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펀드

최고 펀드매니저에 듣는 펀드투자 노하우

bthong 2007. 5. 20. 22:06
`장기투자`는 펀드투자자뿐 아니라 펀드매니저에게도 힘든 일이다.

펀드 수익률 악화로 2~3년 만에 물러나는가 하면 고액 스카우트 제의에 기존 펀드를 버리고 다른 운용사로 떠나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한 펀드매니저가 설정 이후부터 해당펀드를 매만지며 운용 일관성을 유지하는 펀드도 있다.

2001년부터 `미래에셋인디펜던스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손동식 미래에셋운용 주식운용부문 대표, 2002년부터 5년 동안 `신영마라톤주식형펀드`를 이끌고 있는 허남권 신영투신주식운용본부장, 2002년 10월 설정 이후 `Kodex200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고 있는 배재규 삼성투신운용 인덱스운용부장이 바로 그들이다.

국외펀드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시장에서 가장 오래 유지된 신한BNP파리바운용의 `봉쥬르차이나주식형펀드`(미러펀드)를 운용하는 클로드 티라마니 펀드매니저는 1995년부터 이 펀드의 원본펀드를 운용해 왔다.

`펀드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이들이 궁금해졌다.

증시 급락기에는 어떻게 대처했을까. 긴 항해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자신만의 투자지표는 무엇일까. 장기간 펀드를 운용하면서 쌓은 돈 버는 `노하우`는 뭘까.

 

◆ 즐겨 찾는 투자지표는 = 수년 동안 하나의 펀드를 운용하면서 모두들 자신만의 투자 경제지표를 갖고 있다.

 

시장과 종목을 아우르기 위한 독특한 `나침반`인 셈이다.

손동식 대표는 "최근 비철금속ㆍ곡물가격, 유가 그리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이머징마켓 경기선행지수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했다.

경기선행지수는 펀드매니저들이 가장 즐겨 찾는 투자지표다.

허남권 본부장도 "증시는 시장을 선행한다는 대전제는 좀처럼 깨지기 힘들 것"이라면서 "그렇다면 결국 경기선행지수가 증시 흐름과 유사하게 갈 것이란 결론도 부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ETF 전도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배재규 부장은 "글로벌 유동성 흐름만큼 주가 흐름과 유사하게 움직이는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세계 주식, 채권, 실물자산을 넘나드는 유동성을 체크한다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

배 부장은 "글로벌 증시로 얼마만큼 몰릴지는 알 수 없어도 국가별 밸류에이션을 보면 어느 지역으로 돈이 몰릴지는 알 수 있다"면서 "국가 간 주가수익비율(PER)은 수급을 파악하고 향후 주가 변동까지 전망할 수 있는 좋은 지표"라고 설명했다.

`중국통`인 티라마니 펀드매니저는 이머징마켓에서 통화지표만큼 효과성 높은 건 없다는 쪽이다.

티라마니는 "경기호황에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 당국은 긴축정책을 펴고 이어 해당국 통화는 강해진다"면서 "통화 강세가 반드시 증시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확률은 높다"고 전했다.

 

◆ 어떤 펀드 고를까 = 펀드매니저가 직접 펀드 판매창구로 가서 펀드를 고른다고 하면 이들은 어떤 점을 먼저 살필까.

배재규 부장은 낮은 운용보수를 첫손에 꼽았다.

"은행금리 0.1%를 더 받기 위해 은행은 여기저기로 옮기면서 정작 펀드보수 1%는 우습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면서 "인덱스 상품은 시장만 따라간다고 지겨워하는 사람이 많지만 싼 보수를 생각하면 장기투자자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이라고 했다.

 

손동식 대표는 자신이 원하는 투자기간과 가용 투자금액을 먼저 생각하라고 했다.

그리고 이어 여기에 맞는 운용구조와 편입종목을 갖춘 펀드를 고르라는 조언이다.

손 대표는 "가령 선진증시는 변동성이 작은 만큼 수익률도 높지 않다"면서 "큰 위험을 지고서라도 짧게 돌릴 자금이라면 이머징마켓 쪽 펀드를 고르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허남권 본부장은 "나 같으면 펀드수익률이 가장 안 좋은 펀드를 고르겠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허 본부장은 "하지만 운용 일관성이 어떤 상황에서든 지켜졌다는 조건이 필요하다"면서 "중요한 건 가입할 때 펀드수익률이 아니라 나올 때 수익률이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증시 상승종목은 돌고 돌게 마련이다.

대형주가 뜨는가 하면 중소형주가 급등하고, 또 어떤 해는 배당주가 선두에 선다.

 

◆ 변동 장세땐 이렇게 = 허남권 본부장은 2002년을 펀드매니저에게는 `다시 오지 않을 최고 황금기`라고 표현했다.

허 본부장은 "증시가 700에서 움직이고 있을 때였는데 저평가 우량주를 찾기가 정말 쉬웠다"면서 "지금은 모두 몇 100%씩 올랐는데 그런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손동식 대표는 지금도 2004년 4월 차이나쇼크 상황을 정확히 기억한다.

바로 코스피지수가 936까지 올라 모두가 1000 돌파의 꿈에 부풀어 있었을 때다.

손 대표는 "차이나쇼크 터지고 2주 동안 19% 정도가 하락했고 중국 관련주는 대부분 반토막이 났다"면서 "`리스크`의무서움을 깨달을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배재규 부장은 "지금부터는 나의 호시절이 올 것 같다"면서 "펀드 르네상스가 5년, 아니 10년 간다면 결국 인덱스 상품 진가가 발휘될 것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정철진 기자] 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