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수의 마흔 이후 남자의 생존법> 나의 인생을 나눠주라 |
은퇴 후엔 어떤 인생이 남아있을까? 영화 ‘어바웃 슈미트’를 보면 그 일면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미국 남부 대형보험회사에서 40여년간 근무하다 은퇴를 맞게 된 슈미트 상무(잭 니컬슨)의 퇴임축하연은 근사했다. 젊은 후임자가 슈미트 상무의 업적을 높이 치켜세워주고 오랜 동료가 회사 성장의 공을 슈미트 상무에게 돌리는, 누가 봐도 부러워 보이는 멋진 은퇴였다. 그러나 그는 상무직을 은퇴했지만 아직 그의 마음은 은퇴하지 못했다.
은퇴한 다음날 아침. 눈을 떠보니 늘 그랬듯이 6시59분에서 7시 정각으로 시계가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출근할 일이 없다. 할 수 없이 아침부터 책상머리에 앉아 돋보기를 쓰고 우편물을 뜯어보던 슈미트씨. 급기야 회사에 나가 뭐 좀 도와줄 일이 없느냐고 말을 건넸다가 면박만 당하고 돌아온다. 퇴직 후에는 마트에 가는 일이 큰 외출 행사가 되고 만다. 생명보험 전문가로서 그는 안다. 66세의 은퇴한 남자가 9년 안에 사망할 확률이 70%가 넘는다는 것을. 그나마 밥을 해주고 빨래도 해주며 유일하게 자신을 맞아주었던 아내마저 뇌졸증으로 급사하고 만다. 하나밖에 없는 딸도 거부할 때, 탄자니아의 어린이 ‘엔구두’에게서 한 통의 편지를 받고 자신의 존재감을 회복한다. 슈미트에게서 하루에 77센트(약 1000원)를 후원받는 어린이다. 슈미트에게 존재감을 회복시켜주고 희망을 주었던 것은 자신이 도왔던 한 어린이였다. 엔구두는 슈미트가 그의 인생에서 아주 작은 것들로 도왔던 어린이다. 그런데 가장 연약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정작 자신이 가장 연약할 때 위로와 행복을 채워주는 것이 아닌가. 우리의 인생을 풍요롭고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돈과 승진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것이 한국 남성들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인생을 풍요롭고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사람이다. 일만 하고 살아온 사람은 일이 끝나면 인생이 적막해진다. 그러나 일하면서 사람과 더불어 함께한 사람은 일은 사라져도 사람이 남는다.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돌아보면 나보다 부족하고 연약한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을 조금 나눠주면 그들은 더 행복해진다. 은퇴 후 위기에 처한 부부들을 만나 상담하는 K씨는 행복하다. 자신의 인생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생을 회복시켜주는 것을 보람있어 한다.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을 만나 자신의 실패담과 성공담을 들려주며 행복한 인생의 첫출발을 돕기도 한다. 호스피스 공부를 한 후 말기 암환자의 임종을 지켜주고 있는 L씨 본인도 정작 암환자였다. 그러나 이제는 암환자들을 돌보면서 인생의 의미를 날마다 새롭게 하고 있다. 젊고 연약한 사람들과 함께 나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며 사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보람있고 의미있게 보내는 것이다. 장기 기증을 통해 생명이 위태로운 사람을 살릴 수 있듯이, 마음과 생각의 기증(donation)을 통해서도 심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사람의 인생을 새롭게 열어줄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풍요로워지는 인생은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나무를 심은 사람은 산의 한자락에 자신이 심은 나무들이 자라는 것만 보아도 행복하다. 내가 도왔던 사람이 성장하여 어엿하게 인생을 꾸려가는 걸 바라보는 것은, 멋있는 나무 한 그루의 성장을 바라보는 것에 비할 수 없는 행복이 있다. 위대한 행복을 꿈꾸고 싶은가?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내 인생의 한 부분을 나누어 보자. 거위의꿈.mp3 성남시립소년소녀 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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