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저축의 시대는 끝났다

bthong 2007. 4. 12. 21:19

 

 

 
 
세계 최대 빚쟁이 나라는 미국이다 . 2조5000억달러가 넘는다.

매년 쌍둥이적자 규모가 1조달러를 넘어서니 그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도 돈을 어디선가 빌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미국은 돈놀이를 가장 잘 하는 나라다 . 돈 조달은 거의 공짜로 하면서 그 돈으로 고수익 운용을 한다 . 론스타나 뉴브리지 같은 펀드가 한국에서 재미를 본 것도 그런 예다.

미국에 돈을 대는 대표적 나라는 일본이다 . 일본은 자본대국이다 . 개인 금융자산이 1500조엔이 넘는다 . 하지만 금융강국은 아니다 . 돈놀이를 잘 할 줄 모른다.

그 실상을 보자 . 일본은 워낙 돈이 많다 보니 외국에서 돈놀이를 해서 번 돈도 막대하다 . 2004년의 경우 8조엔이 넘는 돈을 해외증권 투자 수익에서 얻어냈다 . 문제는 그 중 이자로 번 돈이 대부분(7조6000억엔)이란 점이다.

다시 말해 미국 재무부 채권에서 이자 따먹기나 했다는 얘기다 . 일본의 대외투자 잔고 내역을 봐도 이런 경향은 뚜렷하다 . 2004년 말 현재 일본의 총 대외투자 잔고 433조엔 중 채권투자가 209조엔으로 절반에 가깝다 . 반면 주식과 직접투자는 각각 38조엔에 불과하다.

미국은 이렇게 들어온 싼 이자의 돈을 가지고 외국에서 주식을 사거나 직접투자를 해서 톡톡히 재미를 본다 . 최대 빚쟁이 나라 미국이 버티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돈놀이를 제대로 못하기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

개인 금융자산의 대부분이 예금이나 현금에 묶여 있다(62.7%). 주식과 채권에 투자된 돈은 합쳐서 8.8%에 불과하다 .

미국의 경우 주식투자 비율만 31%다.

19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의 투자 내역은 더욱 한심하다 . 얼마나 투자에 자신이 없으면 채권에 85% 이상 집어넣고 있을까. 주식은 고작 11% 선이다.

 

일본이나 한국이 돈놀이를 제대로 못하는 것은 잘못된 금융교육 탓이다 .

절약이니 저축만 강조하지 고수익 투자의 필요성은 가르치지 않는다 .

돈으로 돈을 버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가르친다.

 

현대 금융의 주류는 이미 3세대로 넘어가 있다 .

돈이 스스로 일하며(Money works) 돈을 버는 시대다 .

국경을 자유스럽게 넘나들며(Bordless), 24시간 쉬지 않고(Timeless), 다양한 방식으로(Formless) 투자를 하며 새로운 부를 창출한다.

이자나 수수료를 따먹는 저축 위주 금융에서 돈을 태워 수익을 얻는 투자금융시대로 바뀌고 있다 . 전 세계적으로 남아도는 돈도 3세대 금융으로의 진화를 재촉하고 있다 .

 

중국과 일본, 한국 등 아시아권에서만 2조5000억달러 이상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고, 고유가로 돈을 번 중동의 오일머니도 넘실거리고 있다 . 돈이 스스로 일하며 고수익을 창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 금융제국 골드만삭스, JP모건은 3세대 금융이 만들어낸 신화다.

 

한국, 한국인의 금융자산 운용도 3세대 중심으로 이동해야 한다 . 금융교육부터 바뀌어야 한다.

저축보다 투자의 중요성을 가르쳐야 한다 . 단순히 돈을 집어넣어 이자나 얻는 1세대 금융 중심으로 가르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 위험을 수반(Risk-taking)하면서 자기 책임 아래(Responsibility), 고수익(Return)을 추구하는 3세대 금융교육을 해야 한다.

 

개발시대에 자녀에게 저축통장을 만들어 주었지만 이제는 펀드통장을 만들어 주어 3세대 금융의 세계를 어렸을 때부터 알게 해야 한다.

 

일본에서도 잠자고 있는 이른바 장롱자산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 찾기에 열심이다 .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를 `이에노믹스`라고 부른다 . 집(家)을 뜻하는 `이에`와 이코노미를 합성한 말이다 . 한국도 개인 현금자산이 9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570조원이 넘는 연기금이 사실상 사장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 미래를 위한 자산 운용처가 꼭 연기금이어야 하는가도 재고해 봐야 한다 . 건전성보다는 이제는 자금 운용의 경쟁력을 따져볼 때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금융권에도 큰 자극을 주게 된다 . 단순히 금융시장을 미국 금융회사에 뺏기게 된다고 걱정만 하면 패배한다 . 선진 금융기법을 배우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 마치 60년대 초 한ㆍ일 국교 정상화 이래 일본에서 제조업 노하우를 배웠듯 말이다.

 

저축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 우리의 금융코드를 투자로 바꿔야 한다 . 그래서 돈이 일하는 한국(Money Working Korea)을 만들어야 한다.

                                                                                                 [조현재 국차장 겸 지식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