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세, 보유세 강화를 골자로 한 정부의 8·31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1년이 지났다. 정책의 약발(?) 덕분인지 1년이 지난 지금, 부동산시장은 얼어붙었다. 신규 매수자는 물론, 기존 주택보다 큰 평형으로 옮겨 타고 싶은 구매자들도 시장만 살피는 상황이다. 내년부터는 6억원 이상 아파트는 세금이 큰 폭으로 오르기 때문이다. 중대형 아파트의 투자 시점과 투자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주택시장은 지금 안정국면을 지나 완연한 하락세에 접어든 상황이다.
건교부가 발표한 2006년 상반기 실거래가 공개에서도 알 수 있듯 지난 5월을 기점으로 전국의 주택 가격은 10% 이상 하락한 상태. 이 같은 상황은 분양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판교 등 일부 인기 지역을 제외하고는 기존 분양 계획을 미루거나 분양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지방의 분양시장은 그 정도가 심각하다. 김선영 내집마련정보사 연구원은 “서울에 이어 두 번째 큰 도시인 부산의 경우, 영조주택에서 실시한 1만 가구가 넘는 분양이 30%에 그칠 정도로 주택시장 경기가 꽁꽁 얼어붙은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의 고강도 정책에도 떨어질 줄 모르던 강남 주택시장에도 변화가 왔다. 종부세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중소형(전용면적 25.7평 이하) 위주로 시장에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시장을 관망하던 다주택자들이 다주택 중과세가 본격 실시되기 전인 오는 11월과 12월 사이에 매물을 더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도 “올 하반기와 내년 초까지는 주택시장이 조정국면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경기를 선도하는 경매시장의 분위기는 어떨까?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전반적으로 하락하다 8월부터 하락세가 진정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기간 동안 지역과 부동산 종류를 막론하고 낙찰가율이 낮아지는 현상을 보였다는 점도 특징 중 하나”로 꼽았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중형(30~40평형), 대형(50평 이상) 아파트 경매 물건을 살펴보면, 중형 평형의 경우 지난 5월 96%를 정점으로 지난 8월에는 73%대까지 하락한 상태. 대형 평형도 같은 상황으로 5월 97%를 정점으로 지난 8월에는 66.5%로 떨어졌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격을 뜻하는 낙찰가율은 부동산 가치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지표로, 지난 8월의 경우 100원의 감정가를 받은 부동산의 낙찰 가격이 66.5원이었음을 뜻한다. 감정가 대비 30~35% 선으로 낙찰가격이 떨어졌다는 사실은 물건에 대한 가치가 그만큼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강 팀장은 “중대형 평형의 낙찰가율은 70%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드문데, 하락폭이 큰 건 종부세 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낙찰가격이 낮아진데 비해 낙찰되는 비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형 평형의 경우 지난 5월 50%였던 것이 지난 8월에는 77%를 기록했고 대형 평형은 지난 5월 50%에서 8월에는 66%를 기록했다. 강 팀장은 “저가 매수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있다는 반증”이라고 분석했다.
대형 평형보다는 중형 평형이 낙찰률은 물론 낙찰가율도 높다는 점도 올 상반기 경매시장의 특징으로 들 수 있다.
투자 타이밍과 전략
그렇다면 중대형 아파트의 투자 타이밍과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할까. 고종완 대표는 “단기적인 시장 상황만 놓고 보면 투자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고 했다. 고 대표는 “내년 초반까지 주택 가격은 조정을 받다가 8월 이후부터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큰 변수로 그는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 국면을 꼽았다. “대선을 치르는 해에 부동산이 하락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김선영 연구원도 “실수요자라면 입지 조건 등을 고려해 공략 시점을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로 잡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중대형 평형의 공급이 아직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 연구원은 재개발, 뉴타운지역을 비롯해 미군기지 이전 호재가 있는 용산, 9호선 개통과 마곡지구 개발 호재가 있는 강서지역, 환경입지가 탁월한 광교 신도시 등을 추천했다.
고 대표 역시 “재건축과 재개발지역의 아파트와 토지 투자가 유망하다”고 전했다. 그는 중간에 조정기를 거치겠지만 장기적으로 2015년까지 주택가격은 상승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수도권 및 일부 인기 지역은 수요를 충족시킬 공급 지역이 이미 포화상태에 달했다는 게 고 대표의 분석이다. 그는 “올 상반기 일부 가격 하락 현상이 일어났지만 강남권의 초대형 아파트는 희소가치로 인해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평당 3000만부터 5000만원 선인 강남 아파트 가격이 향후 평균 4000만원에서 8000만원 선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수도권보다는 수도권, 지방보다는 대도시, 비도심보다는 도심, 비아파트보다는 아파트, 수도권 북부보다는 수도권 남부가 투자에 유망하다”고 추천했다. 개발 호재 지역으로는 재건축, 재개발지역을 비롯해 고속철, 9호선 개통 등으로 교통 여건이 크게 개선되는 강서지역과 김포, 청라(인천)지역을 꼽았다.
강은 팀장은 “중대형 평형은 투자금액이 큰 만큼 낮은 가격에 알짜 매물을 잡기 위해서는 경매 물건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단 싸다는 장점 외에도 입지 조건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권리 분석 등을 꼼꼼하게 체크해야 낭패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주의사항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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