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주택시장에 `타운하우스(Town House)`가 새로운 틈새상품으로 등장하면서 과거 연립주택의 대명사처럼 쓰이던 `빌라(Villa)`가 실종되고 타운하우스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4층 이하 고급 연립주택은 물론 블록형 택지에 들어서는 단독주택단지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타운하우스를 간판으로
내세우다 보니 타운하우스 본질 자체가 심하게 왜곡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타운하우스는 도대체 어떤 집을 말하는 것인가.
타운하우스는 산업자본주의가 태동하면서 급격한 도시화로
시골 귀족들이 도시로 몰려들기 시작한 17세기 영국에서 나타난 새로운 주거 유형이다.
넓은 저택에 익숙해 있던 상류계층이 도시의 비싼 땅값과
협소한 대지여건 때문에 기존의 단독형 고급주택을 도심에서 소유할 수 없게 되자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공동주택형 고급주택인 `타운하우스`였다.
귀족들은 기존 주택가와 분리된 일정 면적 대지에 여러 채 고급주택을 하나의 단지로 건축해 일반 서민주택과 차별화하려고 했다.
수십 가구 주택을 합벽식으로 붙여 하나의 건물을 이루게 하고 중정(中庭)과 같은 외부공간을 공유하는 형태가 초기 타운하우스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연립주택과 다른 점은 연립주택이 수평ㆍ수직적으로 가구를 분리하여 각 층, 각 호별로 다른 가구가 입주하는 반면 타운하우스는 수평적으로만 가구를 분리하고 수직 공간은
한 가구가 독점한다는 데 있다.
즉 2층 또는 3층 단독주택을 연속으로 길게 붙여서 지은 형태였다.
초기 타운하우스는 이처럼 귀족적인 문화를 배경으로 탄생했기 때문에 모든 가구가 공유하는 정원이 건물 중앙에 반드시 배치되었다.
그런데 이런 형태 주택이 갖고 있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타운하우스는 도시 공동주택으로 일반화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도로를 따라 열지어 들어선 타운하우스를 `로 하우스(Row Houseㆍ병렬주택)`라고 한다.
이런 스타일의 타운하우스는 18세기 신대륙 개척과 함께 미국으로 그대로 건너왔고 오늘까지도 뉴욕 등 미국 대도시 주택의 일반적인 형태로 남아 있다.
20세기 초까지 미국에서 유행하던 `로 하우스` 스타일의 타운하우스는 미국의 교외주택 확산과 함께 주춤하다가 최근 교외주택 거주자들의 도심 유턴과 함께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집과 자동차는 줄여 가지 못한다`는 속설 그대로 도심으로 유턴하더라도 집 크기는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데 땅값이 비싼 도심 근교에서 교외주택과 같은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찾아낸 타협점이 바로 타운하우스였던 것이다.
주택에서 땅값과 집값이 차지하는 비율을 1대1로 가정한다면 집값은 도심이나 교외나
별 차이가 없지만 땅값은 도심 가까이로 올수록 차이가 벌어진다.
즉 땅값이 2배 비싼 도심 근교에 같은 규모 주택을 장만하자면 땅값 지분을 절반으로,
3배 비싼 지역에서는 3분의 1로 낮춰야 한다.
방법은 같은 면적에 2가구 또는 3가구를 짓는 것이다.
이렇게 수직적으로 용적률을 높여 지은 타운하우스는 병렬식 `로 하우스`와는
다른 형태로 발전했다.
1가구가 수직 공간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복층형을 수직으로 2가구 배치한 형태,
합벽을 하지 않고 1가구가 1개층을 독점하되 1층 주차공간을 공유하는 형태,
2~4가구 단독주택을 `ㅁ자` 형으로 붙여 짓고 중앙 정원을 공유하는 형태,
3층 구조의 타운하우스에서 1층과3층을 각각 다른 가구가 독점하고
2층은 절반씩 점유한 `1.5층형 타운하우스` 등 다양한 형태의 타운하우스가 선보이고 있다.
공동주택 편리성과 단독주택 독립성을 절묘하게 절충한 타운하우스 인기는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 주택시장에서도 이미 별도 영역을 확보하고 있지만 아직 제도적으로 정의가
확립되어 있지 않다보니 온갖 짝퉁이 범람하고 있다.
엄청난 물량이 공급됐지만 제도화된 용어로 정착되지 않아 왜곡ㆍ변질돼 사라져가고
있는 `빌라`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타운하우스에 대한 제도적 정립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