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도평동 소나무
'세월의 무게 지키며 인간과 조화' 사람에게 인품이 있다면 나무에는 고유의 품격이 있다. 오래된 나무를 만날 때마다 기쁨과 슬픔, 고독은 물론 정겨움과 경외감 등 사람과의 만남에서처럼 온갖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나무는 신록이 시작되는 봄은 봄 나름대로 좋고, 겨울에는 가지를 덮은 흰 눈과 푸른 솔이 조화를 이뤄 아름답다. 밑동에서 뻗어나온 아름만한 줄기들과, 이 줄기들이 다시 작은 가지들을 펼치고 있는 모습과 함께 오래된 소나무만이 간직한 거북 등딱지처럼 갈라진 검은 수피는 소나무만이 주는 매력이다. 많고 많은 나무 가운데서도 특히 소나무를 만날 때 마다 더욱 가슴이 설레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제주일보 8월 31일자.
밑동에서 가슴높이까지 세월의 무게를 켜켜이 쌓아올린 육각형으로 갈라진 검은 수피.
곡선의 미를 뽐내듯 아기자기하게 휘어지다 어느새 사방으로 힘있게 뻗어나간 가지.
첫 눈에 봐도 범적할 수 없는 기상과 굳건한 기세만으로도 발품을 판 보람은 있었다.
제주시 도평동의 소나무는 제주양로원 진입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동남쪽으로 수백m 올라가면 바로 닿는다.
제주고씨의 조상 묘 앞에 심어진 도래솔이다.
도래솔이란 무덤 주위에 심어진 나무를 일컫는 말이다.
나무의 나이는 약 600살로 추정되며, 높이 14m, 가슴높이 둘레 5.6m, 남북으로 뻗어나간 가지의 길이는 약 20m에 달한다.
가슴높이에서 6개의 굵은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있다.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마치 부챗살을 활짝 펴 놓은 모습으로 자랐다.
수령 600년 치고 유명세를 타지 않은 것이 다행일까.
비록 외진 곳에 자라고 있으면서도 그 자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나무에 못지않다.
개인 농경지 안에 있지만 사방 어느쪽에서도 멋진 자태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이 나무는 무덤을 둘러싼 산담 안에 심어진게 특징이다.
일부러 소나무 앞에 묘를 썼는지, 묘를 조성할때 나무를 심었는지 선후야 어쨌든 죽은 이의 유택에 자라고 있기에 수백 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다.
다만 무덤 주인의 13대손이라는 50대 주민이 인근에 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소나무 앞을 선택해 일부러 묘를 쓴 것으로 추정된다.
지조와 절개, 장수를 상징하는 소나무를 곁에 둠으로써 후손들이 그런 덕성을 본받고 발복을 빌었던 것은 아닐까?
고씨 집안에 따르면 부모의 묘를 쓴 주인은 이후 소나무의 굵은 가지수만큼 6명의 자손을 뒀고, 이후 잔 가지수만큼이나 그 자손이 크게 번성했다고 한다.
불길한 기운을 억누르는 소나무의 벽사의 기능을 생각하면 조상의 유택에 도래솔을 심은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나무와 인간의 조화로운 삶은 살아서뿐만 아니라 이처럼 사후에도 끈끈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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