라고 뻔뻔스럽게(?) 부탁한다. 이렇게 그가 내게 연락을 취한 물건들을 보면 용산에 있는 단독주택, 청담동의 고급주택, 용인에 있는 관리지역 내의 밭, 파주 문산 인근의 도로 낀 관리지역 내 임야, 송파구의 단독주택, 양평의 임야 등 일일이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다.

배 프로는 주식하는 사람으로 치자면 워런버핏과 같이 가치투자, 장기투자를 하는 부류라기보다는 소위 말하는 ‘단타쟁이’, ‘10원띠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아파트가 막 뜰 때면 과감하게 아파트로, 땅이 뜨면 땅으로, 재개발이 뜨면 재개발로, 개발 사업이 뜨면 개발 사업으로 이리저리 좌충우돌하는 스타일이다.


아파트, 토지·임야, 재개발 등 투자종목 다양
그가 용산역 대로 후면에 있는 단독주택을 평당 1000만원에 사겠다고 할 때 필자는 “너무 비싸다. 감정도 얼마 나오지 않는다. 대출도 많이 못 받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6억원 조금 넘게 주고 세로변에 접한 대지 60여 평의 15년이 넘은 단독주택을 3억원이 넘는 대출을 끼고 샀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용산기지 이전과 서울시의 개발계획으로 평당 1500만원은 족히 가는 물건이 돼 버렸다.

청담동의 고급주택을 12억원대에 사서 고급빌라를 짓겠다고 했을 때도 필자는 의구심을 가지고 감정가를 말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같이 일하는 몇 명과 공동투자했다는 배 프로는 이 건으로도 좀 벌었다고 했다. 그는 얼마 벌었는지는 절대로 말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 다만 항상 “좀 벌었다”고만 표현한다. 답답한 노릇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인상을 받았던 건 문산의 임야를 처리하는 솜씨를 본 뒤였다. 임야를 개발해서 공장용지로 팔아먹겠다고 했다. 문산 인근의 공장용지는 대략 평당 80만원에서 15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는데, 좋은 임야가 싸게 나와서 군의 동의만 받으면 개발이 가능하다며 전문가들과 같이 작업하고 있으니 얼마나 감정이 나오겠느냐고 물어온 것이다. 임야는 일반적으로 상당히 낮은 가격에 평가된다. 개발이 예정되어 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임야의 공시지가가 낮은 것도 그렇고 개발예정지임을 감안해서 평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평당 35만원에 2500평의 임야를 샀을 때 필자는 오히려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업자들이 어수룩한 사람 꼬드겨서 사기 치는 경우 많이 봤습니다”라고 충고했었는데 파주에 LG필립스 LCD공장이 들어서면서 공장용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배 프로는 평당 100만원에 무사히 분양을 끝냈다며 “좀 벌었지”하는 특유의 멘트를 잊지 않았다. 그때 처음으로 “이 사람 보통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를 골프 뿐 아니라 부동산 프로라고 인정하기 시작했다.


“분야별 전문가가 돕지만 자금관리는 직접한다”
한번은 라운딩을 같이 하면서 배 프로에게 “당신은 아파트도 하고, 재개발도하고, 공장도 하고, 고급빌라고 하는데, 당신이 아무리 전문가라고 해도 그 많은 종목을 다 잘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그런데 그렇게 이런저런 분야에서 다 잘할 수 있는 비결이 뭐냐”고 물어봤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비결이랄 거도 없지만 비결이 뭐냐고 물어 보니까 굳이 대답하자면 사람을 잘 사귀는 성격과 자금관리능력,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배 프로는 사람을 잘 사귀는 성격으로 여러 물건별로 전문가들을 잘 알고 있었다. 공장에 대해 전문으로 하는 사람과 좋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고, 고급빌라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 중개를 전문으로 해서 어느 시장이 뜨고 있는지 시장사정에 밝고 좋은 물건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실력 있는 중개사, 필자와 같이 투자대상 물건에 대한 감정가액과 대출가능금액을 알려주는 평가사, 세금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세무사, 등기 및 권리관련 법무사, 소송관련 변호사, 대출을 담당하는 은행원 등 그가 부동산 투자와 관련해 관리(?)하고 있는 사람들은 실로 다양했고 그가 쓰는 시간의 대부분은 이 사람들과 밥먹고, 운동하고, 상담하는 일과 투자대상 부동산을 발굴하기 위해 현장을 돌아보는 일이라고 했다.

자금을 관리하는 능력도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했는데, 돈은 내 수중에 있을 때 내 돈이지 내 수중을 벗어나면 내 돈이 아니라고 하면서, 투자 시 모든 자금관리는 자신이 하는데 투자 관련된 금융작업도 자신이 직접 한다고 했다. 보통 공동투자를 하게 되면 각자가 맡은 역할이 달라지는데, 배 프로의 역할은 언제나 금융작업이라고 했다. 스스로 자금줄을 쥐고 있기 때문에 돈과 관련해서 사기를 당하는 일은 없다고 했고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는다고 했다.

끝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전문가의 조언이나 업자의 소개도 자신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따라서 이해의 정도와 받아들이는 현실감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하고, 또한 자기 스스로 전문가 뺨치는 실력을 가지고 있어야만 상대편도 상대를 알아보고 어물쩍 속이려 하거나 대충 설명하고 넘어가지 않고 긴장감을 가지고 자신을 대한다는 것이다.

일정한 직업을 갖지 않고 있다는 측면에서 배씨는 ‘부동산 투기꾼’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물건을 보는 안목이나, 타이밍, 상황을 정리하는 능력을 보면 그는 ‘부동산 고수’에 더 가깝다. 최근 그는 서울과 인접한 어느 지역에 대해 내게 감정을 의뢰해 왔다. 특유의 “좀 벌었어”하는 호탕한 웃음소리가 벌써 들리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