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100편-제25편] 김혜순-(잘 익은 사과) 백 마리 여치가 한꺼번에 우는 소리 내 자전거 바퀴가 치르르치르르 도는 소리 보랏빛 가을 찬바람이 정미소에 실려온 나락들처럼 바퀴살 아래에서 자꾸만 빻아지는 소리 처녀 엄마의 눈물만 받아먹고 살다가 유모차에 실려 먼 나라로 입양 가는 아가의 뺨보다 더 차가운 한 송이 구름이 하늘에서 내.. 참고자료/애송시 100편 2008.02.03
[애송시 100편-제24편] 송수권-산문(山門)에 기대어)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 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 .. 참고자료/애송시 100편 2008.02.03
원스 어폰 어 타임 어제(31일) 무려 4편의 한국 영화가 개봉했다. 모두 극장가 최고의 대목 중 하나로 꼽히는 설 연휴를 겨냥한 작품들이다. 조선일보 영화팀의 선택은 해방 직전 경성을 무대로 한 코믹 액션 '원스 어폰 어 타임'(Once Upon A Time·감독 정용기). 뒤에 '인 코리아'(in Korea)가 살짝 생략된 이 경쾌한 코미디는 '가.. 참고자료/영화 2008.02.01
[애송시 100편-제23편] 백석-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참고자료/애송시 100편 2008.01.30
2년후면 우주여행 시대-경비 2억 1인당 20만달러에 2시간30분 비행…매일 3~4차례 운행 앞으로 2년 후쯤 되면 우주여행 시대가 활짝 열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엄청난 거금이 들어가지만 일반 민간인들이 우주선을 타고 여행을 한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나아가 우주여행이 보편화되면 비행기를 타고 이웃나라로 여행을 떠.. 참고자료/우주Cosmos 2008.01.29
[애송시 100편-제22편]이문재- 푸른 곰팡이(산책시1) 아름다운 산책은 우체국에 있었습니다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편지는 사나흘을 혼자서 걸어가곤 했지요 그건 발효의 시간이었댔습니다 가는 편지와 받아볼 편지는 우리들 사이에 푸른 강을 흐르게 했고요 그대가 가고 난 뒤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우체국이었음을 알았습니다 .. 참고자료/애송시 100편 2008.01.29
[애송시 100편-제21편] 천상병-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일러스트=권신아영화 '박하사탕'에서, 돌아.. 참고자료/애송시 100편 2008.01.29
[애송시 100편-제20편] 정진규-삽 삽이란 발음이, 소리가 요즈음 들어 겁나게 좋다 삽, 땅을 여는 연장인데 왜 이토록 입술 얌전하게 다물어 소리를 거두어들이는 것일까 속내가 있다 삽, 거칠지가 않구나 좋구나 아주 잘 드는 소리, 그러면서도 한군데로 모아지는 소리, 한 자정(子正)에 네 속으로 그렇게 지나가는 소리가 난다 이 삽 한.. 참고자료/애송시 100편 2008.01.27
[애송시 100편-제19편] 김남조-겨울 바다 겨울 바다-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 참고자료/애송시 100편 2008.01.27
[애송시 100편-제18편] 한용운-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참어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는 차디찬 띠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쓰'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 참고자료/애송시 100편 2008.01.24