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에 왕위 물려준 정종의 행복한 은퇴생활 '3대 포인트'조선 시대 왕들도 은퇴를 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생애 중 왕위를 이양하고 은퇴한 왕은 상왕(上王)이라고 불렸다. 조선 시대에 상왕은 단 6명이었다. 대부분 권력 다툼의 불가피한 결과였다. 하지만 은퇴 후에도 19년간이나 생존하며 노후를 오래도록 즐긴 왕이 있었으니 바로 조선의 2대 왕인 정종이다. 그는 왕위에 오른 지 2년여 만에 태종에게 왕위를 양위해 업적 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62세까지 살아 평균 수명이 46세에 불과했던 조선의 왕 중 다섯째로 장수했다. 왕보다 상왕으로서의 삶이 훨씬 더 길었던 정종의 인생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은퇴 포인트를 배울 수 있다.
◇부부 금슬 좋아야 노후도 행복
고령화 시대에는 배우자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부모와 자녀의 동거 비율은 1998년 54.6%에서 2014년 31.4%로 크게 감소해 은퇴 후 부부 단둘이 사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가장 좋은 친구로서 여생을 함께할 배우자와의 관계는 행복한 노후의 기본이다. 은퇴 전 부부가 회사 일이나 가사, 자녀 교육 등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다면, 은퇴 후에는 동일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이때 초기 혼란과 의견 충돌을 피하기 위해 은퇴 전부터 관계 정립에 함께 노력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크고 작은 가정사에 대해 자주 대화를 나누는 것이며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여가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
조선왕조실록 정종실록에는 정종이 말을 타고 채로 공을 치는 활동적 스포츠인 격구(擊毬)를 즐겼다는 기록이 여러 차례 남아 있다. 정종이 재위한 때의 나이는 40대로 조선시대에는 적은 나이가 아니었지만 젊을 적 무관으로서 활동했던 정종은 격구를 통해 건강을 챙겼다. 또 사냥, 온천, 연회 등을 즐기며 여유로운 노후를 보냈다.
최근 적극적인 여가를 즐기는 노년층이 많아지고 있다. 은퇴 이후에도 소비 생활과 여가 생활을 즐기며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과거에 비해 건강한 60대 이상의 체력, 다양해진 여가, 소모임 문화의 발달 등도 있지만 젊을 때부터 즐겨 온 취미를 은퇴 후에도 꾸준히 즐기는 모습에서도 찾을 수 있다. 1만 시간을 투자하면 누구나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현재 60세로 은퇴한다고 가정하면 앞으로도 기대 여명 24년이라는 긴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TV 시청이나 휴식처럼 몸을 쉬게 하는 취미도 좋지만 친구와 건강, 재미를 모두 챙길 수 있는 적극적인 여가를 도전하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
◇가족 분란 막는 사전 준비 필요
한 기업의 창업주는 평생 대표이사로 남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어느 시점에서 은퇴를 고려하게 된다. 이때 CEO는 자신의 은퇴가 큰 마찰 없이 이루어지고 이후 지속적으로 기업이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후계자가 미리 결정되지 않거나 상속 분쟁 이슈가 있는 경우는 기껏 일궈놓은 기업의 미래가 오히려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성공적인 가업 승계를 위해서는 자신이 경영에서 물러나는 시점을 결정하고, 그전에 후계자를 지정하여 사업에 합류시키는 등 경영의 지속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절세 대책, 정관 정립과 경영진 정비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것은 물론이다. 또한 승계를 마친 이후에는 진정한 의미의 은퇴를 할 필요가 있다. 은퇴의 한자는 '숨을 은(隱)' '물러날 퇴(退)'를 써 자신의 역할을 완수한 이후에는 전 직장에서의 권리와 의무를 내려놓고 물러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왕조 초기 불안정한 정황 속에서도 왕위 이양 후 편안히 천수를 누리다 간 정종처럼 이전까지의 삶에 매듭을 짓고 노후의 삶을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참고자료 > 熟年人生'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 수명' 스스로 늘려라… 셀프 부양 시대 (0) | 2016.10.14 |
---|---|
치료 필요없는 노환 17만명, 요양병원에 누워있다 (0) | 2016.10.14 |
노후 생활비로, 의료비로… 미리 찾아쓸 수 있는 '종신보험의 진화' (0) | 2015.06.28 |
불안하다, 長壽리스크 (0) | 2014.03.20 |
은퇴하면 떠오르는 말… 한국인은 "가난, 두려움" 선진국은 "자유, 만족" (0) | 2014.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