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0년 후 내다보는 주식투자 전략[下] -대물림 주식

bthong 2007. 5. 9. 15:08
  • 10년 후 내다보는 주식투자 전략… <下>자식 물려줄 '30년 상속 주식'
    시장 지배력 갖춘 신세계·포스코·삼성전자·한전 등이 후보
    주식 살 때 세무서에 신고해야… 증여세 면제혜택도 이용을
  • 전수용기자 jsy@chosun.com
    입력 : 2007.05.08 23:07
    • 대기업 입사 9년차 엔지니어 정영구(35)씨는 결혼 4년 만인 지난달, 복덩이 아들을 얻었다. 아이에게 뭔가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었는데, 며칠 전 증권사에 다니는 친구로부터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사주라”는 말을 들었다. 가끔 신문에서 재벌가(家) 자녀가 수백억원 대 주식을 갖고 있다는 보도를 보긴 했지만 내가 무슨…. 그날 저녁 정씨는 잠든 갓난아이를 바라보며 친구 말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교육비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가 넘는다니 저축으로는 교육비 마련도 힘들 테고. 또 결혼은 어떻게 시켜. 그렇다고 내가 이놈한테 물려줄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씨는 친구의 충고에 따르기로 맘먹었다. 그런데 집을 팔아 주식을 사줄 수도 없고, 아이가 성인이 될 20~30년 뒤를 내다보고 종목을 골라야 할 텐데, 막막하기만 하다.

      ◆기념일에 몇 주씩 사주라= 전문가들은 정씨에게 아이가 클 때까지 생일이나 어린이날 같은 기념일에 주식을 몇 주씩 사서 선물하라고 조언했다. 목돈도 들지 않고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적립식 투자방식이다.

      근데 앞으로 20~30년은 투자해야 하는데 기업이 망하기라도 한다면 어쩌나. 한국증권 조홍래 전무는 “특정 종목을 물려주는 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며 “포트폴리오(자산배분)를 물려주라”고 했다.


    • 예를 들어 기념일에 그 시점에서 업종별 시가총액 1위 기업 주식을 몇 주씩 사주는 방식이다. 1998년 어린이날 즈음에 삼성전자·농심·SK·포스코 등 당시 18개 업종의 각 시가총액 1위 종목에 투자했다면 배당금을 제외하더라도 현재 누적수익률이 320%에 달한다. 연평균 35.6%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매수 후 잊어라(Buy & Forget)= 전문가들은 안정성·성장성·수익성의 3박자를 고루 갖춰 한번 사면 죽을 때까지 팔지 않아도 되는 ‘원 디시전(one-decision) 기업’을 고르라고 충고했다.

      그렇다면 ‘원-디시전’ 기업은 어떤 종목일까. 예측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 과거 미국증시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미국 뉴욕증시 S&P500 지수에 속한 500개 종목 중에서 1957년 이후 50년 동안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기업을 살펴보자.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가 매년 20% 수익률로 1위였다. 또 투시롤(막대사탕 회사), 코카콜라, 펩시, 하인즈(케첩), P&G, 화이자, 허시(캔디) 등이 이름을 올렸다. 20개 기업 중에서 17개가 소비자 브랜드 파워를 무기로 사실상 시장 독점권을 가진 기업이었다.

      10개 국내 증권사들로부터 자식들에게 물려줄 만한 주식을 추천받았더니 신세계·신한지주·포스코(각5곳)·삼성전자·KT&G·한국전력(각4곳) 등이 많이 추천됐다. 확고한 브랜드와 성장성, 시장 지배력과 독점적 지위를 지닌 종목들이다.

      ◆계절 지표를 고려하라 = 그렇다면 언제 사는 게 유리할까. 당연히 조금이라도 주가가 낮을 때 사는 게 좋다. 다시 미국증시를 보자. 1970년 이후 다우지수는 할로윈(10월31일 축제일) 시즌이 있는 10월 말부터 이듬해 4월 말까지 연평균 8.3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5월~10월 말 사이 연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0.03%였다. 이 같은 현상은 5~10월은 여름철 휴가로 주식 거래량이 적은 반면, 10월 말~이듬해 4월은 연말·연초 상여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오기 때문이다. 또 기업 입장에서도 여름철은 매출이 부진한 반면 연말·연초에 투자 결정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이외에도 36개국 증시도 같은 추세를 보였다.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1985~2006년까지 21년간 11~4월 코스피지수 연평균 상승률은 13.51%에 달한다. 반면 5~10월 사이 연평균 상승률은 2.77%에 그쳤다. 매년 적립식으로 주식을 산다면 주가가 싼 5~10월 사이 매수하는 게 유리하다는 얘기다.

      ◆증여세 면제혜택을 이용하라= 상장사 주식을 자식 이름으로 사주는 것은 훌륭한 ‘세(稅)테크’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세법상 소액주주의 경우 주가 상승 이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수익이 아무리 많이 나도 투자원금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내면 된다. 여기에다 미성년자는 부모로부터 받은 재산이 10년마다 1500만원까지, 성인은 3000만원까지 증여세를 공제받을 수 있다. 때문에 주식을 살 때는 자녀 명의로 하고 자금출처를 명확히 하기 위해 적은 금액이라도 미리 세무서에 신고를 해두는 게 유리하다.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신고서 양식을 다운받아 관할세무서에 제출하거나 등기우편으로 보내면 된다.

       

      키워드… 포트폴리오(portfolio)= ‘서류가방’에서 따온 말로,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한 분산 투자를 뜻한다. 주식·채권·현금·부동산 등 투자 자산의 종류와 국내·해외 등 투자지역을 다양화해서 투자하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원-디시전(One-Decision) 주식= 1970년대 미국 투자 전문가들이 절대 팔지 말라고 조언했던 초우량 주식. 한번 주식을 매입하면 언제 얼마에 팔아야 할지 결정할 필요가 없을 만큼 장기적으로 주가 전망이 좋은 기업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