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熟年人生

치료 필요없는 노환 17만명, 요양병원에 누워있다

bthong 2016. 10. 14. 09:05

  

[고령사회의 뒷모습, 요양시설] [1]

치료 필요한 4만명은 요양원에… 노인 환자 21만명, 대이동 필요

치료보다는 돌봄 위주 '요양원'… '요양병원'보다 절반 정도 저렴
자녀들, 간병비 더 비싸더라도 효도한다며 노부모 병원 보내
정작 입원 필요한 중증 환자들, 비용 부담 때문에 요양원으로

#1. 요양병원에 노모(85)를 입원시킨 이모(61)씨는 스스로를 '불효자'라고 가슴을 치고 있다. 올해 초 서울에 사는 아들이 둘째를 낳으면서 자녀 키우기가 힘들어지자, 고향에 사는 이씨에게 함께 살자고 제의했다. 이씨는 고민에 빠졌다. 서울에 가려면 노모의 방을 포함해 적어도 방 3개짜리 집이 있어야 하는데 아들은 그런 여유가 없었다. '아들이냐, 어머니냐'를 놓고 저울질하다가 이씨는 결국 노모를 요양시설로 보내고 아들네 집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노모는 노쇠한 것 말고는 별 아픈 데가 없어서 등급을 받지 않아도 입원할 수 있는 요양병원에 모셨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7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포근한 요양병원’에 입원한 어르신들이 종이에 그린 조끼에 색종이 띠를 끼워넣는 인지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가벼운 치매기가 있는 장명화(84·오른쪽) 할머니가 어렵게 완성한 작품을 손에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이진한 기자

#2. 치매 증상이 있어서 장기요양보험 1등급 판정을 받은 최모(82)씨는 최근 욕창에 폐렴 증상까지 생겨 2주 만에 한 번꼴로 요양원에서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 응급실을 들락거렸다. 요양보호사는 "병원에 가서 응급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데…"라며 "가족들이 진료비와 간병비 걱정 때문에 좀처럼 병원으로 옮기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집에서 노부모 돌보기 힘들어요"

본지가 13일 건강보험공단의 요양병원 입원 환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작년 말 요양병원 입원 환자 51만2102명 중 장기 입원보다는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가 16만8634명(32.9%)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작년 말 요양원에 입소 중인 14만1655명 중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는 4만3063명으로 추산됐다. 2013년 서울대 김홍수 교수가 '한국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서비스 제공 실태' 연구에서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데도 요양원에 입소한 경우를 전체의 30.4%로 추정한 것을 대입한 결과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17만명은 요양원으로, 요양원에 입소한 4만명은 요양병원으로 이동하는 등 환자 21만명의 대이동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기현상은 왜 빚어지고 있을까.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입원 환자 상태별 분포 외

우선 맞벌이 부부 증가와 핵가족으로 치매 노부모를 집에서 돌보기 힘든 것이 요양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사공진 한양대 교수는 "자녀들이 간병비 부담이 있더라도 의사가 있는 요양병원으로 부모를 입원시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때문에 요양 등급을 받고도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도 7만명이나 된다.

경증 치매나 신체 기능 장애로 장기요양 등급을 받지 못해 요양병원을 '정류장' 삼아 대기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 경증 치매로 앓고 있는 송모(80)씨는 6개월간 요양병원에 입원한 뒤 3등급을 받고 요양원에 입소했다. 송씨의 아들은 "요양병원에서 월 120만원을 냈으나, 요양원에선 월 55만원을 내 경제적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입원 환자 평가해야"

전문가들은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혼선을 정리하려면 요양병원 입원 환자들을 평가하는 기준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영건 차의과대 교수는 "요양병원의 입원 환자 중에서 의료적 처치가 꼭 필요한 사람들도 있으므로 이들을 선별할 수 있는 기준과 제도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원이 꼭 필요한 경우를 골라낼 구체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권순만 서울대 교수는 "장기 입원을 막기 위해선 본인부담금을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요양병원 입원자 중 6개월 이상 장기 입원자가 전체 입원자 5명 중 한 명꼴(11만명)이나 된다. 일본은 90일 이상(다른 병원 포함 6개월) 입원하면 치료가 필요 없는 '사회적 입원' 환자로 간주해 비용 전액을 환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또 요양원 입소자 중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들은 병원에 입원해 제대로 치료받도록 유도하는 정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입원하면 치료비와 간병비 등 경제적 이유 등으로 병원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요양병원 쪽에서는 정부가 간병비를 지원하면 요양병원으로 옮겨올 환자가 많을 것이라고 말한다. 선우덕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우선은 요양원 촉탁 의사를 늘리는 등 요양원의 의료 서비스를 보강해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돌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거동 불편한 정도면 '요양원'… 항시 진료해야할 땐 '요양병원'

어떻게 다르고 어디로 가야할까


노부모가 갑자기 뇌졸중이나 치매 등을 앓아 부득이 노인 요양 서비스 기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요양병원과 요양원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게 좋을까. 다른 선택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중증도에 따라 병세가 깊어 항시 의료진의 관찰과 치료까지 필요한 환자라면 요양병원을,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하고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정도라면 요양원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요양병원은 '병원'인 만큼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이 상주한다. 비교적 중증 만성 질환을 앓거나 척추 등을 수술한 뒤 장기 입원하면서 의료진 관찰까지 필요할 때 적합하다는 얘기다. 요양병원은 65세 이상 노인만 가는 곳은 아니고 나이에 관계없이 큰 수술을 받고 장기 입원 치료가 필요하면 갈 수 있다.

요양병원·요양원 어떻게 다른가


반면 요양원은 치료보다는 돌봄 서비스가 우선인 곳이다. 예컨대 나이가 들면서 신체 기능이 떨어져 거동이 불편하거나 식사하기 불편한 노인, 노인성 질환을 앓더라도 매일같이 의사 관찰이 필요한 정도까지는 아닌 노인이 대상이다. 상주 의사는 없지만 촉탁 의사가 한 달에 2회 정도 방문해 건강을 살펴준다. 그러나 요양원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장기요양 등급 판정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시설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요양병원을 이용했을 때 환자가 부담할 돈은 월 90만~150만원(간병비 포함), 요양원은 월 50만~60만원으로 요양병원이 더 비싸다. 병원 진료가 매일 필요한 정도가 아니라면 요양원에, 자주 병원에 다녀야 할 정도라면 요양병원에 머무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요양병원·요양원은 낯선 곳이라 편치 않아 하는 노부모가 있을 수 있다. 이럴 때는 재가(在家) 서비스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데이케어센터라는 주간보호센터나,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 요양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것이다. 모두 장기요양 등급을 받아야 이용할 수 있다. 주간보호센터를 주중에 매일 이용하면 식대 등 비급여 비용을 합쳐 통상 월 20만~30만원 정도 부담해야 한다. 방문 요양은 요양보호사가 집에 찾아와 식사나 세면 등을 돕는다. 1회 4시간씩 주중에 매일 이용한다면 월 12만~18만원 정도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복지부 설명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