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경기도 하남에는 벽안의 외국인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하남시와 15억달러(1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협약을 맺기 위해서다. 하남시는 이들로부터 올 3월 중 투자 확약서를 받을 계획이다. 또 하남은 인구 50만 명 미만의 소도시로는 드물게 도시개발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하남은 분당급 신도시의 유력한 후보지 중 하나다. 이 같은 각종 호재로 들썩이고 있는 하남시를 전문가와 함께 찾아 나섰다.>
하남엔 대표적인 수도권 내 유망 택지지구인 풍산지구가 개발 중에 있죠. 또 작은 규모의 시로는 이례적으로 시에서 도시 주거환경 정비 기본 계획을 내놓은 곳이지요. 하남시 일부가 편입돼 있는 송파 신도시의 여파와 최근 분당급 신도시의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개발에 대한 여지가 높은 곳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단 이 지역은 장기 투자로 가야해요. 최근 가격이 꽤 많이 올라서 ‘치고 빠지기’는 매우 위험한 지역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분명 유망한 투자처죠.”
서울 올림픽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20여 분을 달려 미사리 조정경기장이 보이기 시작하자 동행한 함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정보분석팀 팀장이 간략하게 설명했다.
하남시는 강동구, 송파구와 맞닿아 있고 한강을 경계로 구리와 남양주시에 인접해 있다. 교통도 올림픽도로 및 국도 45번과 연결되며, 팔당대교의 완공으로 국도 6번과도 바로 연결돼 강남과의 접근성이 뛰어난 편이다. 또 중부고속도로 IC로 올림픽도로와의 연결성도 한결 나아질 전망이다. 미지수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론 하남경전철(서울 상일동에서 하남 창우동까지) 계획이 있기도 하다.
특히 그린벨트가 90%를 상회하는 수도권 마지막 미개발지라는 희소성과 지구 외곽 이성산성-지구내 보존공원-한강수변 녹지 축을 연결하는 환경친화 주거타운이 가능하다는 매력이 있다. 현재 기존 시가지인 덕풍동과 신장동 일대의 도시 주거환경 정비 기본 계획이 2차 주민공람을 마쳤고, 기본 계획이 나온다면 개발계획의 방향이 좀 더 구체화 될 예정이기도 하다.
함 팀장은 “방대한 그린벨트가 청정 주거지를 만들어줄 수 있겠지만 전 지역이 그린벨트나 다름없다는 점은 이 지역의 개발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미사리 조정경기장을 지나 하남시로 들어서기 바로 직전 크레인과 분주히 드나드는 덤프트럭들이 거대한 공사가 진행 중임을 암시했다. 바로 ‘풍산지구’다.
“보시는 바와 같이 한강변에 바로 맞닿아 있어 조망권 프리미엄이 매우 높아질 듯해요. 토공과 시에서도 ‘환경’을 브랜드화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씁니다. 강남권과의 접근성도 높고 환경도 좋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죠.”
함 팀장과 함께 차를 멈추고 주변을 둘러봤다. 하남 풍산지구의 규모는 하남시 풍산동, 덕풍동 등에 걸친 30만7000평 규모. 이곳에 국민임대아파트 3058가구, 일반분양 2430가구, 단독주택 280가구 등 5768가구가 들어선다.
이곳이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단독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독주택부지는 이른바 가장 널리 알려진 신도시 땅 투자 기법(?)이자 ‘그림 같은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단독주택이 신식 아파트에 밀려 홀대받는 분위기야 여전하지만 그래도 세간의 인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중간쯤에 있는 ‘타운 하우스’가 과거에는 거의 주목받지 못하다 작년부터 분양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것만 봐도 트렌드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한국토지공사(토공), 주택공사가 신도시나 택지지구를 개발하며 분양하는 단독주택부지에는 주거 전용과 점포 겸용의 두 가지가 있다. 주거 전용은 말 그대로 집만 지을 수 있는 땅이고 점포 겸용은 보통 3층짜리 집을 지어 1층은 상가로 쓸 수 있게 한 땅이다. ‘전원주택’을 꿈꾸는 실수요자라면 주거 전용을, 투자 목적이라면 점포 겸용을 노리는 게 좋다.
하남풍산지구의 경우 75~80평 단위로 끊어 파는 단독주택부지의 가격은 평당 550만~600만원 선이다. 땅값 약 4억원에 건축비 2억원(평당 350만원) 정도를 들이면 총 6억원으로 넓은 정원이 딸린 전용면적 70평대의 2층짜리 집을 소유할 수 있다.
지역개발에 적극적인 지자체
“하남시가 매력적인 투자처인 이유 중 하나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지역의 개발을 유도하고 있다는 거죠. 시에서 마련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 계획이 지금 공람 중이라고 하네요. 함께 찾아가 볼까요?”
시청을 찾았을 땐 이미 아쉽게도 주민공람이 바로 이틀 전에 마무리된 상태였다. 하지만 하남시 도시계획팀 최용헌씨는 각기 다른 색깔로 표시된 기본 계획의 지도를 보여주며 상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하남시 덕풍동 신장동 일원 노후 주택지 17만7000여 평을 고층 아파트 단지로 바꾸는 계획입니다. 기본 계획안을 보면 덕풍동 10개 구역과 신장동 5개 구역 등 15개 구역으로 나눠 주택재개발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모두 건폐율 50%, 용적률 250% 이하를 적용해서 평균 20층 이하로 개발할 것입니다. 재개발이 끝나면 모두 1만 가구쯤 될 겁니다. 단 15개 구역 중 1, 7, 8, 9구역은 1차 공람을 마치고 제외시키기로 했습니다. 이 지역들은 주민들의 요망에 따라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진행될 듯 합니다.”
하남시는 이 같은 안에 따라 계획안이 확정되는 대로 도에 승인 신청할 예정이다. 기본 계획이 확정되면 해당 구역별로 조합을 설립하고 주거환경정비계획 또는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사업에 착수하면 된다. 최씨는 “시가 기본 계획을 수립해 대규모 재개발사업 토대를 마련하는 것은 하남 지역에서 처음”이라면서도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심의와 주민 동의, 조합 결성 과정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도 내 인구 50만 명 미만 자치단체에서 주택재개발사업을 시작한 곳은 하남시와 의왕시 단 두 곳”이라고 덧붙였다.
“말 대로 작은 평수의 빌라들이 늘어서 있긴 하지만 생각보다는 건물이 노후하질 않네요. 이정도 건물이면 한 15년쯤 됐을 거예요. 결국 모든 재개발·재건축사업이 그렇듯 지역 주민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겠네요. 특히나 이쪽 지역은 대부분의 토지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고 아파트가 그리 많지 않아, 대지 지분을 보고 작은 평수의 빌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는 지역이죠. 하지만 재개발·재건축사업을 보고 투자할 때 유의해야할 점이 있어요. 2~3평 내외의 작은 평수의 빌라가 투자 가치는 높겠지만요, 이런 작은 평수들은 소위 ‘알 박기’로 평가될 수 있어 단박에 내 집 마련의 꿈이 날아갈 수 있어요. 조합에서 인정을 안 하는 거죠. 조합원 자격도 못 얻고 강제수용의 여지가 있으니 적어도 5~6평의 지분은 돼야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을 거예요.”
시청 근처 13구역을 함 팀장과 함께 둘러본 후 지역의 중개업체에 들어섰다.
“여기선 그 정도 지분을 가진 빌라를 사기 위해선 1억원 정도 필요합니다. 지난 해 9월 정도까지만 해도 7000만원 선이었는데요, 10~11월을 기점으로 해서 이 곳 빌라들이 꽤 올랐어요. 하지만 재개발은 아직 불투명하긴 해요. 특히나 분양가상한제가 국회를 통과하면 여기뿐 아니라 재개발·재건축시장은 급격히 경색할 듯 합니다.”
강병호 대흥공인중개사 소장의 말에 함 팀장 역시 “맞는 말”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분양가상한제가 확정되면 ‘먹을 게’ 줄어든 건설사 입장에선 사업성이 떨어지는 재개발·재건축은 고려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리시가 재개발과 함께 하남시가 공 들이고 있는 지역개발사업은 중앙정부에서 그린벨트를 해제하기로 한 21만 평 규모의 지역현안부지사업(신장동 347일대)이다. 하남시는 이 중 4만 평에 아파트를 짓고 나머지 17만 평에 외자를 유치해 복합단지를 조성한다는 것.
하남시는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 부동산 개발 전문 컨소시엄과 터미널과 테마파크, 명품 아웃렛 등 복합단지 조성을 위한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에 앞서 미국의 옵티마 펀딩그룹 컨소시엄과도 같은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해 둘 중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쪽과 복합단지를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도와의 협의 하에 광역 화장장 유치 조건으로 2000억원을 지원받아 복합단지 부지를 조성한 뒤 이들로부터 외자를 유치해 단지 걸립 공사를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실수요 위주의 장기 투자해야
작년 11·15대책 이후 한풀 꺾인 전국의 아파트 가격이지만 하남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시나브로 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초 985만원이던 아파트 평균 평당 가격(국민은행 시세기준)이 2월초 1010만원으로 상승했다. 또 6000~7000만원하던 다세대, 빌라가 1억~1억2000만원으로 급등하기도 했다. 즉 대책 이후에도 하남 지역의 집값 상승률은 요지부동이란 뜻이다.
사실 시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개발계획에 의해 하남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고 보긴 힘들다. 말 그대로 계획은 계획일 뿐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복합단지 건립을 위해서는 광역 화장장 유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이를 놓고 민-민, 민-관, 관-관이 격렬히 맞서고 있다. 화장장을 유치해 지역 발전의 종자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쪽과, 환경도시가 모토인 하남에 화장장을 유치하면 경쟁력 자체를 떨어뜨린다는 쪽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솔직히 이 지역 재개발이 ‘물 흐르듯’ 추진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기본 계획에서 보듯 각 지구가 도로를 경계로 짜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얼핏 봐도 도로에 붙어있는 상업시설의 비율이 20%가 넘어 보이지 않나요? 주민들의 8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쉽지 않겠죠. 또 몇몇 구역의 경우 새로 아파트가 들어선 곳도 있습니다. 기본 계획 수립 단계에서 약간의 착오가 있었던 거죠.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선 올 6월까지 조합 설립을 마쳐야 하는데 말이죠.”
명성공인중개사의 용석범 대표는 재개발의 여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보였다. 그는 최근 이 지역의 집값 상승을 이끈 건 바로 “송파 신도시 개발과 분당급 신도시 유망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지역은 93%가 그린벨트 지역입니다. 때문에 외지 사람은 물론 지역 사람들도 개발에 대한 기대를 갖지 않았어요. 근데 갑자기 송파 신도시가 발표되고 하남시의 일부가 송파 신도시 안에 들어가면서 ‘아. 하남도 개발이 가능하구나’하고 느끼기 시작한 거죠. 하남시의 그린벨트가 풀릴 때 환경단체 등에서 많은 반대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여파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어요. 건교부에서도 의외라고 생각했겠죠.”
용 대표는 이 지역은 이미 평당 1000만원에 달하는 지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섣부른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시내인 강동구에도 1000만원이 안 되는 땅이 수두룩하다”며 “지가가 지나치게 높은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10년 정도의 기간을 둔 장기 투자를 생각하면 수도권 내에서 하남시만한 곳이 없다고 강조했다.
“첫째로 다른 곳을 제외하고 광주나 용인에 분당급 신도시가 들어선다고 쳐요. 그러면 이 지역의 지가는 자연스레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왜냐 서울 강남에서 광주나 용인으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하남이기 때문이죠. 또 판교가 제대로 자리만 잡아도 이 지역 지가엔 긍정적이요. 물론 신도시가 하남으로 온다면 금상첨화죠. 또 다른 것은 지자체가 이 지역개발에 매우 적극적이라는 점입니다. 미지수라 쳐도 인구 13만에 불과한 하남이 인구 50만은 돼야 시작하는 기본 계획을 내놓았다는 것은 지자체가 개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표현입니다. 때문에 이곳은 일종의 ‘안전장치’가 잘 돼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함영진 팀장 역시 “하남 지역은 실수요 위주의 장기 투자가 필수”라고 덧붙였다.
“이미 하남 지역은 지가가 높게 형성돼 있어요. 때문에 여유자금이 충분하지 않다면 투자가 어렵죠. 그럴 바엔 아예 차라리 환경도 좋고 서울과 거리도 가까운 이곳 하남에 집을 마련하는 것도 좋습니다. 가격이 하락할 여지가 별로 없는 곳이기 때문이죠. 노후한 지분 투자보다는 실거주를 염두에 둔 신규 아파트나 후광 효과가 기대되는 분양 물량을 노리는 게 좋습니다.”
현재 하남 지역의 분양 물량으론 한라건설이 8월경 덕풍동 타운하우스 126세대를 공급할 예정이다. 한솔건설은 신장동 일대에서 토지작업 중이라 사업 내용이 변경될 확률이 높다. 중앙건설은 덕풍동 일대에 33평 단일 평형으로 약 470세대의 지역조합 아파트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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