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의 30%, 문화생활 즐기는 등 여가활동에 소비
인생의 노년기, ‘자기 실현의 기회’ ‘제3의 인생’
한 사내가 말을 타고 사막을 가로지른다. 그의 이름은 하워드 스펜스. 한때 할리우드를 주름잡던 서부영화 스타 하워드는 이제 옛 명성에 기대 근근이 살아가는 처지. 거만하고 이기적인 성격에다 술과 마약, 여자에 둘러싸인 방탕한 생활로 시간을 보낼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하워드가 영화촬영 도중 갑자기 사라진다. 옷과 신용카드까지 버리고 30년 만에 고향을 찾아간 것. 그 곳에서도 술에 취해 싸움을 벌였다가 경찰에 붙잡힌 하워드에게 어머니는 어디엔가 그의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얘기를 해준다. 이제 하워드는 옛 애인 도린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돈 컴 노킹’은 그저 그런 인생 속에서 희망을 찾는 여정을 그린 로드무비이다.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던 하워드가 나이가 든 다음에야 가족과 화해하는 과정이 감동을 자아내기에 모자람이 없다. 이처럼 이 영화에서는 젊은 시절 부서진 인간관계의 회복을 위한 노력, 누군가를 찾아나서는 여행, 미국문화에 대한 애증을 그리고 있다.
하워드와 같은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노년이 되어, 그제서야 여유를 갖고 인생의 희망을 찾는, 이른바 ‘뉴실버’가 뜨고 있다. 원래 뉴실버세대는 서구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1946~64년생)가 고령화하면서 전통적인 노인상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인 것을 가리키는 용어다.
은퇴 후 취미·레저생활에 적극적인 참여
일주일에 사흘은 수영을 배우고 주말엔 여행을 떠난다. 낮에는 친구들과 맛있는 식당을 찾아다니고 집에선 컴퓨터에 빠져 지낸다.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도 자주 보낸다. 이 이야기는 젊은 청년이나 직장인, 대학생의 이야기가 아니다. 주인공은 올해 64세인 김모씨(남).
김씨의 한달 수입은 부동산 임대료와 연금을 합쳐 250만원정도이다. 이 가운데 30%는 문화생활을 즐기거나 여가 활동에 쓴다. 그는 2명의 자녀가 있지만 “재산을 물려주지 않고 자신을 위해 죽을 때까지 쓸 것”이라며 “사는데까지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박씨와 같이 나이는 들었지만 독립적이고 왕성한 사회 활동 욕구가 있는 뉴실버세대가 점차 우리나라 사회에도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뉴실버세대(1955~63년생)는 자기만의 취미 생활과 레저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으며 미래보다는 현재에 충실하고자 하는 욕구도 강하다. 정년퇴직 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이들의 큰 특징이다.
또한 자녀와의 관계에서 독립적인 태도를 보인다. 배우자 사망후에도 건강이 나빠져도 자녀와는 따로 살겠다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삶의 태도나 가치관도 실버세대보다 여유롭다. 오히려 은퇴 후가 직장에 다닐 때보다 취미생활을 더 오랫동안 즐길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전문가를 통한 계획된 노후설계를 펼치고 있는 이들은 실버세대와는 달리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을 추구한다. 이 때문에 노인들을 위한 금융상품도 속출하고 있다. 뉴실버 세대는 무조건 낭비(?)만 하지 않는다.
뉴실버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금융상품 인기
금융사에서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특정 세대를 위한 상품이 개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실버 금융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아니, 급격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실버상품이 없다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뉴실버세대들은 이를 대비하여 자신의 금융주치의도 확립해 놓은 상태다. “내 것은 내가 관리하자”가 이들의 철칙이기 때문.
고객의 재무를 설계하고 재정을 관리하는 FP는 노후 전용 자금으로 약 3~4억원 정도는 있어야 예전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어느 금융사가 내놓은 실버상품에 가입하면 자산관리는 물론, 1대 1 주치의 헬스케어 서비스 등 건강관리도 해준다.
이미 보험사에서는 치매나 중풍 등 노인병에 대비해 사망보험금을 미리 치료비로 지급하는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송모씨(53세)는 “지금은 사업을 하고 있어 어느 정도 준비는 돼 있지만 큰 돈이 들지 않는다면 새로운 금융상품에도 가입해보고 싶다”며 품위를 지키면서 멋있게 늙어가기 위한 준비는 젊을 때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씨뿐만 아니라 많은 젊은 세대들이 앞으로 멋진 뉴실버세대로 살아가기 위해 전문가를 통한 노후설계를 미리 계획하고 있다.
이미 기업에서는 진작부터 뛰고 있다. 자동차·화장품·골프용품·여행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회사들은 이들을 ‘엘리트 소비자’로 분류하고 다양한 제품 개발·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사회의 짐’이 아닌 ‘새로운 활력소’
한편, 뉴실버를 준비하는 이들은 합리적, 미래지향적인 성향도 강하다. 이들은 남은 인생을 여유롭게 즐기고자 하는 욕구로 가득 차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실현할 재정 능력까지 이미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이들이 은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2010년부터 20여 년간 우리는 1800만 명에 이르는 거대 소비집단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50세 이상 시니어 가계 소비 규모는 2005년 현재 83조7000억 원에 달하는데, 2010년에는 130조 원, 2030년에는 432조5000억 원으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고령친화형 산업시장 규모 또한 2010년 31조 원에서 2020년에는 약 116조 원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앞으로 대규모 은퇴가 우리 경제에 더 큰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뉴실버세대는 소비성향·보유 금융자산에서 과거의 실버세대와 전혀 다르다. 미국의 경우 정부의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뉴실버세대가 신차 구입에 쓰는 비용은 그보다 젊은 세대의 2배 가까이 된다. 영화 관람과 컴퓨터 구입, 맥주와 와인 소비, 의류 구입, 미용용품 구입 등에서도 젊은 세대를 앞섰다.
많은 실버세대는 노년기를 ‘인생의 종말기’로 보고 있다. 반면, 뉴실버세대는 이 시기를 ‘자기 실현의 기회’, ‘제3의 인생’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젊은 시절 시간에 쫓겨 경험하지 못한 학문이나 취미를 배우는 등 교육에 대한 열의도 높다. 물건을 사도 고급 브랜드의 좋은 제품을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미국 조사기관들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뉴실버세대는 그들의 부모세대와 달리 스포츠카를 더 선호한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호텔식 관리 서비스를 받는 화려한 빌라의 주 고객층도 뉴실버세대이다. 이들은 나이가 들면서 기대수준을 낮춰가는 그런 세대가 아니다. 품질과 브랜드, 소비의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돈을 쓰는 세대이다.
과거에 비해 새롭게 떠오른 고령층인, 뉴실버세대는 ‘사회의 짐’이 아니라 ‘새로운 활력’이다. 기업들에게도 구매력의 감소가 아닌 구매력의 창출이며, 비즈니스의 절대적인 호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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