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제주도가 살아나려면

bthong 2008. 7. 6. 23:59

지난 1일, 특별자치도 출범 2주년을 맞은 제주도를 찾았다.

제주공항 내국인 면세점에는 주중이지만 관광객들로 북적거리고 거리는 비교적 활력이 넘쳐 보였다.

제주도는 중국인도 4년까지 비자 없이 장기체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문호가 개방됐다. 무비자로 제주도를 방문할 수 있는 국가가 180개 국가로 본토보다 많다.

어떻게 보면 제주도는 조세, 국방, 외교 등 일부 분야를 빼면 사실상 자치공화국이나 마찬가지다. 제주도를 공화국으로 봤을 때 인구 56만명, 1인당 국민소득 1만5000달러, 연간 관광객 543만명(2007년 기준)을 가진 나라라면 비교적 살기 좋은 국가에 속한다. 그러나 제주도보다 적은 싱가포르, 홍콩을 보면 할 말이 너무 많아진다.

제주도는 싱가포르보다 2.7배, 홍콩보다 1.7배나 크다. 인구는 물론 싱가포르의 13%, 홍콩의 8%에 불과하다. 특히 국민총생산(GDP)을 보면 제주도가 84억8000만달러로 싱가포르 1720억달러, 홍콩 2067억달러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인구를 감안하더라도 제주도의 경제성적표는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54만명에 그치고 있다.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아름답고 평화로운 섬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제주도는 지정학적으로 봐도 비행기로 2시간 이내에 1000만명 이상의 도시가 5개나 있다. 또 인구 300만~1000만명의 도시들이 13개가 있을 만큼 동북아시아의 중심지역에 위치해 있다.

이 같은 찬사는 현실과 부딪히면 적지 않은 거리감이 있다는 사실을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됐다.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로 지정되고 특별자치주로 바뀌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활동 편익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지만 투자유치 실적은 신통치 않다. 수도권에서 옮겨온 기업은 다음R&D센터, 성도그린, 키멘슨전자 등 몇 개 기업에 불과하다.

전직 공무원 출신 김 모씨는 그 이유를 "지역 주민들의 텃세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한 기업도 사업을 추진하면서 텃세 때문에 적지 않게 마음고생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섬 특성상 희생을 당했던 적이 많았고 최근 들어 외지인이 많아지면서 나타난 방어본능이라고 하지만 투자기업 처지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다.

텃세는 다름 아닌 지역 주민들의 '추가 보상금'에 대한 요구다. 도청이나 시 직원들도 민원이 제기되면 기업들에 "돈 많은 쪽에서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답변만 되돌아온다고 한다.

S지역에서 콘도와 리조트 사업을 하려던 A그룹은 지역주민들이 수십억 원을 추가로 요구해 당황했다고 한다. 최근 골프장을 건설했던 B사는 토지보상금 외에 주변 마을 주민들의 민원으로 7억원을 더 줬다고 털어놨다. 이 회사 대표는 인구 56만명인 섬에 시민단체만 500개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앞으로도 다양한 관광 편익시설이 들어설 것이다. 헬스케어타운, 영어교육도시, 첨단과학기술단지, 서귀포관광미항, 휴양형 주거단지, 신화역사공원, 생태공원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이들 사업이 구체화되면 민간자본 유치도 늘고 투자기업들도 덩달아 증가할 것이다.

제주공화국의 앞날이 어떤 그림을 그려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과학기술부 = 이병문 차장 leemoon@k.co.kr]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