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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없는 시대 도래하나?

bthong 2007. 5. 20. 20:43
미안합니다. 우리는 현금을 받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이 커피전문점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산 뒤 현금을 냈다가 이런 구박을 받을 날이 멀지 않았다.

파이낸셜 타임스 신문은 19ㆍ20일자 주말판에서 앞으로 7년 내에 현금 결제는 전체 결제 수단 중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며 현금이 필요 없는 사회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고 전망했다.

기술의 발달로 카드나 휴대전화를 단말기 스캐너에 건드리기만 하면 바로 결제되는 새 시스템 이 확산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햄버거, 담배, 커피 등을 사기 위해 지폐와 동전을 찾아 셈을 치를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

영국의 지급결제서비스협회는 현금 지불의 비율이 현재 63%에서 2014년에는 50%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금보다 플라스틱 카드를 선호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HSBC, HBOS, 바클레이,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 등 은행들은 고객들이 10파운드 미만 소액 상품 결제시 교통카드처럼 단말기를 건드리기만 하면 되는 신용카드와 데빗카드(직불카드)를 도입할 예정이다. 은행들은 2008년 말까지 이런 카드가 500만장 이상 발급되고, 10만개 점포에서 사용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영국의 스포츠클럽들은 현금을 몰아내는 이 같은 움직임에 앞장서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단인 아스날은 내년 말까지 스타디움에서 현금을 없앤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즌 티켓 소지자는 카드 한 장으로 축구 경기는 물론 음식과 음료수 값을 지불할 수 있게 된다.

2012년 런던올림픽 조직위도 올림픽 팬들이 현금을 꺼내지 않고 경기장을 돌아다니며 즐길 수 있도록 현금 없는 올림픽을 만들기 위한 계획들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은 초기 단계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VIP 비치 클럽의 소유주 콘래드 체이스는 회원의 피부에 이식할 수 있는 쌀알만한 크기의 데이터 칩을 만들었다. 이 칩을 이식받은 회원은 음료를 마시고 싶을 때 카운터를 향해 손만 흔들면 된다.

현금 없는 사회가 도래할 경우 최대 수혜자는 은행이다. 지폐와 동전을 취급하고 수송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행들이 현금을 취급하고 수송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간 190억파운드에 이른다고 맥킨지 보고서는 추산하고 있다. 은행 전체 사업비 중 8%에 이르는 비용이다.

비자 유럽의 혁신업무 담당자인 샌드라 알제타는 “지금까지는 현금이 왕이었고, 특히 소액 결제시 다른 결제 수단들은 너무나 느리거나 비쌌다”며 “그러나 이제 단말기에 갖다 대면 결제되는 ’콘택트리스 지불(contactless payments)’은 현금보다 훨씬 빠르다”고 지적했다.

비자 유럽의 피터 에일리프 최고경영자도 지난 3월 인디펜던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2년쯤에는 신용카드나 데빗카드를 쓰는 게 현금보다 더 싸고 편리한 결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에일리프는 앞으로는 고객이 현금으로 지불할 경우 이를 처리하는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소매업자들이 현금을 내는 소비자에게 수수료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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