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전북 부안군 변산면 마포리 '갯마을수산'. 200여평 크기 작업장 한쪽 생산라인에서 고등어 손질이 한창이다. 위생복 차림의 주민 7명이 작년 가을에 잡아 급랭시킨 고등어를 녹여 다듬는다. 커피색이 감도는 뽕잎 추출액에 1시간 동안 담갔다가 '뽕잎 고등어'란 상표의 팩에 1마리씩 진공 포장, 다시 얼린다. 종업원 장정숙(48)씨는 "몸에 좋은 뽕잎이 고등어의 비린내까지 잡아주면서 날개 돋친 듯 전국에 팔려나가고 있다"며 "덕분에 주민들 지갑이 두둑해졌다"고 말했다.
이 업체의 지난해 매출액은 8억원. 사업 첫 해인 2005년 7000만원에서 2년 사이 11배나 늘었다. 업체 대표 박지웅(58)씨는 "명절에 집중되던 주문이 올해는 4계절 이어져 평일에도 50상자(상자당 15마리)까지 택배로 보낸다"며 "전주로 시집간 둘째 딸까지 돌아와 가업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부안이 사양길을 걷던 뽕나무 농사로 뜨고 있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 매출액만 지난해 60억원이다. 이를 가공한 추출액과 술·아이스크림·찐빵, 그리고 뽕잎을 가미한 두부·국수 등 매출(250억원)까지 합쳐 300억원을 거뜬히 넘겼다. 올해는 전체 매출이 54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부안군은 예상한다.
부안군이 뽕나무를 전략작목으로 육성하고 나선 것은 2004년. 한때 480㏊에 이르던 이곳 뽕밭은 1980년대 초반 이후 양잠이 쇠퇴하면서 대부분 갈아 엎어졌으나, 변산면 일원엔 60㏊가 남아 있었다. 이곳 70여 농가는 실크를 짜는 누에고치 대신, 누에를 건조해 만든 환(丸)과 가루 등 기능성 식품을 팔아 양잠의 명맥을 이었다. 연간 매출은 5억원쯤에 그쳤다.
- ▲ 전북 부안군 동진면의 뽕밭에서 농가들이 마지막 남은 오디를 따고 있다. 오디는 5월 말부터 한 달간 수확하지만 부안에선 조 기 출하를 위해 비가림 하우스까지 등장했다. 김창곤 기자
뽕나무 농사는 오디가 건강식품으로 떠오르면서 부안에 성장의 새 활로를 열었다. 오디는 300평당 수입이 300만~400만원으로 쌀 농사의 3배를 넘는 데다 노령에도 딸 수 있다. 뽕밭은 논까지 파고 들어 부안 전역으로 매년 갑절씩 확대됐고, 지난 겨울 340㏊에 이르렀다. 이는 전국 뽕밭의 12.6%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대 면적이라고 군은 밝혔다.
4년 전 논 1200평에 뽕나무를 심은 부안군 동진면 허학동(62)씨는 "전국적 뽕나무 재배 붐에 맞서, 농가들이 부안 뽕을 차별화하기 위해 무농약 재배를 하면서 조합을 구성, '참뽕'이라는 브랜드도 등록했다"고 말했다. 하서면 김진호(52)씨는 오디를 한달 앞서 4월 말부터 따기 위해 비가림 하우스 재배까지 시도해 성공했다.
군과 농가들은 오디뿐 아니라 뽕잎까지 상품으로 개발했다. 뽕잎을 냉면과 전·케이크·김밥 등에 가미하면서 김치와 나물, 장아찌도 만들었다. 뽕잎과 오디를 이용한 요리는 50여 가지에 이르고, 이를 가미한 바지락죽·칼국수·백숙 등 전문음식점도 27곳이 개장 중이다.
- ▲ 전국 부안군 변산면의 한 수산가공업체 작업 라인에서 주민들이 손질 중인‘뽕잎 고등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 업체는 창업 3년 만에 매출을 11배로 늘렸다. 김창곤 기자
부안 농가들은 올해 무농약 뽕잎을 쌈 채소로 개발했다. 냉동·냉장 포장의 오디·뽕 제품들은 우체국 택배로 24시간 안에 전국에 보내진다. 장지산 군 누에특화담당은 "3년 사이 650여 농가가 뽕밭을 일궜고, 오디 및 뽕잎을 가공·판매하는 기업으로 오디주 업체 3곳 등 12개 업체가 생겨나 200명을 고용한다"고 말했다.
군은 올해 초 변산면 마포리 7만6186㎡에 '누에마을'을 착공했다. 이곳은 뽕·오디 산업의 홍보 거점이자 관광·체험촌으로, 내년 말까지 사업비 111억원을 투자한다. 3층 높이의 대형 뽕나무 조형물을 중심으로 양잠 및 곤충 전시관과 체험관 등을 둔다. 새만금과 변산반도 관광객들을 불러모아 양잠의 이모저모를 살피게 하면서, 명주실을 잣게 하고 오디 등 식품 가공 과정을 체험케 한다. 2010년엔 민자를 유치, 스파랜드와 팬션도 들일 계획이다.
군은 오디·뽕의 기능성을 활용하는 전문업체를 유치하려 한다. 군은 기업유치 보조금으로 올해 18억원을 배정했고, 유명 식품업체 등 3개 사가 입주 의향을 보였다. 김호수 군수는 "제품을 더욱 다각화하고 품질을 높이기 위해 연구소 설립과 대학과의 제휴도 추진 중"이라며 "세계 최고급 실크 생산에도 도전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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