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경제 중년의 덫에 빠졌다"-FT

bthong 2007. 4. 2. 11:47
한국 경제가 조로(早老)하면서 너무 이른 시기에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렉스 칼럼을 통해 "한때 급속한 발전으로 산업화의 모델로 꼽히며 농업 사회에서 산업 국가로 탈바꿈했던 한국이 '너무 빠른 중년의 시기'(premature middle age)를 맞이하며 침몰하고 있다"고 밝혔다.

FT는 특히 노무현 정부가 경제 발전을 위한 시장 개혁을 이뤄낼 배짱과 비전을 갖지 못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올해 대통령 선거와 내년 총선이 최근 겪고 있는 어려움을 탈피해 새로운 출발을 시도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 1997년 경제위기에서 회복되는 동안 경제성장률이 최근 4년간 평균 4.2%에 그치며 잠재성장률을 하회했다. 반면 중국을 비롯한 저임금 경쟁국가들은 빠르게 성장하며 한국의 산업 국가로서의 입지를 잠식하고 있다.

FT는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빠른 속도로 공장들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외국인을 싫어하는 현상은 해외직접투자 유입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FT는 "한국이 훌륭한 여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나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점은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 잘 교육받은 인재 △ 현대적인 인프라 △ 높은 초고속 인터넷 사용률 △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 등을 갖고 있다. 또 한국 기업들은 전자, 자동차, 조선, 철강 등의 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드날리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는 무엇이 잘못됐을까. FT는 한국은 그동안 일본의 전통적인 산업 모델을 본 떠 발전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FT는 한국이 이 과정에서 불행히도 일본의 강점은 충분히 취하지 못한 반면 너무 많은 약점을 모방했다고 진단했다.

FT는 한국 경제는 주로 수출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리고 제조업의 범위도 상대적으로 좁다는 지적했다. 특히 국내 경제는 역동성이 결여돼 있고, 규제가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특히 TV 드라마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사업 분야의 개발에도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FT는 또 한국 경제가 일본과 비교해 '재벌'이라 불리는 대기업 위주로 더 크게 편중돼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벌이 한국 국내에서 새로운 경쟁기업이 탄생하는 것을 막고 있으며, 국내 투자보다는 해외 투자를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

게다가 중국의 도전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FT는 한국이 지속적으로 번영하기 위해서는 높은 제조업 의존도를 탈피하고 중국 등 경쟁국가가 따라올 수 없는 수익성 높은 새로운 사업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한국 경제는 지금 다양성, 혁신 등을 도입하고 새로운 진입자에 대한 국내 문호를 개방해 경쟁을 진작시킬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FT는 한국의 금융부문을 예로들며 외국 전문가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FT는 유감스럽지만 노무현 정부는 개혁을 추진할 비전과 정치적 배짱을 지니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FT는 올해 대통령 선거와 내년 총선은 한국이 새로운 출발을 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FT는 올바른 정치적 지도력이 있다면 한국은 충분히 발전을 해나갈 능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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